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월 영업이익 1억 유로 그쳐…전년 대비 98% 급감
-중국 부진·미국 관세·전기차 수익성 악화 '삼중고'
-“사업 구조 개편과 효율화에 속도 낸다”
폭스바겐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로 위기에 직면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과 미국의 관세 부담, 전기차 판매 확대에 따른 수익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이익이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룹은 대규모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일시적 실적 부진을 넘어 기존 사업 운영 방식 전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30일 폭스바겐그룹이 발표한 2026년 3분기 누적 실적에 따르면 올해 1~9월 매출액은 2,334억 유로로 전년 동기(2,387억 유로) 대비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억 유로에서 1억 유로로 약 98% 급감했다. 매출 감소폭은 제한적이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셈이다. 특히,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최대 1%로 제시하면서 그룹이 처한 경영 환경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특별손실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1~9월 총 87억 유로의 특별항목을 반영했으며 이 가운데 78억 유로가 3분기에 집중됐다. 포르쉐 영업권에 대한 64억 유로 규모의 비현금성 손상차손과 중국 내 연결 종속기업 자산에 대한 약 10억 유로의 손상 조정, 독일 오스나브뤼크 공장 매각 계획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별항목 반영 전 영업이익은 88억 유로, 영업이익률은 3.8%에 그쳤다. 미래차 개발과 전동화 전환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판매 실적 역시 부진했다. 올해 1~9월 자동차 판매량은 590만 대로 전년 동기 660만 대보다 11% 감소했다. 특히, 중국 시장의 위축이 전체 판매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중국 합작법인을 제외한 판매량은 1%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중국을 포함한 전체 실적에서는 낙폭이 크게 확대됐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담과 글로벌 가격 경쟁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전기차 사업의 성장과 수익성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익성에는 부담이 커지는 구조에 직면했다. 현재 전기차의 수익성이 내연기관차보다 낮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9월 유럽 내 신규 주문량은 3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 신규 주문량은 39% 늘었다. 9월 말 기준 유럽 출고 대기 물량도 약 110만 대에 달하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특히, 도심형 전기차 패밀리는 약 15만 건의 주문을 확보하며 시장의 관심을 입증했다.
이는 폭스바겐그룹이 전동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보다는 전동화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수익성 확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기차 수요가 늘고 신차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전기차 원가 경쟁력 확보가 그룹의 수익성 회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폭스바겐그룹 역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르노 안틀리츠 폭스바겐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올해 1~9월 실적은 한 가지를 분명히 보여준다"며 "폭스바겐그룹은 단 한순간도 지체할 여유가 없으며 신속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별항목 반영 전 영업이익률 3.8%는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지속하기에 너무 낮은 수준"이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일관된 실행"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내부에서도 현재의 수익 구조로는 미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그룹은 약 310억 유로, 우리 돈 약 46조원 규모의 포괄적인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그룹이 마련한 '미래 계획'을 중심으로 모델 라인업 간소화와 조직 구조 단순화, 차량 원가 개선, 간접비 절감, 생산공장 효율성 제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시에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나선다.
특히, 이번 계획은 비용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복잡한 제품 구성과 조직 체계를 정리하고 생산 및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여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 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전동화와 미래 기술에 필요한 투자는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다행히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지표도 확인됐다. 올해 1~9월 자동차 부문 순현금흐름은 44억 유로로 전년 동기 18억 유로 대비 145% 증가했다. 투자 축소와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영향을 미쳤다. 9월 말 기준 순유동성도 330억 유로를 기록하며 비교적 견고한 수준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이 급감했음에도 당장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향후 전망은 보수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올해 연간 매출액을 약 3,150억 유로, 영업이익률은 최대 1%로 예상했다. 자동차 부문 순현금흐름은 30억~60억 유로, 순유동성은 320억~340억 유로 수준으로 전망했다. 미국 관세와 지정학적 긴장,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변동, 배출가스 규제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의 이번 실적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동시에 기존 내연기관 사업의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고 중국과 유럽에서는 치열한 가격 경쟁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결국 폭스바겐그룹의 향후 경쟁력은 전동화 기술이나 신차 출시 속도뿐 아니라 이를 얼마나 효율적인 사업 구조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규모 비용 절감과 조직 개편이 실질적인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위기를 인정하고 체질 개선에 나선 폭스바겐그룹의 변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