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시즌 시행착오 속 원팀 강조
-GMR-001, 고속 코너 강점 확인
-COTA 목표는 두 대 모두 톱10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이 숨 가빴던 데뷔 시즌의 전반전을 마치고 다시 출발선에 선다. 무대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서킷 오브 디 아메리카(COTA)다. 2026 FIA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WEC) 5라운드 '론스타 르망'을 통해 GMR-001 하이퍼카의 미국 공식 레이스 데뷔전을 치른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최고 엔지니어 저스틴 테일러(Justin Taylor)>
팀에게 이번 경기는 단순한 시즌 후반기 첫 경기를 넘어선다. 이몰라에서 시작해 스파와 르망, 상파울루를 거치며 얻은 경험을 실제 성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네시스의 핵심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브랜드의 고성능 가능성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 최고 엔지니어 저스틴 테일러(Justin Taylor)가 있다. 페라리와 아우디, 캐딜락 등 세계적인 팩토리 프로그램을 경험한 그는 현재 두 대의 GMR-001과 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링 조직 전반을 이끌고 있다.
테일러가 바라보는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첫 시즌은 완성된 차로 결과를 증명하는 시간이 아니다. 오히려 한계에 부딪히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는 "한계에 도전하다 보면 실패는 불가피하다"며 "처음부터 이 여정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팀에 합류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실패를 개선의 기회로 삼고 크고 작은 성과를 함께 축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GMR-001의 데뷔 시즌은 매 경기 새로운 과제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시즌 전 개발과 프라이빗 테스트만으로는 실제 WEC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환경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GMR-001 개발 과정에서는 실전 트랙 레이싱 환경이나 다른 하이퍼카와 함께 주행하는 상황을 경험할 수 없었다"며 "이몰라에서 처음 다른 차를 따라 주행했을 때 차량 거동이 이전과 달랐고 이런 변수에 맞춰 세팅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체득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클래스의 차가 동시에 달리는 WEC 특성상 단독 테스트에서 얻은 데이터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차가 만들어내는 난류와 트래픽, 변화하는 노면 상태와 타이어 등 실전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변수가 적지 않았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이를 한 경기씩 치르며 데이터로 축적했다.
변화는 조금씩 결과로 나타났다. 르망 24시간에서는 GMR-001 한 대가 완주하며 내구성을 확인했고 이어진 상파울루 6시간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테일러는 "르망 완주 자체는 모든 팀원이 쏟아부은 노력이 결실을 본 의미 있는 성과였다"면서도 "#17 차의 리타이어는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상파울루에서는 우수한 예선 성적을 기록했고 레이스 페이스도 안정적이었다"며 "무엇보다 두 대 모두 개러지에 들어가지 않고 레이스를 소화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실전을 거듭하면서 GMR-001의 성격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현재 가장 자신 있는 영역은 고속 코너다. 반면 저속 구간은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때문에 여름 휴식기 동안 팀은 대대적인 하드웨어 변경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새로운 부품을 대거 투입해 단번에 성능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지금까지 확인한 문제를 하나씩 제거하고 레이스 운영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테일러는 "COTA에서 새롭게 도입하는 특정 부품 업그레이드는 없다"며 "대신 전장 계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해 소프트웨어 안정성을 높이고 에너지 절감 방식을 더욱 효율적으로 다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즌 후반기의 첫 시험대인 COTA는 결코 만만한 서킷이 아니다. 총 길이 5.514㎞의 트랙에는 고속부터 저속까지 다양한 성격의 코너가 섞여 있고 노면 요철도 상당하다. 여기에 텍사스 특유의 높은 기온까지 더해진다.
테일러는 "이몰라와 유사하게 노면 요철이 상당히 많아 트랙 자체가 완전히 낯설지는 않지만 더위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며 "브레이크와 엔진 온도부터 드라이버와 엔지니어를 포함한 팀 전체의 컨디션까지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섹터 3는 GMR-001에 까다로운 구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속 코너가 많아 차가 가진 고속 공력 성능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속 코너에서 발생하는 타이어 마모도 변수다.
그는 "섹터 3는 저속 코너가 많아 GMR-001의 강점인 공기역학적 특성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세 개의 연속 우회전 코너 역시 중속 구간이지만 타이어 마모가 심해 페이스 조절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타이어 전략도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았다. 특히 이번 COTA에서는 2026 WEC 시즌 처음으로 하드 타이어가 배정될 예정이다. 이에 테일러는 "더위는 타이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며 "결국 언제, 어떻게 하드 타이어를 투입하느냐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 엔지니어인 그의 역할은 단순히 GMR-001을 빠르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대의 차와 각각의 크루가 하나의 조직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기술과 데이터를 연결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그는 "모든 엔지니어가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구와 정보, 자원을 갖춰주는 것이 내 주된 역할"이라며 "두 차와 각 크루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이면서 연습 주행에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예선과 레이스 전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드라이버들의 경험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신생 팀인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에게 경험의 부족은 피할 수 없는 약점이지만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는 것이다. 테일러는 "드라이버들이 각자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며 "팀이 아직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 출범 초기의 어려움 역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는 "초기 몇 달, 나아가 그 이후 상당 기간은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고 모든 일이 기대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서 모든 팀원이 '원팀'으로 끈끈하게 결속했고 예기치 못한 악재를 발전과 성장의 기회로 바꾸는 동력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국 라운드는 테일러 개인에게도 특별하다. 커리어 대부분을 유럽 기반 팩토리 팀에서 보낸 미국인 엔지니어인 만큼 고국에서 열리는 WEC는 언제나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특히 이번에는 어린 시절 그를 모터스포츠 세계로 이끈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이 직접 COTA를 찾는다.
그는 "커리어 대부분을 주로 유럽 팀에서 유일한 미국인으로 보냈기 때문에 동료들에게 고향을 소개하고 미국을 처음 경험하는 사람들과 그 설렘을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책임을 안고 돌아와 부담도 되지만 여름 휴식기에 우리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확인할 생각에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적 내게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의 불씨를 지펴준 분이 바로 아버지"라며 "아버지는 지금도 가능한 한 레이스를 참관하시는데 이번에도 응원과 조언을 받을 수 있어 위안이 된다"고 덧붙였다.
목표는 분명하다. 두 대의 GMR-001 모두 톱10에 올려놓는 것이다. 하지만 테일러가 COTA에서 증명하고 싶은 것은 순위만이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이미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은 제네시스가 이제 '고성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에서 몇 분만 운전해도 제네시스 차를 쉽게 볼 수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제네시스의 품질과 럭셔리함, 가치에 이미 익숙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제네시스가 고성능 분야에서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은 이몰라를 시작으로 스파와 르망, 상파울루를 지나 이제 미국에 도착했다. COTA에서 목표한 두 대의 톱10을 이뤄낸다면 그들의 시행착오가 분명한 성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