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현대차 투싼, 칼 끝 대신 손잡이를 다듬었다

입력 2026년10월09일 09시20분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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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넉넉한 공간감, 패밀리카 역할로도 충분
 -DCT 대신 토크컨버터..매끄러운 주행감 강조
 -날카로움보다 편안함, 보편성 뚜렷해

 

 현대자동차 투싼은 어려운 위치에 있는 차다. 개성을 강조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찾는 세그먼트이고 그렇다고 무난함만 쫓기에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SUV라는 상징성이 꽤나 크다. 현대차그룹 SUV 가운데 처음으로 1,000만대 이상 팔려나갔을 정도니 이번 5세대 투싼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고심도 유독 깊었을 테다. 

 


 

 그렇다보니 이들은 특정 취향을 쫓기 보다 세계 여러 시장의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보편성'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이날 시승한 차는 1.6ℓ 가솔린 터보.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강렬한 성능보다 오히려 한층 부드러워진 움직임이었다.

 

 ▲디자인&상품성

 첫인상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전·후면보다는 측면이다. 앞뒤 펜더를 바깥으로 힘껏 밀어낸 듯한 볼륨이 차체를 실제 크기 이상으로 단단하게 보이게 한다. 특히 리어 펜더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차체 중앙부와 대비되는 볼륨 덕분에 SUV 특유의 강인한 자세가 살아난다.

 

 현대차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내세운 표현은 '아트 오브 스틸'이다. 철이라는 소재가 가진 긴장감과 강인함을 차체의 선과 면으로 표현한다는 디자인 철학이다. 말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닌게 실제 차를 보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평평한 철판을 팽팽하게 당겨놓은 듯한 면과 날카로운 선, 크게 부풀린 펜더가 대비를 이룬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신형 아반떼와의 연결점도 읽힌다. 두 차의 형태는 전혀 다르지만 금속의 특성을 강조한 면 처리와 날카로운 그래픽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세단과 SUV라는 서로 다른 형태 안에서 하나의 디자인 언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디자인을 위해 상당한 제조기술도 투입했다. 리어 펜더의 볼륨을 강조한 면적은 기존보다 약 20% 확대했고 후드 길이는 15%, 높이 방향의 볼륨은 50% 키웠다. 복잡한 형상을 실제 철판으로 구현하기 위해 성형 해석과 검증도 기존 차종보다 크게 늘렸다. 차체 자체도 커졌다. 기존보다 전장은 60㎜, 전폭 40㎜, 전고 20㎜ 늘었고 휠베이스도 30㎜ 길어졌다.

 

 늘어난 수치는 특히 2열에서 체감된다. 레그룸은 14㎜, 헤드룸은 29㎜ 넓어졌다. 숫자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뒷좌석에 앉으면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2열 도어가 크게 열리는 것도 반갑다. 개방각이 기존 73도에서 83도로 확대됐다. 문 하나 더 열리는 것이 대단한 변화처럼 들리지 않을 수 있지만 체감되는 개방 각도는 90도에 가깝다.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거나 부피가 큰 짐을 뒷좌석에 넣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겠다.

 




 

 운전석에 앉으면 차체만 키운 차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운전자 주변은 디지털 기능을 중심으로 다시 구성했다.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해 각종 기능과 콘텐츠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다룰 수 있도록 했다. 생성형 AI 글레오는 복잡한 메뉴를 일일이 찾아 들어가지 않아도 음성 명령으로 공조와 내비게이션 등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지도 기반 서비스와 게임 등 차 전용 서드파티 앱을 내려받을 수 있는 플레오스 앱 마켓도 지원한다. 스마트폰처럼 필요한 기능을 추가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실내 곳곳의 작은 변화도 눈에 띈다. 앞좌석에는 스마트폰 두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도록 듀얼 무선충전 시스템을 마련했다. 암레스트 아래에는 안경 등 작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히든 트레이를 배치했고 운전석 쪽 세로형 에어벤트 주변에도 카드 등을 보관할 수 있는 별도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성능

 시승차에는 최고출력 193마력을 내는 1.6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기존보다 최고출력이 13마력 높아졌다. 

 

 다만 실제 도로에서 출력 상승분이 극적으로 체감되지는 않는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등을 강하게 떠미는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힘이 부족하거나 답답하다는 느낌도 없다. 일상적인 출발과 추월 가속에서 필요한 만큼의 힘을 어렵지 않게 꺼내 쓰는 수준이다.

 


 

 실제 주행에서 숫자보다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변속기다. 기존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를 대신해 토크컨버터 타입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다. 출발부터 저속 영역을 지나 속도를 높여가는 과정이 이전보다 매끄럽다. 변속기의 존재감을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보다 엔진의 힘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의 감각도 비슷하다. 묵직하게 중심을 잡거나 노면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산뜻하고 부담 없이 움직인다. 저속에서는 가볍게 방향을 바꿀 수 있고 속도를 높여도 운전자에게 필요 이상의 긴장감을 요구하지 않는다. 차체가 커졌음에도 운전할 때 크기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이유다.

 

 투싼의 전체적인 주행 성격도 이와 잘 어울린다. 토요타 RAV4나 혼다 CR-V처럼 평소에는 편안하면서 필요할 때 차를 몰아붙이면 의외로 경쾌하고 운전하는 재미를 드러내는 성격과는 조금 다르다. 신형 투싼은 운전자에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하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쪽에 가깝다.

 


 

 차체가 움직이는 과정도 날카로움을 앞세우지 않는다. 노면의 충격을 다루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게 단단하게 차체를 붙잡기보다 충격을 한 차례 걸러 탑승자에게 전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는 개발진의 의도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신형 투싼의 서스펜션을 개발하면서 경쟁사의 스포티한 방향과 달리 컴포트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댐퍼 밸브도 극저속과 고속 영역에서 리바운드 특성을 보다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화려한 전자제어 서스펜션 대신 기본적인 댐퍼의 움직임을 다듬어 승차감을 끌어올린 접근이다.

 

 처음에는 조금 심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운전자의 의도에 재빠르게 반응하는 SUV를 기대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투싼이라는 차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투싼은 현대차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SUV 가운데 하나다.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해 만드는 차도, 특정 연령이나 생활방식만을 겨냥하는 차도 아니다. 출퇴근부터 아이 등하교, 장거리 여행까지 수많은 환경에서 불특정 다수가 타야 한다. 그런 차에서 날카로운 운동성보다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의 감각도 인상적이다. ISG 작동 이후 엔진이 다시 깨어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진동이 크지 않다. 여기에는 변속기 마운트에 현대차 최초로 적용한 듀얼 스토퍼 구조가 영향을 미친다. 본래 하이브리드에서 엔진과 모터가 빈번하게 전환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지만 가솔린에서도 재시동 진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정숙성 역시 같은 방향이다. 차음유리 적용 범위를 2열까지 넓히고 흡차음재 적용 면적을 확대했다. 빠르게 달릴 때도 차 안으로 들어오는 풍절음과 노면소음이 비교적 잘 억제된다.

 


 

 ▲총평

 신형 투싼 1.6 터보는 운전자를 흥분시키는 SUV는 아니다. 그리고 어쩌면 투싼은 그래야 하는 차인지도 모른다.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넘어선 차에 필요한 것은 소수의 취향을 저격하는 한 방보다 누구에게 건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이니까. 출퇴근길에서는 부담이 없어야 하고 아이를 태우면 편안해야 하며 주말에는 네 식구의 짐을 넉넉히 삼켜야 한다. 

 

 그렇다고 모범생처럼 반듯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크게 부풀린 펜더와 팽팽하게 당긴 차체 면은 제법 과감하다. 운전에서는 튀지 않되 디자인에서는 존재감을 남긴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네를 위한 차지만, 그렇다고 해서 보이는 모습 까지 평범해보이고 싶지는 않다는 듯이.

 

 칼은 예리한 날 못지않게 손잡이도 중요하다. 얼마나 더 날카롭냐를 떠나 쓰임새를 생각하면 말이다. 신형 투싼도 그렇게 칼끝 대신 손잡이를 다듬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더 많은 사람이, 더 편하게 쥘 수 있도록. 운전 재미보다 편안함을, 과격한 변화보다 완성도를 택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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