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감 따르다 중국산에 종속될 수도
혼다자동차가 생존을 위해 4년 동안 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조1,500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궁금한 건 절감 방안이다. 과연 12조원을 어떻게 아낄 수 있을까? 최근 발표된 혼다차의 원가절감 방안은 중국산 부품 사용 확대다. 흔히 완성차기업의 일반적인 원가 절감은 내부 인건비 상승 억제, 차종별 부품 통합, 공급사 납품 가격 인하, 생산성 향상 등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급사 부품 가격 인하에 ‘중국산 사용’을 확대하라고 요구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중국산 부품 사용 확대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이유가 흥미롭다. BEV 굴기를 내세우며 중국 부품사의 품질 수준이 높아졌고 일부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관련 부품은 일본 내 부품사보다 낫다는 판단이다. BEV를 포기하고 가솔린 하이브리드 중심의 제품 전략을 추진하는 혼다로선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바로 중국산 부품 확장이었던 셈이다.
동시에 혼다는 최근 주요 협력사 미팅에서 개별 맞춤형 원가 절감 목표를 제시했다. 부품을 크게 제조부품, 전기전자 부품, SDV 등의 3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각각의 부문에서 30% 비용 절감을 제시했다. 당연히 부품사들의 불만 목소리는 높아졌다. 가뜩이나 제조 부문 이익이 낮은 상황에서 30% 비용 절감은 불가능하다는 반발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혼다가 제시한 방안이 협력사의 중국산 부품 확대다. 동일 품질이라면 기존 일본 공급사 외에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쓰되 표준화를 위해 2,3차 협력사에도 적극 요구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그간 혼다가 고집했던 일본 내 풀뿌리 부품 기업 협력을 일부 포기하겠다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혼다는 자체적인 원가 절감 뿐 아니라 닛산과 부품 공동 조달도 추진한다. 전장에 필요한 부품을 공동 개발, 사용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시도다. 그간 혼다만의 제품 변별성을 위해 독자 노선을 추진하던 것에서 벗어나 DNA를 섞겠다는 의미인데 혼다로선 제품 철학을 바꾸는 중요한 노선 변경인 셈이다. 물론 이런 전략적 변화는 그만큼 당장 생존이 우선이라는 절박함이 작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혼다는 왜 위기를 겪을까? 일부에선 지나치게 빨랐던 BEV 전략을 꼽지만 전환 속도만 비교하면 혼다가 그다지 앞선 것도 아니다. 기아 또한 비슷한 시기 BEV 전환을 발표했고 나름대로 시장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혼다의 진짜 위기는 단순히 전기차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진 결과라고 분석한다. ICE 분야에서 만들어진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이 운영체제(OS) 개발 지연을 가져왔고, 그 결과 소프트웨어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 눈높이에 뒤처진 결과로 연결된 것이다. 한 마디로 ‘기계’는 잘 만들지 몰라도 ‘소프트웨어는 낙후 기업’으로 인식돼 내연기관 제품까지 판매 부진에 빠진 결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현재 벌어지는 혼다의 위기는 크게 4가지에서 원인이 짚어진다. 먼저 기술 자만심이다. 1970년대 미국이 사상 최악의 환경 규제(머스키법)를 도입했을 때 글로벌 거대 기업인 GM, 포드마저 "구현 불가능하다"고 두 손 들었던 규제를 혼다가 세계 최초로 CVCC 엔진 개발로 돌파한 경험이 대표적이다. 이때부터 혼다 내부에선 "세계가 못 하는 걸 기술 연구소(R&D)가 해낸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연기관 이야기다. 둘째는 순혈주의다. 최고 권력을 가진 독립된 기술연구소가 그들만의 권력화를 만들어냈고 시대 변화에 둔감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IT 기업과의 협력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실패했는데 혼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최고를 만들 수 있다는 오만이 협력의 차단 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세 번째는 가격 정책의 실패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혼다의 브랜드 가치와 내구성은 최고라는 점에 집착, 가격 변동성을 억제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BEV의 외면 전략이다. 뒤늦게 무리한 100% 전기차 전환을 선언했다가 막대한 적자를 내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현장 엔지니어들과 시장의 현실적인 경고와 소통을 차단하며 조직적인 부작용을 키웠다. 그리고 이런 흐름의 결과가 결국 중국산 부품의 사용 확대다. 혼다로선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쓰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방증이고, 이것이 곧 현실이다.
박재용(공학박사, 자동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