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청정수소 확정 투자 1,300억달러 돌파
-세계는 계획·실증 넘어 본격 투자·운영 단계로
-수소 선도했던 한국, 지원 축소·정책 불확실성 커져
글로벌 수소 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가 수소 산업이 계획·실증 단계 넘어 투자 통한 본격 운영 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수소 정책은 규모를 줄이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내용과 무관>
28일 글로벌 하이드로젠 컴퍼스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가 탈탄소 수단을 넘어 에너지 안보, 회복탄력성,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정수소 관련 누적 확정 투자 규모는 1300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사업성 검증을 거쳐 최종투자결정(FID)을 통과한 프로젝트도 570개 이상으로 늘었다는 게 이유다. 가동 중인 청정수소 생산능력 역시 연간 약 170만톤으로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이는 수소 산업이 계획·실증을 마치고 투자 집행을 통한 운영의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로 앞서 IEA 보고서에서 확인된 수소 산업의 실행 단계 진입 흐름과도 같다. 이처럼 수소위원회는 수소 산업이 생태계 기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안정적이고 일관된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은 연료전지와 수전해 등 핵심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는 등 수소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고 2024년 5월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전 세계 국가 중 처음으로 개설하는 등 제도적으로도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한국이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리더십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주요국이 정부 주도로 수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사이, 한국은 지원을 줄이며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 관련 예산도 감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달 초 공개한 2027년 예산안 지출구조조정 내역에 따르면 수소전기차 보조금은 5762억원에서 4457억원으로 23%, 수소충전소 보조금은 1897억원에서 1197억원으로 37% 각각 줄었다.
특히, 수소전기차의 수요 위축이 우려된다. 승용 수소전기차의 개별소비세 감면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돼 2028년 말 종료되고 취득세 감면은 그보다 1년 앞선 내년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시내·마을·농어촌버스에 적용되던 수소전기버스 부가가치세 면세마저 당초보다 2년 앞당겨져 올해 말 조기 종료될 예정이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규모가 축소된 데다 예측 가능성도 낮아졌다. 일반수소발전 개설물량은 1300GWh에서 930GWh로 줄었고 청정수소발전도 500GWh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물량이 축소됐다. 더욱이 수년 치 입찰물량을 사전에 공개했던 기존과 달리 올해는 2026년 물량만 확정하고 2027년 물량은 내년에 정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은 1년 뒤 시장 규모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정부의 수소 정책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수소경제위원회는 2024년 11월 7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2년 가까이 개최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수소 로드맵을 믿고 투자해 온 기업들은 진퇴양난에 놓이고 애써 쌓은 한국의 수소 리더십 위상은 물론 수소 산업 생태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소 시장이 본격적인 투자·운영 단계에 접어든 지금이 오히려 정부 지원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과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개설 등 누구보다 먼저 출발한 한국이 정책 후퇴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렵게 구축한 수소 생태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다시 명확한 방향과 실행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