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나가는 생산 물량, 자업자득일까
지난 1~5월까지 기아가 미국 내에서 판매한 완성차는 27만9,718대다. 생산국으로 분류하면 한국산이 11만7,179대, 미국 현지 생산이 11만2,105대, 멕시코산이 5만434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단연 스포티지로 6만507대에 이른다. 스포티지 또한 생산국으로 분류하면 미국산이 2만6,970대이고 한국산이 3만3,537대다.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미국 현지 생산보다 많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 미국 메타플랜트(HMGMA)가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생산에 들어갔다. 기존 조지아 공장은 스포티지 내연기관, 메타 플랜트는 HEV 생산을 담당한다. 당연히 미국 내에서도 HEV 인기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 생산이 유리하다. 이 경우 어느 공장의 생산이 줄어들까를 생각하면 당연히 한국산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기아 내부적으로 미국 수출 물량의 대체지를 확보해 국내 생산 감소 우려는 아직 없는 듯하다.
그러나 중요 시사점은 한국 내 기아 공장의 가장 큰 수출 지역의 현지 생산 확대가 한국 공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스포티지의 경우 인기 차종이어서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지만 카니발(2만5,020대)이나 셀토스(2만34대) 등도 미국 현지 생산에 착수하면 국내 공장의 타격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스포티지와 달리 카니발 등은 대체 시장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운 데다 내수 시장은 포화여서 마땅한 시장이 별로 없다. 결국 끝없이 제조물을 만들어 팔아야 하는 자동차산업의 본질을 감안하면 국내 생산은 감소 구조를 벗어날 길이 없다.
게다가 국내 생산은 비용도 비싸다. 지난 2025년 리스크 관리 전문기업 올리버 와이만은 ‘신차 1대당 노동비용(Labor Cost Per Vehicle.LCPV)'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가 및 제조사별 자동차 생산 인건비 수준과 그에 따른 경쟁력을 비교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신차 1대에 평균 789달러의 인건비가 반영, 일본의 769달러보다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동차 생산 인력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임금 구조를 가졌지만 우수한 엔지니어링과 높은 자동화 시스템이 비용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술 개발로 절감된 비용이 인건비 상승에 곧바로 반영되는 구조인 만큼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는 어렵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해마다 파업 등으로 인건비는 가파르게 오른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인건비를 낮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략은 생산과 판매의 다원화에 달려 있다. 제품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지역의 점유율을 최대한 확대하되 생산은 저렴한 곳을 선택하는 방안이다. 이때 한국은 생산 비용이 높고 시장 내 가격 경쟁은 치열한 곳으로 분류돼 생산 확대가 쉽지 않은 곳으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완성차 뿐 아니라 국내 부품사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린 지 오래다. 하지만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생산이 많은 중국은 한국 부품사의 가격을 문제 삼고 유럽 제조사는 품질을 인정하되 공급 가격을 억제하려 한다. 공급해도 이익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부품사의 고민도 깊어진다. 그나마 조금의 이익이라도 만들어지던 국내 시장도 완성차기업의 부품 단가 인하 압력을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다. 가파르게 치솟는 완성차기업의 인건비 충당을 위해 강력한 원가절감을 요구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부품 기업 또한 인건비가 상승하는 추세여서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처한 기업도 많다. 차라리 제조업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나타나는 중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은 고임금·고비용 구조 속에서 주요 수출 시장의 현지 생산 확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공장의 생산 감소(공동화)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완성차의 원가 절감 압력을 높인다. 그리고 해외 시장의 마진 박리 위기에 직면한 부품 협력사들은 생존을 위해 제조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한계 상황에 직면하는 중이다. 국내 생산의 '고비용 구조'와 수출 시장의 '현지 생산 전환'이라는 맞물린 톱니바퀴가 결국 국내 완성차 생산량 감소와 부품 생태계 파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고부가가치 중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더불어 고임금 구조 개선 및 부품사와의 상생적 단가 체계 마련 등 전면적인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 그리고 지금,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상황은 되돌리기 어려울 수 있다. 한 마디로 파업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박재용 (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