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거쳐 한국 진출 가능성도 높아
지난해 재팬 모빌리티쇼에 등장한 BYD 경승용 BEV 라코(Racco)가 지난달 일본 시장에 본격 데뷔했다. 길이 3,395㎜, 너비 1,475㎜, 높이 1,800㎜ 톨보이 스타일의 경차로 정확히 일본 경차 크기에 부합하는 동시에 한국 경차 기준도 충분히 만족한다. 한국의 경차 기준이 일본보다 다소 크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BYD가 일본 경차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 내 전국경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신차 453만대 가운데 경차는 168만,8000대에 이른다. 비중으로만 봐도 37%에 달할 만큼 높다.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경차는 당연히 일본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은 경쟁력이 없다. 일본 기업들의 기술력이 높아서다. 오죽하면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이라는 얘기까지 들릴 정도다. 연간 170만대 내외의 한국에서 수입차 판매가 30만대에 달할 때 460만대의 일본 내 수입차 판매는 23만대 가량으로 한국보다 적다.
그래서 BYD가 주목한 곳이 경승용 BEV다. 게다가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도 높다. HEV보다 BEV의 경제성이 낫다고 판단, 최근 경승용 BEV 비중이 증가 추세다. 먼저 진출한 현대차가 인스터(국내 캐스퍼) EV의 일본 내 판매를 늘릴 수 있었던 배경도 경차 소비 트렌드의 변화 덕분이다.
그런데 한국 관점에서 BYD 라코는 일본 내 평가를 받은 후 한국에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경차 시장 규모가 일본보다 작지만 BEV는 그렇지 않아서다. 실제 일본 내 연간 경승용 BEV 판매는 2만대에 달하고 한국도 연간 1만9,000대 가량으로 숫자는 맞먹는다. BEV 비중은 오히려 한국이 높다. 지난해 국내에 판매된 경차 8만3,220대 가운데 BEV 비중은 22.9%에 달하고, 올해 상반기 또한 4만4,569대 가운데 1만149대로 22.8%를 기록했다(KAMA 통계 기준). 따라서 라코의 한국 투입은 시간의 문제일 뿐 시장은 이미 형성된 셈이다.
BYD는 일본 내 라코의 시작 가격을 214만5,000엔(한화 약 1,965만원)으로 결정했다. 15만엔의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200만엔 미만이다. 현대차 인스터와 비교하면 700만원 가량 저렴하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배터리 용량에 따라 210~320㎞이며 DC 급속 충전은 50kW까지 지원한다. 일본에서 판매되는 경차 최초로 양문형 파워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해 주목을 끌고 뒷좌석 폴딩 때 1,372ℓ의 공간이 확보된다. 특히 BYD는 라코의 전략 시장을 일본으로 설정하고 닛산 출신의 일본 엔지니어를 적극 참여시켰다. 중국 내수가 아닌 글로벌 경차 시장을 겨냥해 일본의 기술 경험을 최대한 넣었다는 뜻이다.
경승용 BEV 시장에서 보조금 적용 시 200만엔 이하라는 가격을 형성했듯 라코가 한국에 투입되면 가격과 주행거리 사이의 또 하나의 선택이 되기 마련이다. 1회 주행거리가 길되 비싼 국산차, 반면 주행거리는 짧아도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의 경쟁 구도가 또다시 형성된다. 물론 어디까지나 전망이지만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지난 2013년 기아가 레이 BEV를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당시는 비싼 가격, 충전 인프라 부재, 그리고 짧은 주행거리 단점 등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경승용 BEV를 내놓은 목적은 가까운 거리 이용자를 겨냥한 것이지만 가뜩이나 충전기가 부족한 마당에 주행거리가 짧고 보조금을 받아도 가격이 비싸니 구입할 이유가 불분명했다.
하지만 13년이 흐르면서 충전 인프라는 충분해졌고 덕분에 1회 충전 주행거리 기대감도 낮아졌다. 그러니 BYD로선 한국에 라코를 들여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규격도 이미 충족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경차 시장도 조만간 ‘국산 vs 수입’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국산 경승용 BEV 가격보다 저렴한 전기 경차의 등장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 같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