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신차등록 10만9,235대, 올해 최저
-국산차 전월 대비 30.8% 급감…기아 빼고 모두 뚝
-경기 침체 우려 속 6월 선수요에 따른 '착시' 분석도
국내 신차 시장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신차 등록대수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16만대를 넘어섰던 시장이 10만대 선까지 밀리면서 본격적인 자동차 소비 침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6월에 집중됐던 선수요가 빠져나간 뒤 시장이 정상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맞선다.
3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신차등록대수는 총 10만9,235대로 집계됐다. 전월 14만5,658대보다 25.0% 감소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도 13.8% 줄었다. 무엇보다 올해 월간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1월 12만4,114대와 2월 12만6,980대보다도 적다. 말 그대로 월간 10만대 선을 간신히 지켜낸 셈이다.
낙폭도 예사롭지 않다. 승용차는 9만6,666대로 전월 대비 25.6%, 전년 동월 대비 14.3% 줄었다. 상용차 역시 1만2,569대에 그치며 각각 20.1%, 10.2% 감소했다. 특정 차종이나 일부 소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장 전반에서 구매 수요가 한발 물러난 모습이 걱정을 키운다.
특히, 국산차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8월 국산차 신차등록은 7만9,070대로 전월보다 무려 30.8%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20.0% 줄었다. 이 가운데 국산 승용차는 6만6,791대로 한 달 만에 32.5% 빠졌고 전년 동월 대비로도 21.8% 감소했다.
브랜드별 숫자를 들여다보면 분위기는 더욱 기울어진다. 유일하게 기아가 3만6,250대를 등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9.3% 증가했지만 나머지 주요 국산 승용 브랜드는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현대는 2만1,362대로 39.2% 감소했고 제네시스는 46.8%, KGM은 44.7%, 르노코리아는 49.8%, 쉐보레는 39.6% 떨어졌다. 주요 브랜드의 전년 대비 하락률이 대부분 40% 안팎에 달한다는 점이 뼈아프다.
수입차도 전월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8월 수입 승용차 등록은 2만9,875대로 전월보다 3.7% 줄었다. 시장 내 중위권을 지키던 브랜드들이 일제히 감소하며 전체적인 하락을 키웠다. 반면, 테슬라와 BYD 등이 선방하면서 수입 승용차 전체 실적은 전년 동월보다 오히려 9.4% 증가했다. 따라서 현재의 판매 위축이 모든 브랜드와 시장에 동일한 강도로 나타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시각이 엇갈린다. 먼저, 국내 경기 둔화가 자동차와 같은 고가 내구재 소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는 소비 심리에 민감한 대표적인 품목이다. 가격 자체가 높고 할부나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구매 시점을 미루기 쉽다. 여기에 국산차 판매가 광범위하게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브랜드별 신차 효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특히, 개인 소비 흐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업용과 관용을 제외한 개인 자가용 등록은 남성이 전년 동월보다 23.3%, 여성이 23.2% 감소했다. 연령별로도 20대를 제외한 30~70대가 모두 두 자릿수 감소했고 60대와 70대는 각각 33.4%, 38.1% 줄었다. 소비 주체 전반이 자동차 구매에 신중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8월 숫자 하나만으로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앞선 6월의 이례적인 판매 증가다. 올해 신차등록은 1월 12만4,114대에서 3월 16만1,955대까지 증가한 뒤 5월 12만2,249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6월에는 다시 16만1,424대로 치솟으며 전월 대비 무려 32.0% 증가했다. 이후 7월 14만5,658대, 8월 10만9,235대로 빠르게 내려왔다.
결국 6월 판매 급증과 8월 급락을 따로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개별소비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차를 구매하려던 소비자들이 계약과 출고를 앞당겼다면 미래 수요 일부가 6월 실적으로 먼저 잡혔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7~8월 감소는 새로운 수요가 사라졌다기보다 앞당겨진 수요만큼 발생한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볼 여지가 있다.
실제로 8월 10만9,235대라는 숫자는 충격적이지만 6월의 16만1,424대 역시 평상시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6월 한 달 사이 32.0% 급증한 뒤 7월 9.8%, 8월 다시 25.0% 감소했다는 흐름을 감안하면 최근 시장은 완만한 하락세라기보다 정책 변화와 선수요가 맞물려 월별 판매량의 진폭이 커진 상황에 가깝다.
때문에 자동차 시장이 실제 침체 국면에 진입했는지를 판단할 분수령은 9~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요 효과가 대부분 사라진 뒤에도 월간 신차등록이 10만대 초반에 머물고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가 이어진다면 단순한 일시적 조정을 넘어 수요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대로 등록대수가 다시 평년 수준을 회복한다면 8월 급락은 6월에 차를 미리 산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수요 공백'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반기 국내외 신차들이 대거 등장하고 3분기 출시했던 차들도 본격적인 소비자 인도가 시작되는 만큼 긍정적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8월 성적표가 가볍게 넘길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최저 판매량, 10만대 선까지 내려온 전체 시장, 국내외 주요 브랜드의 가파른 감소는 소비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경고등만큼은 확실하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의 입구에 들어선 것인지, 아니면 상반기 선수요가 만든 일시적인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인지는 앞으로 한두 달의 판매 흐름이 답을 내놓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