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과 효율 모두 챙겨 경쟁력 ↑
-노후 디젤 트럭의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해답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톤 트럭은 조금 특별한 존재다. 단순히 짐을 나르는 상용차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가게이고 누군가에게는 농기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수입을 책임지는 생계 수단이다. 그래서 승용차보다 변화에 민감하다.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화려한지보다 당장 일을 할 수 있는지, 유지비는 감당할 수 있는지, 필요한 순간 어디든 갈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 1톤 트럭 시장에서 오랜 시간 절대적인 존재였던 디젤이 사라졌다. 강화된 환경규제에 따라 완성차 회사들이 디젤 1톤 트럭 생산을 중단했고, 이제 새 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에게 남은 선택지는 LPG와 전기다.
문제는 선택지가 두 개라고 해서 모든 소비자가 쉽게 한쪽을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기존 디젤 1톤 트럭을 운행했던 사람이라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승용차는 생활 방식에 차를 맞출 여지가 있지만 생계형 상용차는 차가 생활 방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전기 1톤 트럭도 운행 여건에 따라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주행 중 배출가스가 없고 저속에서 풍부한 토크를 발휘하며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도심을 중심으로 짧은 거리를 반복 운행하고 밤마다 안정적으로 충전할 수 있다면, 기존 디젤보다 효율적인 업무용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1톤 트럭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농촌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루 이동거리가 일정하지 않고 갑자기 먼 거리를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 특히 농번기에는 차를 세워두는 시간 자체가 손해다. 산길과 비포장도로를 오가거나 무거운 짐을 싣고 움직이는 경우도 많다. 충전시설 접근성과 충전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전기 트럭이 아직 모든 현장의 요구를 충족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LPG 1톤 트럭의 가치가 드러난다. 운용 방식이 기존 내연기관 트럭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 트럭처럼 충전에 긴 시간을 할애할 필요도 없고, 운행 동선 때문에 하루 일정을 크게 바꿀 이유도 없다. 오랫동안 디젤 트럭을 이용했던 사람에게 차량 교체에 따른 생활 방식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뜻이다.
특히 현장에서는 구동방식도 중요하다. 농촌과 산간지역에서는 포장도로뿐 아니라 밭길과 농로, 경사로를 오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4륜구동은 단순한 편의 사양이 아니라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필수 장비가 될 수도 있다. 4륜 구동을 선택할 수 있는 신차 차종은 LPG모델밖에 없다는 점에서, LPG는 연료 선택지를 넘어 현장 수요에도 대응하는 실질적인 대안이다.
그렇다고 LPG가 전기 트럭을 완전히 대신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분명하고, 상용차 역시 결국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전환에는 순서와 속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디젤에서 곧바로 전기로 넘어가기 어려운 운전자에게 전기차만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노후 디젤차의 교체가 늦어질 수 있다. 반면 기존 업무 형태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디젤을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다면 전환의 문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LPG를 전기차의 경쟁자가 아니라, 디젤 의존도를 줄이고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정의 징검다리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정책 역시 이러한 현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반영해야 한다. 탈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에 무게를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향이나, 충전 인프라 및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기 이전까지 상용차는 충전 여건, 주행거리, 주행 환경 등에 따라 자동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두어야 한다. 그 측면에서, 농업 현장의 LPG 화물차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LPG 면세유 배정량 확대 등의 제도 변화가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동차의 친환경 전환은 목적지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특히 하루의 생계를 싣고 달리는 1톤 트럭이라면 더욱 그렇다. 디젤이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운전자가 하루아침에 전기차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우고, 노후 디젤차량의 조기 교체를 이끌 현실적인 자동차가 필요하다.
지금 1톤 트럭 시장에서 LPG를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동화 시대를 늦추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디젤과 더 빨리 작별하고 전동화로 무리 없이 이동하기 위한 현실적인 징검다리. LPG 1톤 트럭의 역할은 바로 그곳에 있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