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카르타에서 서로의 모빌리티를 마주보다

입력 2026년08월05일 10시5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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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와 문화, 산업이 공존하는 자카르타의 풍경
 -경쟁자를 마주 본 GIIAS, 변화의 방향 드러내
 -한국차도 현지 소비자와 더 오래 눈 맞춰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마주 본다'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였다. 

 


 

 도심 한가운데에는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자카르타 대성당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다. 하나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이슬람 사원이고, 다른 하나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가톨릭 성당이다. 서로 다른 첨탑이 같은 하늘을 향하고, 서로 다른 기도가 같은 거리를 채운다.

 

 두 건물을 연결하는 지하 통로의 이름은 ‘우정의 터널’이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리는 대신 서로를 바라보고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다. 자카르타라는 도시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상징적인 장면도 드물다.

 

 모터쇼장에서도 마주 보는 장면은 계속됐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서로를 바라보며 부스를 꾸렸다. 한쪽에서는 새로운 전기차를 공개했고, 맞은편에서는 고성능차의 배기음을 들려줬다. 일본차들이 한 전시관의 절반을 채우자 중국차들이 그 맞은편을 꽉 채웠다. 

 


 

 '판매'가 이뤄지는 GIIAS의 특성상 이 같은 구조는 필연적이었다. 서로 마주 보는 브랜드들은 상대를 의식했다. 더 큰 화면을 세우고, 더 많은 차를 전시하고, 더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제시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결국 상대를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 경쟁자가 무엇을 만들고, 소비자가 어디를 바라보는지 외면한 채 혼자 달릴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서로 다른 전략이 한 공간에서 마주하자 시장의 변화도 또렷하게 보였다. 토요타는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를 말하며 전기차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와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상용차 솔루션까지 인도네시아에 필요한 여러 선택지를 내놨다. BYD와 우링은 내연기관 소형차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전기차를 앞세웠다. 

 

 어느 한쪽만 바라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전시였다. 전기차와 내연기관, 프리미엄과 대중차, 글로벌 전략과 현지화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자카르타 사람들도 눈을 마주치는 데 익숙했다. 호텔 직원도, 택시 기사도, 전시장 안내원도 눈이 마주치면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 상대가 외국인이든, 말이 통하지 않든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눈이 마주친 이상 모른 척 지나가지 않았다.

 

 처음에는 친절한 국민성이라고만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곳에서 마주 본다는 것은 상대를 경계하거나 겨루기 위한 행동만은 아니었다. 당신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었다.

 

 자카르타는 수많은 차이가 공존하는 도시다. 이슬람 사원과 가톨릭 성당이 마주 보고, 초고층 빌딩 아래로 오래된 오토바이와 최신 전기차가 함께 달린다.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에 한국차가 새로운 감각을 제시하고, 그 틈으로 중국차가 빠르게 들어온다.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 산업과 기술이 같은 공간에서 부딪히면서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

 


 

 물론 마주 본다는 것이 곧 화합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기업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도시 안에는 빈부 격차와 교통 체증, 환경 문제도 존재한다. 서로를 바라본다고 해서 차이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마주 봐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내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경쟁자, 시장과 정책을 똑바로 바라봐야 다음 길을 찾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인도네시아에서 마주해야 할 것도 분명하다. 한국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호감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일본차가 수십 년간 쌓은 신뢰와 서비스망을 마주해야 하고, 중국차가 앞세운 가격과 속도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다인승차와 금융 조건, 중고차 가치, 충전 환경을 제대로 바라봐야 한다.

 


 

 아이오닉5를 소유하면 부유해 보인다는 말은 반가운 평가다. 신차가 공개될 때마다 관람객의 탄성이 터지고, 판매 계획이 없는 아이오닉3에도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도 한국차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높은 관심은 언제든 다른 브랜드로 향할 수 있다. 지금의 호감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바꾸려면 현지 시장과 더 오래 눈을 맞춰야 한다.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가장 오래 남은 모습은 화려한 신차도, 거대한 전시관도 아니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모스크와 대성당, 그리고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다르기 때문에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더 오래 바라보는 곳. 경쟁하면서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고, 같은 도시와 같은 시장 안에서 각자의 자리를 찾아가는 곳. 어쩌면 자카르타는 마주 보는 법을 아는 도시인지 모른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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