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계약 성사"..하노버에서 본 미래 상용차

입력 2026년09월18일 08시45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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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터리·수소·가스·디젤까지..운송 환경 따라 해법 제각각
 -20분 초급속 충전부터 3~5분 배터리 교환까지

 

 커다란 빨간 버튼을 누르는 순간 사자 울음소리가 부스 일대를 가득 채웠다. 곧이어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만트럭 부스에 설치된 이른바 '딜(Deal)' 버튼이다. 중요한 계약이 체결될 때마다 버튼을 눌러 이를 알리고 함께 축하한다.

 


 

 15일 찾은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화려한 콘셉트카를 구경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일반적인 모터쇼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운송회사와 완성차 업체,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담을 이어갔다. 전시된 트럭과 밴은 볼거리인 동시에 실제 거래를 위한 상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용차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영역이다. 트럭과 밴은 그 자체로 '돈을 버는 도구'다. 얼마나 빠른지보다 얼마나 많이 싣고 오래 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충전이나 정비 때문에 차가 서 있는 시간도 곧 비용이다. 그래서 이번 IAA에서 미래 상용차를 둘러싼 경쟁도 의외로 현실적이었다. 어떤 동력원이 가장 혁신적인지를 겨루기보다 어떤 차가 더 오래 일하고, 덜 쉬고, 운송비를 줄일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는 배터리 전기트럭부터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엔진차, 가스차, 디젤차까지 다양한 상용차가 한자리에 모였다. 같은 전기트럭 안에서도 해법이 갈렸다. 초급속 충전을 앞세운 회사가 있는가 하면 배터리를 통째로 교환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용차는 '돈을 버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빠른지보다 얼마나 많이 싣고 오래 달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충전이나 정비 때문에 차가 멈추는 시간도 곧 비용이다. 그래서 전시장에서 강조하는 숫자도 달랐다. 최고출력보다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에너지 소비량이 앞에 섰다. 결국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오래 운행할 수 있느냐의 경쟁이었다.

 

 BYD가 공개한 대형 전기트럭 ETT 44가 대표적이다. 651㎾h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372마일(약 599㎞)을 달린다. 1.5㎿급 충전을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20%에서 80%까지 약 20분 만에 채울 수 있다. 이 시간에 확보하는 주행거리는 최대 248마일(약 399㎞)이다.

 

 포톤은 충전시간을 더 줄였다. 세계 최초 공개한 카반 비콘은 메가와트급 충전을 이용해 18분 만에 배터리를 20%에서 80%까지 채운다. 전기 버전의 주행거리는 600㎞ 이상이다. 배터리 교환 방식과 수소 버전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대응한다.

 



 

 GAC의 접근은 또 다르다. T9 전기트럭에는 603㎾h 배터리가 들어가며 최대 475㎞를 달린다. 하지만 충전을 기다리지 않는다. 방전된 배터리를 빼고 충전된 배터리를 넣는 데 약 3~5분이면 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차가 비교적 작은 밴에서도 '멈추는 시간'을 줄이는 경쟁은 같다. 르노 트래픽 밴 E-테크 일렉트릭은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했다. 20분 충전으로 최대 280㎞의 주행거리를 회복한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70㎞ 이상이다.

 

 하지만 차가 커지고 운송거리가 길어지면 배터리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진다. 이 지점에서 수소가 등장했다. 둥펑자동차가 선보인 T1 기반 수소트럭은 1회 충전으로 최대 1,700㎞를 달릴 수 있다. 자체 개발한 400㎾급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했다. 둥펑은 이를 장거리 간선 운송과 자원 운송, 냉장·냉동 물류 등으로 세분화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럭도 수소를 놓지 않았다. 넥스트젠 H2 트럭은 액체수소를 이용해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을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말부터 약 100대를 실제 운송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볼보트럭 부스에서는 선택지가 더 다양했다. FH 에어로를 중심으로 배터리 전기와 수소 내연기관(H2ICE), 가스, 디젤을 사용하는 차를 함께 내놨다. 특정 동력원을 정답으로 제시하기보다 운송거리와 적재량, 충전 및 연료 인프라에 따라 적합한 방식을 선택하겠다는 전략이다.

 

 디젤도 아직 퇴장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 다임러트럭은 차세대 디젤 파워트레인 '파워라이너'를 선보였다. 엔진과 변속기, 액슬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최적화해 기존보다 연료 소비를 최대 4% 줄였다는 설명이다. 2027년부터 악트로스와 아록스에 적용할 예정이다.

 


 

 만트럭의 모습도 비슷했다. 전기트럭을 본격적으로 키우면서 기존 내연기관을 동시에 가져간다. 지난해 6월부터 뮌헨 공장에서 eTGX와 eTGS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기트럭과 디젤트럭을 별도 라인에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함께 만든다. 구동방식과 관계없이 트럭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약 8시간으로 같다.

 

 배터리도 직접 생산한다. MAN은 지난해 뉘른베르크 공장에서 고전압 배터리팩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은 5만개다. 시장 수요에 따라 최대 10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 여기서 생산한 배터리는 eTGL과 eTGS, eTGX 등에 공급한다.

 

 그렇다고 뉘른베르크가 전기차 공장으로 완전히 바뀐 것도 아니다. 이곳에서는 차세대 13ℓ D30 디젤엔진도 생산한다. 최근 배터리와 D30 관련 설비 등을 포함해 뉘른베르크에 투입한 금액은 약 5억유로다. 디젤엔진을 만들던 전통적인 생산거점에서 내연기관과 고전압 배터리를 동시에 생산하는 셈이다.

 


 

 부품업계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쉬는 배터리 전기가 빠르게 성장하겠지만 대형 장거리 운송에서는 수소와 대체연료도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배터리 전기뿐 아니라 연료전지와 수소 내연기관, 디젤 관련 기술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동력원만 바뀌는 것도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은 상용차가 '쉬는 시간' 자체를 줄이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르노 트래픽은 중앙집중형 SDV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을 개선하고 차의 상태도 원격으로 관리한다. '업타이마이즈'를 통해 고장을 미리 파악하고 정비 시간을 줄이는 것도 목표다. 르노는 이를 통해 운휴시간을 최대 50%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GAC는 포니.ai와 개발한 T9 로보트럭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라이다 9개와 레이더 3개, 카메라 13개를 갖추고 레벨4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당장 내년부터 중국에서 운행을 시작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 장거리와 고정 노선, 항만 물류 등에서 운전자 의존도를 줄이는 게 목표다.

 


 


 

 전기 상용차의 영역도 넓어졌다. 기아는 대형 전동화 PBV PV7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지난해 말 유럽에 출시한 PV5에 이어 한 체급 큰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이미 유럽에서의 반응도 뜨거운 편. 먼저 유럽에 상륙한 PV5는 같은 기간 유럽 C세그먼트 전기 밴 시장에서 1만3,603대가 팔려 30.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니 복잡해 보였던 기술 경쟁의 목적은 의외로 단순했다. 더 멀리 달리고, 더 빨리 에너지를 채우고, 조금이라도 덜 멈추는 것이다. 20분짜리 초급속 충전도, 3~5분짜리 배터리 교환도, 1,700㎞를 달리는 수소트럭도 결국 같은 문제를 풀기 위한 서로 다른 답이다. 만트럭이 한 생산라인에서 전기와 디젤트럭을 함께 만드는 것도 아직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하노버에서 확인한 미래 상용차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었다. 전기와 수소, 가스와 디젤은 당분간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으로 달리느냐보다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적은 비용으로 일을 해내느냐였다.

 

 하노버(독일)=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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