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이 함께 만드는 24시간의 도전
-GMR 팀원들의 열정, 누구보다 빛나
르망 24시 레이스가 막바지로 향하던 시각. 수 많은 관심과 카메라는 트랙 위 경주차를 쫓고 있었지만 진짜 이야기는 피트 안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관중석에서 바라본 르망은 거대한 축제였다. 하지만 피트 월을 넘어선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이곳은 단순히 자동차를 고치는 공간이 아니었다. 수십 명의 엔지니어와 미케닉, 전략 담당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거대한 지휘본부였다.
제네시스가 올해 처음 도전한 르망 하이퍼카 클래스는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 무대다. 24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야 하는 만큼 빠른 차만으로는 결코 완주할 수 없다. 차의 내구성은 물론이고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조직력과 팀워크가 함께 요구된다. 실제로 경기 후반부에 찾은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 피트는 그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데이터 분석이었다. 피트 월에 앉은 엔지니어들은 수십 개의 모니터를 바라보며 차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속도와 연료 사용량, 타이어 상태, 서스펜션 데이터는 물론 경쟁사 차의 움직임까지 분석 대상이었다.
이들이 한 경기 동안 수집하는 데이터만 약 200~300GB에 달한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서킷과 드라이버들이 만들어낸 가장 가치 있는 개발 자산이다. 제네시스는 이를 AI 분석 시스템과 차량제어개발센터에 연계해 향후 레이스카와 양산차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일반적인 인터넷 전송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용량 데이터인 만큼 현재는 저장장치를 직접 운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제네시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AVP 기반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르망 현장과 남양연구소가 사실상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피트 뒤편의 개러지 역시 작은 공장이나 다름없었다. 한쪽에는 56개, 16세트 분량의 타이어가 정리돼 있었고 강수 확률을 고려해 웻 타이어도 준비해 놓았다. 또 부품실에는 각종 예비 부품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간단한 수리는 물론 상당 수준의 정비 작업까지 현장에서 가능하도록 준비돼 있었다. 개러지 위 2층에는 엔지니어와 드라이버들이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모터스포츠 법인에서 파워트레인을 담당하는 김종혁 책임은 "모터스포츠 법인이 직접 개발한 WRC, TCR 엔진은 물론 자체 개발한 V8 엔진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번 르망 프로젝트도 최선을 다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레이스에서도 파워트레인과 차 세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사람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차 한 대당 투입할 수 있는 미케닉 수가 제한되지만 르망은 다르다. 제네시스 역시 엔지니어와 미케닉을 포함해 약 60명의 인력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누군가는 타이어를 준비했고 누군가는 데이터 세팅에 전념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피트 스톱을 대비해 동선을 반복 확인했다.
특히 두 대의 경주차를 동시에 운영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종합 예술에 가까웠다. 같은 팀 소속 차라도 주행 거리와 타이어 마모 상태, 드라이버 피드백이 모두 달랐다. 엔지니어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춰 세팅을 수정했고 미케닉들은 서로 다른 요구 사항에 맞춰 차를 준비했다. 레이스카가 피트로 들어오는 순간에는 수십 명이 약속된 동선에 따라 움직였다. 누구도 불필요한 동작을 하지 않았다. 모든 과정이 정확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작품처럼 완성됐다.
김종혁 책임은 "앞서 진행했던 6시간 레이스와 가장 큰 차이는 결국 24시간 동안 밤을 새워야 한다는 점"이라며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지만 차의 모든 세팅은 오직 르망 완주를 목표로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네시스의 올해 목표는 완주였다. 첫 르망, 첫 하이퍼카 도전이었다. 본사와 연구개발 조직 역시 프로젝트 초기부터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누구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르망은 하루아침에 강팀이 될 수 없는 무대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차가 질주하는 트랙 위의 24시간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차를 만드는 사람,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 밤새 타이어를 준비하는 사람, 그리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들. 르망 24시는 단순한 자동차 경주가 아니었다. 수십 명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거대한 팀 스포츠였다.
프랑스(르망) =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