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103대 구매 계약 확정
-대부분 아직 인증 안 끝나..777은 논란 여전
-대미투자 의미 강조해도 "어차피 살 비행기" 지적
대한항공이 보잉 항공기를 대거 도입하는 초대형 계약을 확정했다. 나아가 한미 경제협력과 대미투자의 대표적인 성과로 부각하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보잉은 지난 15일 항공기 103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최종 확정지었다. 지난해 8월 구매 의향을 밝힌 지 1년 만이다. 구성은 737-10 50대, 787-10 25대, 777-9 20대, 777-8F 화물기 8대 등 총 362억 달러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한·미 경제·기술 동맹 강화의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 반세기 대한항공의 주요 거래처였기 때문. '대미투자'라는 거창한 수식어와 달리 앞으로 필요한 항공기를 미리 주문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대한항공은 앞서 2024년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777-9 20대와 787-10 20대를 도입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2025년 해당 MOU 이행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을 강조한 바 있다. 기존의 차세대 기재 도입 계획을 재확인한 정도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뜻이다.
777-9 40대를 도입하는 것 자체도 그리 놀라운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보잉 777 시리즈는 대한항공의 장거리 노선 핵심 기종으로 퇴역 수순을 준비 중인 747과 에어버스 A380의 대체 역할까지 맡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운영 기재를 포함한 대한항공의 777(200ER, 300, 300ER) 운영 대수는 30대, 747(8i)은 4대, 에어버스 A380은 5대로 총 39대다.
문제는 주문 물량의 상당수가 아직 상업 운항을 시작하지 않은 기종이라는 점이다. 777-9는 당초 계획보다 개발 일정이 크게 늦어졌다. 보잉은 지난해 인증 일정 재검토 끝에 첫 인도 목표를 2027년으로 다시 늦췄다. 보잉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777-9 시험기는 약 1,700회, 4,800시간을 비행했지만 계획된 인증 시험의 약 50%만을 마친 상태다.
항공사가 상업 운항 이전에 신형기를 주문하는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보잉의 차세대 777 프로젝트는 2020년 첫 비행 이후 인증에 장기간을 보내고 있다. 보잉은 현재 2027년 첫 인도를 자신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인증 절차는 진행 중이다.
777-9와 함께 도입할 GE9X 엔진도 최근 결함이 발견되며 설계 변경이 진행 중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GE는 해당 엔진을 개선해 2027년 정상 운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인증 절차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항공기 인도 전 생산 슬롯을 선점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계약'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지난 6월 말 기준 보잉의 상업용 항공기 수주 잔고, 즉 밀려있는 항공기 대수는 6,202대다. 특히 777의 경우 이미 루프트한자가 2013년 27대를 처음 주문한 데 이어 같은해 캐세이퍼시픽이 35대를 예약했다. 에미레이트(270대), 카타르항공(124대) 등 중동 항공사들의 대량 주문까지 쌓여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이후 기단 효율화를 고려하면 대규모 신규 발주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만큼 온전히 새로운 투자 성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본래 사야 했던 항공기라면 얼마나 좋은 조건에 계약했고, 언제 제대로 인도받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라고 평가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