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와 교감하는 순수 드라이빙 머신
-숫자로 흉내 낼 수 없는 완벽한 움직임
슈퍼카의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더 높은 출력을 위해 전기모터를 더하고 배터리를 싣는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서 이제 800마력, 1000마력이라는 숫자도 낯설지 않다. 분명 이전보다 빠르고 강력해졌다. 반면, 그 대가로 차는 무거워졌고 움직임은 복잡해졌다. 운전자가 온몸으로 느끼던 기계적인 감각도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서 마세라티 GT2 스트라달레가 특별하다. 시대의 흐름과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모터의 도움 없이 내연기관의 힘만으로 뒤쪽 두 바퀴를 굴리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집요하게 차를 덜어냈다.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가볍고 강력하며 운전자에게 날것의 감각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더욱이 출발점은 일반적인 슈퍼카가 아니다. 이름 그대로 GT2 레이스카다. 경주를 위해 태어난 차의 기술과 감각을 다시 일반도로로 가져왔다. 흔히 양산차를 개조해 레이스카를 만드는 것과 반대 방향이다. 그래서 GT2 스트라달레는 요즘 보기 드문 '레이스카 기반 슈퍼 스포츠카'라는 표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런 차를 지금 시대에 양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동시에 112년 전 이탈리아 볼로냐의 작은 공방에서 경주차를 만들며 시작했던 마세라티가 여전히 모터스포츠를 브랜드의 뿌리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먼저,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벨트와 함께 만든 탄소섬유 더블 쉘 시트에 몸을 집어넣으면 운전 자세부터 낮다. 알칸타라와 무광 소재가 시야를 채우고 도어 핸들에는 친절하게 'PULL'이라고 적혀 있다. 두툼한 스티어링 휠 역시 평범한 슈퍼카와 거리가 있다.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다가오는 특징은 의외로 출력이 아니다. 가벼움이다. “가벼움이 이렇게 중요했나” 이 차를 운전하면서 줄곧 드는 생각이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차가 경량 스프린터처럼 튀어나간다. 단순히 가속력이 좋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차체 전체가 운전자의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임 하나하나가 손과 엉덩이로 전달된다.
특히, 앞머리와 뒤 꽁무니의 움직임을 믿기 어려울 만큼 세밀하게 읽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 축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있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뒤쪽이 얼마만큼 노면을 움켜쥐고 있는지도 느껴진다.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운전자에게 보내는 정보는 오히려 많아진다.
GT2 스트라달레는 MC20보다 59㎏을 덜어냈다. 숫자만 보면 극적인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GT2 레이스카와 같은 초경량 탄소섬유 섀시를 바탕으로 곳곳에 가벼운 소재를 사용했고 중앙 터널까지 새롭게 설계했다. 덜어낼 수 있는 곳은 집요하게 덜어냈다.
그 결과 차의 물리적인 크기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듯한 경험을 준다. GT2 스트라달레는 분명히 작고 아담한 차가 아니다. 넓고 낮으며 뒤에는 거대한 윙까지 솟아 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으면 체감 크기는 급격히 줄어든다. 마치 작은 로드스터를 몰고 굽이진 길을 헤집는 기분이다. 그래서 가벼운 차가 왜 재미있는지 GT2 스트라달레는 별다른 설명 없이 몸으로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의 근본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마세라티의 자랑인 3.0ℓ V6 트윈터보 네튜노 엔진의 최고출력은 640마력, 최대토크는 720N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2.8초 만에 도달하고 최고속도는 324㎞/h에 이른다. 하지만 GT2 스트라달레에서 이런 숫자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네튜노 엔진은 다른 마세라티 트로페오 제품에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GT2 스트라달레에서는 같은 이름을 붙이고 있다는 사실이 어색할 정도로 성격이 달라졌다. 훨씬 날카롭고 거침없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힘을 준비하는 과정이 짧고 회전수를 올리는 속도 역시 상당하다. 여기에는 8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역할도 크다. 패들을 당겨 변속하는 과정은 마치 시퀀셜 변속기를 다루는 듯하다. 매끄럽게 다음 단수로 넘어가는 데 집중하기보다 적당한 충격과 절도 있는 움직임을 남긴다. 변속했다는 사실을 운전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속도는 더 놀랍다. 패들을 당기려는 순간 차가 이미 운전자의 생각을 읽고 다음 단수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손가락이 명령을 내리면 기다렸다는 듯 기어가 꽂힌다. 엔진 회전수는 다시 가장 맛있는 영역으로 떨어지고 곧바로 다음 가속이 시작된다. 네튜노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린다. 엔진이 숨을 고를 틈을 변속기가 허락하지 않고 변속기가 만들어낸 다음 기회를 엔진이 놓치지 않는다. 둘의 호흡이 워낙 빨라 운전자는 그저 가속페달을 밟고 패들을 당기는 것만으로 엄청난 자극을 전달받는다.
속도를 높일수록 GT2 레이스카에서 가져온 또 하나의 능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공기역학이다. GT2 스트라달레는 시속 280㎞에서 최대 500㎏의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리어 윙은 단순히 멋을 내기 위한 장식이 아니며 후면 대형 익스트랙터와 차체 하부 역시 공기의 흐름을 적극 활용하도록 만들어졌다.
덕분에 속도가 높아질수록 차는 오히려 노면에 달라붙는다. 코너 진입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앞머리를 밀어 넣으면 차체는 놀라울 만큼 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다시 가속페달을 열면 뒤쪽 타이어가 노면을 움켜쥐며 차를 밀어낸다. 그 과정이 지나치게 정제돼 있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한계 부근에서는 차가 끊임없이 움찔거린다. 미쉐린 컵2 R 타이어가 노면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운전자는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통해 작은 슬립까지 읽을 수 있다. 전자장비가 모든 상황을 뒤에서 조용히 해결해주는 차와는 접근법부터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뒤를 미끄러뜨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강력한 힘이 오롯이 뒤쪽 두 바퀴로 전달되는 후륜구동의 성격이 선명하다. 물론 이를 다루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판단과 절제가 필요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GT2 스트라달레가 주는 재미다.
끝없이 치솟는 속도와 좀처럼 레드존을 떠나지 않는 엔진 회전수, 변속 때마다 등을 때리는 충격, 한계에서 조금씩 꿈틀거리는 차체까지 모든 것이 살아 있다. 번호판을 달고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다.
참고로 GT2 스트라달레의 성격은 주행모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먼저, 웻은 젖은 노면에서 가속과 코너링 시 발생할 수 있는 미끄러짐을 적극적으로 억제한다. 640마력을 다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가 가장 적극적으로 운전자를 보호하는 설정이다.
시동을 걸면 기본으로 활성화되는 GT는 GT2 스트라달레가 번호판을 단 자동차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강력한 성능을 품고 있으면서도 효율과 승차감을 고려한다. 서스펜션의 긴장을 풀어주면 생각보다 일상적인 이동도 가능하다. 레이스카의 뿌리를 갖고 있지만 도로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알고 있다.
본격적인 재미는 스포트부터다. 파워트레인의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끌어내고 서스펜션도 역동적인 주행에 맞춰 긴장한다. 가속페달의 작은 움직임에도 엔진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변속기의 존재감 역시 한층 선명해진다.
그리고 코르사에 들어가면 GT2 스트라달레의 본색이 드러난다. 가속페달과 엔진, 변속기의 반응은 더욱 예민해지고 서스펜션 댐핑도 강해진다. 전자식 차동제한장치와 레이스 사양 ABS, ESC까지 트랙 주행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GT2 스트라달레라는 이름에서 '스트라달레'를 잠시 지우고 GT2에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끝에는 코르사 에보가 있다. 별도의 성능 향상 커스터마이징 패키지를 적용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전자제어 개입을 단계적으로 줄일 수 있다. 차가 운전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넘겨주는 셈이다. 동시에 그만큼 더 많은 책임도 요구한다. 주행모드는 단순히 계기판 그래픽과 배기음만 바꾸는 장식이 아니다. 변속과 댐퍼, 전자식 디퍼렌셜, 스티어링, ABS와 ESC까지 함께 움직인다. 운전자가 어느 수준까지 이 차의 본능을 끌어낼 것인지 결정하는 일종의 단계별 잠금장치에 가깝다.
GT2 스트라달레를 타고 난 뒤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것은 640마력이라는 출력도 2.8초라는 가속력도 아니었다. 앞으로 이런 차를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지금의 슈퍼카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전기모터가 엔진의 빈틈을 채우고 정교한 전자제어가 물리적인 한계를 보완한다. 1000마력을 넘나드는 출력도 현실이 됐다. 객관적인 성능만 본다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자동차의 재미가 언제나 숫자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가벼운 차체가 방향을 바꾸는 순간, 엔진 회전수가 치솟는 과정, 기어가 꽂힐 때 몸으로 들어오는 충격, 한계에서 뒤 타이어가 조금씩 미끄러지는 느낌처럼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즐거움도 분명 존재한다. GT2 스트라달레는 바로 그것을 지키고 있다.
편안함보다 가벼움을 선택했고 복잡한 전동화 시스템 대신 강력한 내연기관을 가운데에 얹었다. 모든 움직임을 완벽하게 감추기보다는 운전자가 차의 상태를 느끼도록 내버려둔다. 무엇보다 레이스카의 성능을 양산차에 흉내 낸 것이 아니라 실제 GT2 레이스카에서 출발해 도로 위로 내려왔다. 그래서 이 차의 불편함은 단점이라기보다 성격이고 거친 움직임은 결함이 아니라 매력이다.
112년 전 경주차를 만들며 시작한 회사가 2026년에도 이런 자동차를 내놓는다는 것. 그것만으로 마세라티가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충분히 설명된다. 세상에는 GT2 스트라달레보다 빠른 슈퍼카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GT2 스트라달레 같은 슈퍼카는 오히려 점점 만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차가 더욱 귀하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