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어식 E-클러치 탑재, 왼손 부담 줄여
-오프로드에서도 자신감있는 주행 가능해져
-가벼운 차체, 험로 주행에서 자신감 높여줘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은 흔히 '어디든 갈 수 있는' 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포장로에서는 누구나 달릴 수 있지만 흙길이나 자갈길, 급경사와 같은 오프로드를 들어가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면은 예측할 수 없이 계속 변하고, 라이더는 수 없이 많은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스로틀은 얼마나 열어야 할 것인가. 앞바퀴와 뒷바퀴의 브레이크는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써야 하는가. 체중은 어디에 실어야 하는가. 여기에 수동 변속 모터사이클이라면 클러치까지 신경써야 한다. 특히 저속에서 노면이 거칠 수록 클러치를 얼마나 부드럽게 연결하냐가 중요하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클러치를 세밀하게 조정하는건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날 시승한 모터사이클은 조금 달랐다. 혼다 XL750 트랜잘프 E-클러치. 이런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냈다. 클러치가 달려있는 수동변속 모터사이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클러치를 조작할 필요가 없어서다. 혼다가 개발한 E-클러치는 출발, 정차를 포함한 모든 주행 과정에서 클러치를 전자적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원한다면 직접 클러치를 써도 되니 자동과 수동의 장점을 모두 갖춘 셈이다.
실제 오프로드에서는 체감이 완전히 달랐다. 왼손이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단순히 손 하나가 편해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라이딩에서 집중해야 할 대상 자체가 달라졌다.
클러치를 의식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더 멀리 향했다. 앞바퀴 바로 앞이 아니라 다음 코너와 다음 장애물을 바라보게 됐고, 몸의 움직임 역시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핸들이 크게 흔들려도 양손으로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고, 저속으로 방향을 틀거나 경사진 구간을 통과할 때도 긴장감이 확실히 줄었다.
특히 급격한 오르막이나 깊은 자갈 구간에서는 E-클러치의 장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반적인 수동변속 모터사이클이었다면 클러치 조작에 신경 쓰느라 스로틀과 자세 제어가 다소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트랜잘프에서는 오른손의 스로틀 조작과 하체의 중심 이동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차는 예상보다 훨씬 부드럽게 노면을 통과했다.
라이더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자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여기에 트랜잘프 자체의 차체 성격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어드벤처 플래그십인 아프리카 트윈과 비교하면 차체는 한결 슬림하고 무게도 부담이 적다. 수치 이상의 차이가 체감된다. 발을 디뎌야 하는 순간에도 차체를 지탱하기가 어렵지 않았고, 방향을 바꾸거나 노면 변화에 대응하는 과정 역시 훨씬 민첩했다.
주행 모드의 도움도 한 몫을 했다. XL750 트랜잘프는 스탠다드, 스포츠, 레인, 그래블 등 4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험로 주행에 특화된 그래블 모드는 구동력 제어는 물론 스로틀 민감도를 다소 느슨하게 잡아 오프로드에서의 주행에 큰 도움을 준다. 실제 코스 중반부까지 아무 생각 없이 1단기어만으로 주행을 할 수 있었을 만큼 부드러웠다.
이렇다보니 기존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을 탔을 때는 '넘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트랜잘프에서는 '조금 더 속도를 높여볼까', '조금 더 안쪽 라인을 타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라이더가 바이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바이크가 라이더를 도와준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755cc 병렬 2기통 엔진 역시 이런 성격과 잘 어울렸다. 최고출력 91마력, 최대토크 7.6㎏·m를 발휘하는 엔진은 절대적인 폭발력보다 저회전부터 두툼하게 밀어주는 토크가 인상적이었다. 스로틀을 급하게 열지 않아도 필요한 만큼의 구동력을 꾸준히 전달했고, 험로에서도 출력이 거칠게 튀지 않아 접지력을 유지하기 쉬웠다. 전자식 스로틀과 HSTC 등 각종 전자제어 장비도 라이더의 조작을 자연스럽게 돕는다.
혼다는 E-클러치를 더 많은 라이더가 수동변속 모터사이클을 쉽게 즐기도록 만든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오프로드를 달려보니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클러치 조작이라는 부담을 덜어낸 덕분에 라이더는 노면을 읽고, 차체를 세우고, 원하는 라인을 선택하는 본질적인 라이딩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은 원래 자유를 위한 장르다. 그리고 트랜잘프 E-클러치는 그 자유를 가장 어렵게 만들었던 요소 하나를 확실히 제거해준 모터사이클이었다.
혼다 XL750 트랜잘프 E-클러치는 화이트 단일컬러로 판매되며 가격은 1,419만원이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