-토요타 해외 수입으로 고민 가중?
지난해 그랜저의 국내 판매는 7만대를 넘겼고 기아 쏘렌토는 무려 10만대를 돌파했다. 당연히 두 차종 모두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졌다. 쏘렌토는 17만5,000대가 생산됐고 내수를 제외한 7만5,000대가 해외로 수출됐다. 하지만 그랜저는 생산된 7만5,000대 중에서 거의 대부분인 7만1,000대가 국내에서 소화됐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내수 판매의 변화다. 그랜저 인기가 치솟아 국내 판매가 10만대를 넘어서면 현대차는 어떤 생산 전략을 취할까? 국내 생산을 늘릴까? 아니면 해외 생산 그랜저를 차라리 수입할까? 이런 고민의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생산을 늘려봐야 생산 비용 증가로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생산비가 저렴한 곳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가져오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사례는 토요타가 추진 중이다. 일본 내수 주력 모델 일부를 대만에서 생산, 일본으로 역수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일본 내 인기가 치솟는 미니밴 노아(Noah)와 복시(Voxy)를 대만 현지 합작사 공장에서 만들어 올해 10월부터 일본으로 수입한다. 물론 비중은 30% 정도로 한정한다.
일본 생산으로 70%를 공급하고 대만 제품으로 30%를 공급하는데 이유는 명확하다. 표면적으로는 출고 적체 해소지만 이면에는 인건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일본 내 생산비용 증가 부담이 고민이다. 지난해 토요타의 일본 내 생산은 327만대 규모인데 글로벌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더 이상 내수 생산을 늘리지 않으려 한다. 각 나라가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데다 일본 내 생산 비용 증가는 곧 해외 시장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탓이다. 오히려 일본 내수 인기 차종이라고 반드시 일본 생산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셈이다.
물론 한국도 이미 사례는 있다. 택시로 판매되는 쏘나타 LPi는 현대차 중국 공장에서 생산, 한국으로 수입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격 민감도가 매우 높은 택시 차종이라는 점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선택했을 뿐 토요타처럼 개인 구매가 많은 인기 차종의 해외 역수입은 아직 없다. 게다가 노사 간 단체협약에서 해외 생산 차종 역수입은 강력 제한 사항이다. 해외 생산 물량이 들어오면 국내 공장의 장기적인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토요타의 해외 역수입 선택은 생산에 있어 가장 보수적이라는 토요타마저 내수 비용 상승을 우려한 결정이어서 시선이 집중된다. 점진적으로 토요타 또한 일본 내 생산을 줄여가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어서다. 반면 지역별 해외 생산을 늘려 철저한 현지화로 승부한다는 전략은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다.
물론 그랜저는 해외 생산이 아직 없다. 하지만 특정 차종의 국내 인기가 오르고 생산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도 생산된다면 역수입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 국내 생산 자체가 이미 고비용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어서다.
생산 비용 경쟁력의 열매는 현재 중국이 철저히 가져가는 중이다. 특히 BEV 생산비용은 그 어떤 나라도 중국을 뛰어넘지 못한다. 특히 유럽은 중국 생산 전기차를 앞다퉈 도입한다. 중국 내 합작사 생산 차종의 비용이 유럽 대비 월등하게 낮아 물류와 관세 등을 더해도 유럽산보다 저렴하다.
시간은 거꾸로 되돌리지 못한다. 또한 이미 올라간 생산 비용을 낮추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법이 있다면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것뿐이다. 얼마나 빠르게 대체하느냐가 곧 가격 경쟁력인데 고비용 구조일수록 인간 일자리와 대립되는 갈등은 더욱 거세기 마련이다. 비용을 낮춰 생산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릴 것인가? 아니면 해외 생산 차종이 도입될 것인가? 이제 그 기로에 서 있다.
박재용 (공학박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