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모터쇼의 생존 해법, GIIAS서 찾다

입력 2026년08월05일 10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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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즈'의 장 된 모터쇼, 인니 '신차 성수기' 만들어
 -'왜 안오냐'가 아니라 '왜 안올까' 되물어봐야

 

 지난 30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도시 BSD시티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국제컨벤션센터. 이곳에서 아세안 역내 최대 규모의 모터쇼 가이킨도 인도네시아 국제오토쇼(GIIAS)가 열렸다. 

 


 

 이곳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미래 모빌리티까지. 모터쇼에서 보여주는 흔한 키워드를 벗어나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터쇼라는건 꼭 미래만 보여주는 행사일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인도네시아에서는 모터쇼가 전시회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자동차 판매 행사다. 관람객은 차를 구경하러 오는 동시에 계약서를 쓰러 온다. 전시장 곳곳에는 차량보다 금융 상담 부스가 더 눈에 띌 정도다.

 

 완성차 업체들은 모터쇼 기간을 맞아 가장 공격적인 판매 조건을 내놓는다. 무이자 할부와 계약금 지원, 보험료 할인, 유지관리 프로그램, 바이백 보장까지 평소보다 훨씬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한다. 금융사들도 별도 부스를 마련해 즉석에서 대출 심사와 금융 상담을 진행한다.

 

 현지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전시 공간 뒤편에 구매 상담 부스를 만들었고 현장에서는 시승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현대캐피탈 인도네시아는 별도 공간에서 금융상품을 소개하며 구매 상담을 지원했다. 단순히 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계약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이 같은 구조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두 차례 열리는 모터쇼가 자동차 구매 성수기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조건에 차를 살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제조사는 그 시기에 판매를 집중한다. 모터쇼가 자동차 시장 전체의 소비를 견인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GIIAS는 자카르타는 물론 인도네시아 수도권 인근의 신차 구매를 위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최측은 인도네시아 주요 거점을 순회하며 모터쇼를 열 정도다. 우리나라에 접목한다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잘 들어맞겠다. 서울과 부산이 아닌 대전, 광주모터쇼도 가능해지는 셈. 

 

 물론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시장 환경이 다르다. 판매 방식도, 소비 문화도, 금융 환경도 동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배울 만하다. 모터쇼가 기업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는 점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에서는 "모터쇼에 참가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수천억원을 들여 신차를 만들고, 다시 수십억원을 들여 대형 전시관을 꾸미지만 얻는 건 과거만 못하다는 것이다. 

 

 정보는 이미 유튜브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소비자는 굳이 모터쇼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두가 주목받는' 모터쇼에 참가할 비용이라면 '홀로 주목받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 같은 마케팅 이벤트를 더 성대하게 열 수도 있다. 

 

 결국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게 모터쇼 참가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던 제네바모터쇼가 사라졌고, 세계 유수의 모터쇼들이 안방잔치로 전락한지는 오래다. '모빌리티쇼'로 간판만 바꿔 단 서울과 부산의 모터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기업들이 떠나는가가 아니라 왜 기업들이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국내 모터쇼는 그동안 관람객을 얼마나 많이 모았는지, 얼마나 화려한 전시를 했는지에 집중해 왔다. 정작 전시를 만드는 기업이 무엇을 얻어 가는지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지만 판매로 연결되기도 어렵고 브랜드 경험을 극대화할 새로운 장치도 많지 않다. 

 

 모터쇼의 경쟁력은 화려한 무대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참가 기업이 "이번에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고 판단할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느냐다.

 

 CES가 성공한 것도 미래 기술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투자자와 기업, 공급망과 파트너를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명확한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모터쇼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를 만나고, 판매를 늘리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브랜드를 경험시키는 공간이라는 실질적인 가치가 있어야 한다.

 


 

 국내 모터쇼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참가 브랜드 감소를 아쉬워하기 전에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왜 오지 않느냐"고 묻기보다 "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를 먼저 답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모터쇼가 보여준 것은 거창한 미래 기술이 아니었다. 모터쇼가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능력이 아니라, 오늘 자동차를 팔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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