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판매 전월 比 45.8% 급감
-1~8월 누적도 28.7%↓, 시장 감소폭 크게 웃돌아
메르세데스-벤츠 트럭이 국내 수입 상용차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신 제품을 투입하고 공격적인 금융 및 서비스 프로그램까지 마련했지만 판매 감소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시장 전체의 부진을 감안하더라도 경쟁 브랜드보다 감소폭이 커 원인을 단순히 경기 침체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8월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신규등록은 26대로 전월 48대보다 45.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요 수입 상용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만이 70대에서 41대로 41.4% 줄었고 볼보트럭은 103대에서 79대로 23.3%, 스카니아는 63대에서 58대로 7.9% 감소했다. 이베코는 오히려 4대에서 8대로 늘었다.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뚜렷하다. 벤츠 트럭의 올해 1~8월 판매는 3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432대보다 28.7% 줄었다. 전체 수입 상용차 시장이 같은 기간 2,749대에서 2,492대로 9.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큰 감소율이다.
경쟁사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시장 1위 볼보트럭은 같은 기간 1,045대에서 965대로 7.7%, 스카니아는 536대에서 509대로 5.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반면, 만은 483대에서 522대로 8.1% 증가했다. 주요 수입 상용차 브랜드가 같은 시장 환경에 놓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츠 트럭의 부진에는 시장 침체 이외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부진의 조짐은 이미 상반기부터 나타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상용차 등록은 29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6대보다 26.8% 감소했다. 특히 판매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전년 대비 실적이 뒷걸음질친 곳은 벤츠가 유일했다. 같은 기간 볼보는 549대에서 558대로 1.6%, 만은 273대에서 315대로 15.4%, 스카니아는 286대에서 300대로 4.9% 증가했다. 중국계 CHTC 역시 42대에서 129대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전체 수입 상용차 시장이 35.0%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요 경쟁 브랜드들이 성장세를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욱이 벤츠 트럭은 제품 노후화를 판매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어렵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차세대 플래그십 트랙터 '더 뉴 악트로스 L 프로캐빈'을 국내에 출시했다. 5세대 악트로스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디자인 변화와 공기역학 개선을 거쳤으며 회사 측에 따르면 연료효율도 이전보다 최대 3% 높였다. 액티브 드라이브 어시스트3를 비롯한 최신 안전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여기에 디지털 차량 관리 솔루션 '플릿보드'까지 국내에 도입했다. 연료 소비량과 평균속도, 공회전 시간 등 운행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적인 차량 관리를 돕는 시스템으로 2026년형 악트로스와 아록스 구매자에게 3년간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럼에도 판매가 뒷걸음질치면서 기대했던 신차효과가 장기간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업계에서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높은 구매 부담을 꼽는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구매 단계에서 가격과 금융 조건, 이후 유지비를 포함한 총소유비용(TCO)에 민감하다. 차 한 대가 곧 운송사업자의 생산수단인 만큼 브랜드 가치나 최신 기술만으로 높은 초기 투자비용을 상쇄하기 쉽지 않다.
서비스 접근성 역시 살펴볼 부분이다. 벤츠 트럭도 서비스 컨트랙트를 통해 정기점검과 유지보수, 보증 연장 등을 제공하고 있어 보증 프로그램 자체가 경쟁사보다 크게 부족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용차에서는 서비스센터의 숫자와 접근성이 승용차보다 훨씬 중요하다. 운행 중 발생한 고장이나 정비로 차가 멈춰 있는 시간 자체가 운송사업자의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볼보트럭과 스카니아 등 경쟁 브랜드들이 전국 단위의 서비스 네트워크와 유지보수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만큼 벤츠 트럭으로서는 높은 차값에 걸맞은 서비스 접근성과 운영 편의성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체감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스타트럭코리아 역시 구매 부담을 낮추기 위한 카드를 적극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에는 벤츠 트럭 전 차종에 최장 120개월의 초장기 할부를 도입하고 트랙터와 카고 구매자에게 3개월 무이자 거치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모델별 최대 1,000만원 할인에 재구매 고객에게 최대 500만원을 추가 지원했으며 트랙터 구매자에게는 트림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상당의 서비스 컨트랙트까지 무상 제공했다.
회사가 단순한 차량 할인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금융과 유지관리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구매자의 가격 부담을 낮추고 판매를 끌어올릴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실제 이 같은 지원책에도 올해 1~8월 판매가 전년 대비 28.7% 감소했다는 점은 뼈아프다.
결국 벤츠 트럭의 과제는 분명해졌다. 신차 투입만으로 판매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높은 가격에 대한 소비자 설득과 서비스 접근성 강화, 실질적인 운행비용 절감 등 상용차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수입 상용차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은 모든 브랜드에 공통된 악재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보다 유독 큰 폭으로 판매가 줄었다면 시장 상황만 탓할 수도 없다. 새 얼굴을 내세운 악트로스 L 프로캐빈의 신차효과마저 오래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벤츠 트럭이 하반기 분위기를 어떻게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