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봉제·집안일까지 촬영..8~10시간에 5~10달러 받아
-사람의 손놀림이 AI 학습 데이터로..새로운 노동시장 형성
-로봇은 선진국에서 만들고 학습 데이터는 인도에서 생산
인도에서 로봇을 가르치기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했다. 생각보다 단순하다. 머리에 카메라를 착용하고 하루 종일 일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일이다.
27일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최근 일상적인 작업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로봇 학습용 데이터로 판매하는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머리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한 채 평소 하던 일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인공지능(AI)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에 판매된다. 하루 8~10시간을 촬영하고 받는 돈은 5~10달러 수준.
흥미로운 점은 촬영 대상이 특별한 기술이나 고도의 전문 작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발사가 손님의 머리를 자르는 모습, 재봉사가 천을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과정, 가사 노동자가 물건을 정리하는 행동까지 모두 데이터가 된다. 평범한 일상이 로봇에게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교재인 셈이다.
이 같은 영상이 필요한 이유는 로봇 개발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기존 산업용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데 특화돼 있다. 반면 최근 개발 중인 범용 로봇과 휴머노이드는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물건의 크기와 위치가 달라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판단하는지 학습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로봇을 훈련할 수 있지만 현실의 복잡한 환경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어렵다. 물체를 잡는 손의 움직임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순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대응 방식은 실제 작업 영상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다.
인도가 이러한 데이터 생산지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풍부한 노동력과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가 있다. 복잡한 장비 없이 카메라를 착용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방식이어서 데이터 수집 규모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다만 작업자들이 받는 보수와 데이터의 최종 가치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촬영에 참여한 노동자는 하루 5~10달러를 받지만 이들의 작업 영상은 향후 수많은 로봇을 훈련하는 데 반복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 데이터가 AI 모델 개발에 사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도 쟁점이다.
인도가 단순한 원시 데이터 공급처에 머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 노동자가 촬영한 영상을 해외 기업이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데이터 수집과 가공, AI 학습 기술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한다면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로봇 학습 데이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토요타는 생산현장에 장기적으로 약 40만대의 로봇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도 휴머노이드의 공장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토요타는 숙련공의 노하우를 피지컬 AI에 학습시켜 이를 생산 현장에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결국 사람의 노동이 로봇을 가르치는 새로운 노동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역설적으로 사람의 노동이 로봇을 키우는 산업이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홍준 기자 hj.park@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