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마세라티가 전하는 깊은 속마음, 그란투리스모 프리마세리에

입력 2026년10월12일 09시01분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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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년 그랜드 투어러 역사를 담은 한정판
 -폭발적인 성능과 섬세한 주행 감각
 -럭셔리와 스포츠카의 본질 동시에 품어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프리마세리에 75주년 론치 에디션. 이름부터 상당하다. 한 번에 읽기도 쉽지 않은 긴 이름이지만 그 안에는 마세라티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순히 특별한 색상과 장식을 더한 한정판이 아니다. 브랜드가 추구해 온 그랜드 투어러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자신감을 표현한 차다.

 



 

 이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프리마세리에는 이탈리아어로 '첫 번째 시리즈'를 뜻한다. 자연스럽게 해석하면 첫 생산분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붙은 75주년은 마세라티 그랜드 투어러의 역사를 상징한다. 출발점은 1947년 등장한 A6 1500이다. 당시 마세라티는 레이싱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디자인과 강력한 성능, 장거리 주행 능력을 겸비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오늘날 그란투리스모로 이어지는 계보의 시작이었다.

 

 마세라티는 이 역사의 75주년을 기념해 2022년 신형 그란투리스모와 함께 프리마세리에를 공개했다. 이후 2023년부터 주요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트로페오와 순수전기차 폴고레를 바탕으로 각각 두 가지 색상을 마련했고 구성별 75대씩 총 300대만 생산했다. 희소성부터 남다른 차인 셈이다.

하지만 프리마세리에의 진정한 가치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긴 시간 이어온 마세라티의 정체성을 지금의 기술과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실제 차를 마주하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디자인&상품성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외장 색상이다. 시승차에 적용된 그리지오 라미에라(Grigio Lamiera)는 흔히 볼 수 있는 회색과는 결이 다르다. 그리지오는 이탈리아어로 회색을 뜻하고 라미에라는 얇게 가공한 금속판을 의미한다. 이름 그대로 금속 특유의 차갑고 단단한 질감을 색상으로 표현했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야기도 숨어 있다. 과거 마세라티 작업복에서 볼 수 있었던 옅은 푸른색과 자동차를 구성하는 금속 부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늘에서는 묵직한 회색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햇빛 아래에서는 은은한 푸른 기운이 감돈다.

 











 

 차가운 금속을 정교하게 다듬어 만든 조각품을 보는 듯하다. 여기에 코르세 레드 포인트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차분한 차체 색상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인 긴장감을 높인다. 코르세는 이탈리아어로 경주를 의미한다. 화려한 장식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필요한 곳에 강렬한 색상을 더해 모터스포츠의 정체성을 표현한 것이다. 회색과 붉은색의 조합은 생각보다 훨씬 대담하고 세련됐다.

 

 한정판만의 특별함을 잠시 내려놓고 차 자체를 바라봐도 감탄이 나온다. 기본적인 형상은 아름다운 그란투리스모 그 자체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디자인을 이렇게 우아하게 표현하는 브랜드가 또 있을까 싶다. 마세라티가 디자인을 다루는 솜씨는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긴 보닛과 뒤로 물러난 실내, 낮게 깔린 차체와 유려하게 떨어지는 지붕선까지 어느 한 곳 어색한 부분이 없다. 대형 쿠페가 갖춰야 할 럭셔리한 비율을 완벽하게 구현하면서도 곳곳에 강력한 성능을 암시하는 요소를 숨겨 놓았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부드러움과 강인함의 조화다. 차체를 구성하는 선은 매끄럽고 유연하다. 그렇다고 마냥 온순하지도 않다. 볼륨을 강조한 펜더와 낮은 자세, 날카로운 눈매에서는 금방이라도 도로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가 느껴진다. 우아한 정장을 입었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근육을 숨기고 있는 모습이다.

 

 마세라티 특유의 위압감도 적절하다. 커다란 그릴과 삼지창 엠블럼은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지나치게 공격적이지 않다. 오히려 여유롭고 당당하다. 비싼 자동차라는 사실을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좋은 디자인이 갖춰야 할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한마디로 아름답다. 그란투리스모의 외관만큼은 흠잡을 곳이 없다.

 









 

 실내에서도 감탄은 이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급 소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남다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투톤 가죽이다. 색상 조합부터 감각적이고 손끝으로 전해지는 질감 역시 수준급이다. 부드럽게 감싸는 가죽과 정교하게 마무리한 표면에서는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특유의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코르세 레드 스티치는 실내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한다. 외관의 붉은색 포인트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통일감을 높인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붙잡는 절묘한 장식이다. 여기에 천장을 감싼 알칸타라까지 더해지니 감성적인 만족도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패들시프트다. 금속 특유의 묵직하고 차가운 질감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크기도 상당하고 형태 역시 단단하게 다듬어 놓았다. 단순히 변속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운전자를 자극하는 하나의 기계적인 요소처럼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 뒤에 자리한 커다란 패들을 손가락으로 당길 때마다 본격적인 스포츠카를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풍부하지만 디지털 요소도 충실하다. 풀 디지털 계기판은 필요한 정보를 선명하게 전달하고 주행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중앙에는 커브드 형태의 디스플레이 구성이 자리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인다. 운전자 중심으로 구성한 화면은 조작과 확인이 편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마세라티의 상징인 중앙 시계가 인상적이다. 과거에는 아날로그 시계가 실내의 중심을 잡았다면 이제는 디지털 방식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시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그래픽과 표시 구성을 선택할 수 있다.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더한 영리한 변화다.

 











 

 공간 활용성도 기대 이상이다. 차체 길이는 약 4.9m, 휠베이스는 약 2.9m에 이른다. 대형 쿠페답게 앞좌석은 여유롭고 2열 역시 단순한 장식용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물론 대형 세단 수준의 편안함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쿠페라는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 트렁크 역시 여행 가방을 싣고 장거리 여정을 떠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외모에만 집중한 차가 아니라 그랜드 투어러 본연의 실용성까지 고려했다는 뜻이다.

 

 ▲성능
 시승차는 고성능 트로페오를 기반으로 한다. 보닛 아래에는 마세라티가 자체 개발한 3.0ℓ V6 네튜노 트윈터보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66.3㎏·m를 발휘하며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 최고속도는 시속 320㎞다. 숫자만 놓고 봐도 평범한 GT와는 거리가 멀다.

 

 네튜노 엔진의 핵심은 독특한 연소 기술이다. F1에서 사용된 기술적 개념을 발전시킨 프리챔버 연소 시스템을 적용해 높은 출력과 효율을 동시에 추구한다. 기술적인 설명도 흥미롭지만 직접 운전해 보면 복잡한 구조보다 결과물이 먼저 와닿는다. 반응이 빠르고 힘이 넘치며 무엇보다 엔진을 다루는 과정이 즐겁다.

 

 마세라티를 탈 때마다 느끼는 사실이 있다. 네튜노 엔진은 정말 물건이라는 것.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반응이 명쾌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힘을 내고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연이나 어색한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회전 영역으로 향할수록 엔진은 더욱 활기차게 반응하고 속도계 바늘은 거침없이 올라간다. 강력한 출력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순간에도 힘을 전달하는 과정이 매끄럽다.

 

 변속기와의 궁합도 훌륭하다. 가속 상황에 따라 적절한 기어를 선택하고 변속 과정도 자연스럽다. 운전자의 의도를 읽어내는 능력이 상당하다.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여유롭게 움직일 때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정교하게 잘 다듬은 자동차라는 인상을 준다.

 








 

 더욱 마음에 드는 부분은 주행모드에 따른 성격 차이다. 그란투리스모는 컴포트와 GT, 스포츠, 코르사 등 다양한 주행모드를 제공하는데 각 모드의 개성이 상당히 뚜렷하다. 이름만 바뀌는 수준이 아니라 자동차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는 느낌이다.

 

 먼저, 컴포트 모드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다. 강력한 엔진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차분하게 움직인다. 가속페달 반응은 여유롭고 변속기는 부드러우며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도 유연하게 걸러낸다. 마치 잘 만든 대형 럭셔리 세단을 운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550마력의 고성능 쿠페가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 시내에서 느긋하게 움직이거나 복잡한 도로를 통과할 때 스트레스가 적다. 장거리 여행에서 동승자를 배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랜드 투어러라는 이름에 가장 충실한 모습이다.

 

 GT 모드로 바꾸면 조금 더 탄탄한 감각이 전해진다. 차체 움직임이 한층 정돈되고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도 풍부해진다. 그렇다고 승차감이 불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속 영역에서는 이만한 설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속도를 높일수록 차체가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노면을 붙잡는 감각도 믿음직하다. 장거리 고속 주행에서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여유롭게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고 싶어지는 성격이다. 그란투리스모가 왜 GT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순간이다.

 

 스포츠 모드부터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잠들어 있던 야성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배기 사운드가 한층 선명해지고 가속페달 반응은 예민해진다. 스티어링 휠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더해지며 변속 타이밍도 적극적으로 바뀐다.

 











 

 운전자가 조금만 자극해도 차는 즉각 반응한다. 코너를 향해 진입하고 가속페달을 다시 밟는 일련의 과정이 훨씬 긴장감 있게 다가온다. 대형 쿠페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역동적인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마세라티가 오랜 시간 레이싱 무대에서 쌓아온 경험이 운전 감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코르사 모드가 남아 있다. 이때부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코르사는 말 그대로 경주를 위한 성격에 가깝다. 엔진과 변속기는 더욱 날카롭게 반응하고 배기 사운드는 존재감을 높인다. 차체의 움직임도 한층 직접적으로 전달된다. 주행 안정화 장치의 개입을 제한하거나 해제하는 설정까지 활용하면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영역은 더욱 넓어진다. 더욱이 이 차가 운전자를 대하는 방식이 제법 인상적이다.

 

 최근 고성능 자동차들은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다. 운전자가 조금만 실수해도 각종 전자장비가 빠르게 개입해 자세를 바로잡는다. 강력한 출력을 손쉽게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운전 실력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빠르고 안정적이며 누구나 쉽게 높은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훌륭한 기술이다.

 

 그런데 마세라티는 조금 다른 방향을 바라본다. 물론 그란투리스모 역시 다양한 전자제어 기술을 갖추고 있다. 다만 코르사와 같은 극단적인 주행 설정에서는 운전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허용한다. 동시에 그만큼의 책임도 요구한다. 차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어느 시점에 가속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스티어링 휠을 다룰 것인지 운전자의 판단이 중요해진다. 전자장비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자동차와는 분명 다른 맛이다. 차와 운전자가 끊임없이 대화하며 한계를 이해하고 움직임을 조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스포츠카의 매력 아닐까 한다. 물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코르사 모드의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충분한 운전 실력과 적절한 환경이 필요하다. 특히, 주행 안정화 장치의 개입을 줄인 상태에서는 작은 실수가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도로에서 무리하게 한계를 시험할 차는 결코 아니다.

 





 

 하지만 통제된 서킷에서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차의 움직임을 이해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운전자의 조작에 따라 자동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명확하게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다. 제대로 활용한다면 운전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훌륭한 교보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란투리스모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편안하게 장거리를 달릴 때는 최고급 GT가 되고 운전자가 원할 때는 본격적인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두 가지 성격을 억지로 타협하지 않고 각각의 영역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것이 마세라티가 생각하는 고성능 럭셔리 쿠페의 해답이다.

 

 ▲총평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프리마세리에 75주년 론치 에디션은 여러 의미에서 특별하다. 75년 동안 이어온 그랜드 투어러의 역사를 담았고 한정판만의 색상과 소재로 희소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마세라티만의 철학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디자인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시간이 흘러도 쉽게 질리지 않을 아름다운 비율과 세련된 디테일은 마세라티가 왜 이탈리아 럭셔리 자동차의 상징으로 불리는지 보여준다. 실내 역시 고급 소재와 정교한 마감, 현대적인 디지털 기술을 적절하게 조합해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인다.

 











 

 주행에서는 또 다른 매력이 펼쳐진다. 네튜노 엔진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변속기와 섀시의 조화도 훌륭하다. 특히 편안한 GT에서 날카로운 스포츠카로 변화하는 과정은 이 차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운전자를 대하는 태도다. 요즘 자동차들은 점점 더 많은 일을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운전자의 실수를 줄이고 누구나 쉽고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진화한다. 반면 마세라티는 운전자가 직접 자동차를 다루는 즐거움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빠르게 달리는 것과 잘 운전하는 것은 다르다. 그란투리스모는 그 차이를 알고 있는 자동차다. 운전자를 무조건 능숙하게 만들어주기보다 자동차와 호흡하며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남겨둔다. 이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단순한 가속 성능이나 최고속도 수치로 설명하기 어렵다.

 

 결론을 지어보면 이 차는 아름다움과 야성, 편안함과 긴장감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절묘하게 품고 있다. 평소에는 우아한 그랜드 투어러로 일상을 함께하다가 필요할 때는 운전자의 본능을 깨우는 스포츠카가 된다. 75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동안 무엇을 지켜왔고 앞으로 무엇을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프리마세리에는 그 답을 디자인과 엔진, 그리고 운전 감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운전의 즐거움만큼은 운전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것. 긴 이름 끝에 담긴 마세라티의 진짜 메시지메 다가온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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