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하이브리드 확산에 정비 수요 구조적 감소
-기계 정비에서 디지털 정비로…업계 체질 변화 불가피
-이운상 명장 "업종 확장, 선택 아닌 생존 위한 전환"
자동차가 고장 나지 않는 시대가 정비업계에는 위기가 되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보급이 빠르게 늘고 완성차의 품질과 내구성이 높아지면서 정비소를 찾는 횟수 자체가 줄고 있어서다. 엔진오일과 각종 벨트류를 비롯한 전통적인 소모품 교환 수요도 전기차에서는 상당 부분 사라진다. 자동차 산업의 기술 발전이 역설적으로 정비업계의 일감을 줄이는 셈이다.
정비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단순히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로 바뀌는 수준을 넘어 정비업의 역할과 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과거처럼 자동차를 잘 고치는 기술만으로 살아남기 어려워지면서 정비와 세차, 디테일링, 소모품 관리 등을 한 공간에서 제공하는 복합 카케어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많은 정비업소의 폐업이 예상된다" 이운상 자동차정비 명장의 진단은 짧고 단호했다. 충남 아산에서 설화모터스를 운영하는 그는 2023년 충청남도가 수여하는 자동차정비 직종 명장에 선정됐으며 고용노동부 우수숙련기술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 보험정비협의회와 한국소비자원 자동차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며 현장과 정책 양쪽에서 자동차 정비산업의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이 명장은 앞으로 정비업계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생존을 위한 과감한 투자로 첨단 자동차 정비 시장에 대비하는 정비업소와 그렇지 못한 업체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 명장이 바라보는 변화의 본질은 단순히 차종에 있지 않다. 정비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계적인 부품을 분해하고 교체하는 전통적인 정비에서 전장과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디지털 정비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과 자율주행 기술까지 더해진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센서의 점검과 보정, 코딩 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비인에게 요구되는 역량 역시 기계적인 이해에 머무르지 않고 전기·전자와 통신,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넓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기술 변화에 대응한다고 해서 기존 매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정기적으로 교환해야 할 부품이 적고 신차의 전반적인 내구성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결국 정비소를 찾는 횟수와 작업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명장은 정비업계가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동시에 줄어드는 정비 매출을 보완할 또 다른 수익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목한 분야가 자동차 외장관리다. 기존 정비업을 유지하면서 세차와 광택, 코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거나 장기적으로 매출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방식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B1불스원카케어도 정비업계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회사는 2014년 불스원의 카워시 프로젝트에서 출발해 손세차와 광택, 유리막 코팅, 실내 클리닝 등 자동차 외장관리 사업을 확대해왔다. 2024년에는 엔진오일 교환과 경정비를 담당하는 스페셜티 영역을 추가했고 지난해 9월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다. 현재 전국 매장은 300곳을 넘어섰으며 올해 500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B1불스원카케어와 카포스의 협력도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양측은 지난 3월 충북 청주 카포스 연합회 대회의실에서 김옥수 B1불스원카케어 대표이사와 강순근 카포스 연합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 정비와 프리미엄 디테일링을 결합한 토탈 카케어 사업 협약을 맺었다.
구조는 서로의 강점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카포스 조합원이 기존 소모품 교환과 경정비 기술을 담당하고 B1불스원카케어는 프리미엄 디테일링을 중심으로 카케어 서비스와 관련 제품, 매장 운영 노하우를 제공한다. 전국 1만7,000여개 카포스 정비 네트워크 가운데 우선 250여개 매장이 대상이다.
물론 평생 정비를 해온 사업자에게 세차와 디테일링은 낯선 분야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 역시 업종 확대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 명장은 오히려 정비 경험이 외장관리 시장에서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외장관리보다 정비 작업이 훨씬 어렵고 난도가 높다. 현재 세차장을 겸업하고 있는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정비업보다 외장관리가 특별히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설명에는 경험도 뒷받침돼 있다. 이 명장은 공주대 대학원에서 도장 분야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설화모터스 부설 자동차기술연구소를 통해 도장 관련 정부 R&D 과제를 수행해왔다. 그는 자동차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비인이라면 외장관리 기술을 익히는 속도 역시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차 상태에 대한 소비자의 질문에 직접 답하고 필요한 정비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은 전문 디테일링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다.
단순히 차를 깨끗하게 만드는 곳이 아니라 자동차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필요한 관리까지 제안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비소의 역할을 확장하는 셈이다. 이 명장은 이러한 차별화가 결국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장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정비와 외장관리의 매출 비중이 6대4, 나아가 5대5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부산 구덕점은 이러한 구상을 실제 매장에 옮겼다. 세차 베이에 리프트를 설치해 프리미엄 디테일링과 함께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와이퍼 등의 교환 작업을 한 공간에서 처리한다. 도장면의 미세한 스월마크와 워터스팟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테일링 전용 조명을 비롯해 휠 전용 클리너와 실내 카펫 전용 세척기 등 전문 장비도 갖췄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 명장은 정비소가 충전 서비스와 결합하기에 적합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정비나 세차를 위해 차를 맡긴 시간 동안 충전까지 마치면 소비자는 별도로 충전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정비소 입장에서도 단순 대기 시간을 새로운 서비스와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
기술 교육과 고객 유입도 함께 지원한다. 세차·광택 전문가와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를 초청한 정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제네시스 프리빌리지, 현대 블루멤버스, 기아멤버스 등 완성차 멤버십과 통신사 제휴를 활용한다. 예약 전용 앱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 쇼핑 등을 통한 시공권 판매 역시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드는 수단이다.
협력 범위는 매장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복합 매장에서 사용하는 제품 역시 카포스가 기존에 운영해온 PB 제품과 B1불스원카케어가 공급하는 카케어 전문 제품으로 다변화된다. 조합이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공식 품목으로 채택하는 만큼 검증 과정에도 공을 들였다. 이 명장은 조합원의 실제 수요와 제조사의 시장 인지도,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에게 직접 권할 제품인 만큼 제조 과정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품질 관리 체계까지 살펴봤다는 설명이다. 유통 구조에도 변화를 줬다. 연합회와 제조사가 직접 계약해 중간 유통 단계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소모품의 구매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이 명장은 인터뷰 내내 '전환'을 강조했다. 정비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달라지는 만큼 정비소의 역할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자동차가 변하는 만큼 정비업계도 변화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이것을 정비업의 후퇴가 아닌 새로운 동반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는 이번 복합 카케어 모델을 전국 시도조합과 산하 지회에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현재 25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한 전환 작업이 시작됐고 구덕점 개점 이후 관련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B1불스원카케어 측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정비와 디테일링에 전기차 충전까지 결합한 복합 카케어 매장이 양측이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자동차 정비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자동차를 둘러싼 다양한 관리 수요를 얼마나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속도도, 자동차의 고장이 줄어드는 흐름도 개별 정비업소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결국 정비업계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변화한 자동차에 맞춰 스스로 역할을 넓히는 일이다. 이 명장이 말하는 전환은 새로운 사업을 하나 더 해보자는 제안보다는 앞으로도 정비소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