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GBC에 과학관 들어선다...관건은 '한국화'

입력 2026년10월06일 13시23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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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개 전시물 채울 예정
 -자동차 판매와 상관 없어

 

 자동차 회사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과학관을 만든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는 팔지 않겠다고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032년 글로벌 비즈니스 콤플렉스(GBC)에 선보일 체험형 과학관 이야기다.

 



 

 현대차그룹은 과학관을 자동차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마케팅 시설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단기적인 판매 효과를 노리는 '전술'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는 장기적인 '전략'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지성원 현대차그룹 HMG브랜드경험담당 부사장은 6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열린 'Have Fun with Science(해브 펀 위드 사이언스)' 행사에서 "브랜드와 마케팅을 수립할 때 전략과 전술로 나눌 수 있다"며 "판매 견인에 집중하는 것은 전술적인 방향이라면 과학관은 CSR 개념의 장기적인 브랜드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실제 숫자와 판매 방향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판매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과학관을 만드는 이유는 명확하고 다눈하다. 출발점에는 미래세대의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싶다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어린 시절부터 과학을 교과서와 암기 중심으로 접하면 흥미가 떨어질 수 있고 자연스럽게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반대로 성장 과정에서 과학을 놀이처럼 접하고 스스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경험을 늘린다면 과학에 대한 관심도 달라질 수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익스플로라토리움과 손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69년 문을 연 익스플로라토리움은 전시물을 눈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움직이며 과학 원리를 발견하는 '핸즈온' 방식을 개척한 곳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경험을 한국 문화와 교육 환경에 맞게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팝업 전시를 열었고 올해는 서울로 장소를 옮겨 12종의 전시물을 선보였다. 여기서 얻은 방문객 반응을 토대로 2032년 GBC 과학관에는 약 300개의 전시물을 채울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생각하는 '과학'의 범위도 무척 인상적이다. 단순히 물리와 화학 원리를 알려주는 자연과학 전시장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재 구상 중인 GBC 과학관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한다. 물리학과 역학, 기계학 등을 예술과 접목하는 아트관과 화학 및 각종 실험을 직접 경험하는 실험관, 생물과 사회과학까지 다루는 에코관 등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하나의 공간에서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물체가 왜 움직이고 빛과 소리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이해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이러한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움직이는 보드에서 균형을 잡는 균형 잡기와 도미노 블록을 이용한 릴레이 놀이에서는 물리 법칙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또 바람에 의해 모래언덕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살펴보며 자연현상을 예술적인 경험으로 확장한다.

 



 

 여기에 기술과 문화,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토대로 미래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사회과학 전시도 더했다. 자연현상을 관찰하는 과학에서 출발해 기술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생각하는 데까지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는 과학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와도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나 에너지, 모빌리티, AI와 같은 문제는 어느 하나의 학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연과학을 통해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사회과학적인 시선으로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가져올 변화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과학관에서 분야별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보다 생물학과 물리학, 사회과학 등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경험을 만들려는 이유다. 내용 역시 지나치게 고차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누구나 쉽게 만지고 움직이며 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이다.

 

 관건은 한국화다. 전시물 제작과 연구·실험은 익스플로라토리움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뤄지지만 이를 그대로 옮겨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한국의 문화와 교육 방식, 방문객의 반응을 반영해 국내 실정에 맞는 경험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 부사장은 "콘텐츠를 우리 문화에 맞게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핵심이 될 것 같다"며 "너무 고차원적이기보다는 훨씬 심플하고 눈높이에 맞게 구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과학관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많이 파는 것만으로 기업의 역할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지까지 바라보기 시작했다.

 

 2032년 문을 열 GBC 과학관 역시 이 같은 변화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답에 가깝다. 자동차 판매량을 몇 대 더 늘리는 공간이 아니라 아이가 과학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직접 만지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새로운 질문을 갖게 하는 공간이다.

 

 더욱이 그 질문은 물리와 화학에서 멈추지 않는다. 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자연과학에서 인간과 기술, 환경의 관계를 고민하는 사회과학으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이 만들려는 과학관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답을 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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