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 넓힐 수 있는 탄탄한 라인업 갖춰
-구매 패턴과 다양해진 소비층 겨냥해야
미니(MINI)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개성, 감성, 젊음 그리고 운전의 즐거움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독특한 차체 비율, 선명한 컬러와 개성 강한 실내는 지금도 미니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작은 차체를 민첩하게 움직이는 특유의 주행감각 역시 미니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다.
문제는 미니가 여전히 이런 단어들만으로 설명돼야 하느냐다. 한국에서 미니의 역사는 이미 짧지 않다. 미니코리아는 2005년 국내에 공식 출범했다. 어느덧 20년이 넘었다. 당시 미니를 처음 접했던 30대 소비자는 이제 50대가 됐고 40대였던 사람은 60대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미니의 제품도 크게 달라졌다. 그런데 미니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개성 강한 젊은 사람의 차'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미니를 설명하는 언어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사실 미니의 개성을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도로 위에서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멀리서도 미니를 알아본다. 원형 헤드램프와 독특한 차체 비율만으로 정체성이 드러난다. 실내에 들어가면 커다란 원형 OLED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자인과 제품 자체가 이미 미니라는 브랜드를 충분히 말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 개성을 넘어 자동차로서 얼마나 좋은가를 보여줄 차례다. 실제로 지금의 미니 라인업을 보면 과거와 상당히 다르다. 쿠퍼 하나로 상징되던 소형차 브랜드의 범위를 넘어 에이스맨과 컨트리맨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내연기관과 순수전기차를 함께 갖추면서 소비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커졌다.
컨트리맨을 예로 보면 미니를 여전히 작고 귀여운 차라는 틀 안에서 설명하기가 어렵다. 현행 컨트리맨의 전장은 4,445㎜, 전폭은 1,845㎜, 전고는 1,660㎜에 달한다. 이전 세대보다 길이는 150㎜, 높이는 105㎜ 커졌다. 5명이 탈 수 있고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적재공간은 최대 1,450ℓ까지 늘어난다.
이 정도면 미니라는 이름 때문에 패밀리카 후보에서 제외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3~4인 가족에게는 고려해 볼만한 선택지가 된다. SUV의 높은 시야와 활용성을 갖췄고 지나치게 큰 차체가 주는 부담은 덜하다. 도심에서 다루기 쉬우면서 주말에는 가족과 짐을 싣고 이동할 수 있다. 여기에 BMW그룹의 최신 기술과 운전자보조 시스템, 디지털 환경도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에이스맨은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쿠퍼보다 활용성이 높고 컨트리맨보다 작다. 전장 4,085㎜의 차체에 5도어와 5인승 구성을 갖췄다. 도심 출퇴근부터 가족의 일상적인 이동까지 감당하면서 큰 SUV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알맞은 크기다.
쿠퍼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처럼 재미있는 세컨드카로만 볼 필요가 없다. 가족 구성원이 적거나 혼자 또는 부부가 주로 자동차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오히려 작은 차체가 실질적인 장점이다. 특히 자녀가 독립한 뒤 더 이상 큰 SUV나 세단이 필요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쿠퍼 5도어 등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판매 일선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니 판매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에는 중장년 소비자의 관심과 구매가 과거보다 두드러진다는 설명이 나온다. 자녀를 키울 때 사용했던 큰 SUV나 세단 대신 부부가 편하게 탈 자동차를 찾거나 은퇴를 앞두고 일상에서 부담 없이 유지 및 사용할 프리미엄 자동차를 찾다가 미니를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자연스러운 변화다. 자동차 소비에서 나이는 생각만큼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 60대라고 반드시 대형 세단을 타야 하는 것도 아니고 30대라고 무조건 작고 개성 강한 차를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가족 구성과 주거 환경, 운전 빈도와 생활 반경이 자동차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자동차에 요구하는 조건도 달라진다. 자녀가 함께 살 때는 넓은 뒷좌석과 큰 트렁크가 중요하지만 부부 두 사람이 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큰 차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줄어든다. 대신 주차하기 편하고 다루기 쉬우면서도 품질과 안전, 편의장비에서는 타협하고 싶지 않은 요구가 생긴다. 여기에 프리미엄 소형차가 들어갈 자리가 있다.
또 최근에는 소비 패턴에도 다양성이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가 5,000만원 안팎의 예산으로 자동차를 고를 때 미니와 비교하는 차는 반드시 비슷한 크기의 자동차만이 아니다. 국산 중형 SUV일 수도 있고 수입 중형 세단일 수도 있다. 요즘 소비자는 차급보다 자신의 생활에 어떤 자동차가 더 잘 맞는지를 놓고 선택한다. 그렇다면 미니는 작아서 더 합리적인 프리미엄 자동차라는 가치를 적극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결국 미니가 넓혀야 할 것은 소비자를 바라보는 범위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니는 한국에서 자신의 존재를 충분히 알렸다. 이제 길거리에서 미니를 보고 어떤 브랜드인지 설명해야 하는 단계는 지났다.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을 소비자에게 학습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래서 다음 단계가 중요하다. 이제 미니는 젊고 개성 있는 사람이 타는 자동차에서 좋은 작은 차를 원하는 사람이 타는 프리미엄 자동차로 영역을 넓혀야 한다. 디자인과 감성은 제품이 스스로 말하게 두고 브랜드는 공간과 효율, 안전과 품질, 편의성과 상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며 프리미엄 경험을 더욱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시대도 미니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1편에서 살펴봤듯 67년 전 미니가 탄생했을 때도 핵심은 작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다. 제한된 공간과 에너지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자동차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리고 지금 미니의 제품들은 그 철학을 현대적으로 다시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설명하는 방법도 이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미니는 더 이상 특별하고 개성만 따라가는 젊은 사람만의 차가 아니다. 어쩌면 미니가 앞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사실은 바로 그것인지도 모른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