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가격보다 더 많이 오른 생활 물가
-예전 기억속에 머물러 있는 숫자의 ‘착시’
신형 아반떼의 가격을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최상위 트림에 모든 선택품목을 더하면 4,000만원을 넘어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제 아반떼도 4,000만원 시대"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20년 전으로 시간을 돌려보면 더욱 놀랍다. 2006년 등장한 아반떼 HD는 최고급 사양에 선택품목을 더해도 약 2,000만원이었다. 단순히 가격표만 비교하면 20년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자동차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지난 20년 동안 가격이 오른 것은 아반떼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고 자고 일하며 받는 돈의 숫자까지 전부 달라졌다. 가장 극적인 지표는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및 당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적용 최저임금은 시간당 3,100원이었다. 2026년에는 1만320원으로 올랐다. 20년 동안 약 233% 상승해 3.3배가 된 것이다. 같은 기간 아반떼 최고가격이 약 100%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두 배 이상 크다.
이를 자동차 구매에 필요한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더욱 직관적이다. 2006년 시간당 최저임금 3,100원을 기준으로 2,000만원짜리 아반떼를 구매하려면 약 6,452시간을 일해야 했지만, 현재 최저임금 1만320원 기준으로 4,000만원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약 3,876시간이다. 세금과 생활비 등을 제외한 단순 비교이지만, 가격표가 두 배가 됐다고 해서 실제 구매 부담까지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소득 수준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2006년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807만원이었지만,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분석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대졸 초임은 5,001만원으로 약 78% 상승했다. 이를 아반떼 가격과 비교하면 2006년 2,000만원짜리 아반떼는 신입사원 연봉의 약 71% 수준이었고, 현재 4,000만원짜리 아반떼는 대졸 초임의 약 80% 수준이다. 아반떼 가격 상승폭이 임금 상승폭을 다소 웃돌기는 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매력 격차는 가격표에 보이는 '2배'만큼 확대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에게 친숙한 짜장면도 마찬가지다. 통계청 자료를 인용한 2008년 당시 자료를 보면 자장면 한 그릇은 통상 3,500원 수준이었고 밀가루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그해 초 3,800원 이상으로 올랐다. 현재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표시된 서울 자장면 평균가격은 7,731원이다. 약 18년 사이 두 배를 훌쩍 넘긴 셈이다.
집값으로 시선을 돌리면 변화는 더욱 크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분기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4억4,214만원이었다. 2026년 5월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3억2,979만원이다. 조사기관과 산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계열 통계로 보기는 어렵지만 단순 금액으로는 약 세 배에 달한다.
여기서 더욱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자동차 자체가 20년 전과 같은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체 크기와 성능은 물론 안전 및 편의품목, 인포테인먼트와 운전자보조기능까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발전했다. 20년 전 브랜드 플래그십 라인업에서도 기대하기 어려웠던 기술을 이제 아반떼에서 전부 다 누릴 수 있다.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짜장면이나 집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격 상승의 체감은 훨씬 더 줄어든다.
결과적으로만 말하면 2,000만원에서 4,000만원이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아반떼는 두 배 비싸졌다. 하지만 같은 시간 동안 최저임금은 세 배 이상 올랐고 서울 집값은 세 배 가까이 뛰었다. 짜장면 한 그릇과 대기업 신입사원의 연봉도 더 이상 우리가 20년 전 기억하던 숫자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의 가격표가 바뀌는 동안 우리의 기준은 생각만큼 빨리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아반떼를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20년 전 가격표를 떠올린다. 그러나 최저임금도, 연봉도, 집값도, 짜장면 한 그릇의 가격도 이미 다른 시대의 숫자가 됐다. 아반떼 4,000만원 논란은 자동차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과거의 기억으로 현재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서 비롯된 숫자의 착시일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