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경비정같이 잘 달리는 BMW 330i

입력 2003년08월05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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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었다. 아반떼보다 조금 큰 차체에 231마력짜리 3.0ℓ 엔진을 얹은 차의 힘이 어떨 지. 그러나 막상 차를 타보니 예상 이상이었다. 으르렁거리는 엔진음, 몸을 뒤로 젖혀지게 만드는 액셀반응, 뱀처럼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몸체는 운전자를 두렵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차가 BMW 330i였다.

*디자인
 330i는 다부지고 탄탄한 모습이다. 볼록한 펜더와 광폭타이어에서 스포츠카 냄새가 풍긴다. 이 차는 성능에 걸맞게 스포츠카인 M3에 들어가는 몇 가지 장비를 달았다. 앞뒤 범퍼를 튀어나와 보이게 하는 키트, 일반형보다 10㎜ 정도 차체를 낮춘 스포츠 서스펜션, 버킷 타입으로 실내바닥에 딱 달라붙은 스포츠 시트와 스포크에 구멍이 난 스티어링 휠, 알로이 휠 등이다. 커다란 휠과 타이어는 듬직해 보인다.

 BMW차의 인테리어는 대부분 복잡하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수많은 버튼들은 쉽게 익숙해질 것 같지 않다. 절제된 나무 소재가 차를 고급스럽게 만든다. 중형차부터 나무로 실내를 도배하는 국산차업체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다. 사물함은 여럿인데 컵홀더가 없다.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지만 오랜 운전에선 허리에 부담을 준다. 실내공간이나 트렁크룸은 구형보다 조금 커졌다. 트렁크 문에 내장한 공구함은 BMW의 아이디어다.

*성능
 330i의 시동을 걸면 마치 맹수의 경고같은 엔진음이 들린다.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소리일까. 이를 무시하고 액셀 페달을 밟으면 출발 때부터 몸이 휙 젖혀진다. 조심해서 가볍게 밟아도 어지간해선 튀어나간다. 억울하게도 동승자가 “왜 이렇게 운전을 거칠게 하느냐”며 핀잔을 준다. 그 만큼 파워가 뿜어져 나온다.

 회전수가 올라갈수록 엔진음은 웅장한 사운드로 바뀐다. 창문을 열었을 때 들리는 스포츠카의 배기음이 운전자를 흥분시킨다. 어느 정도 밟다 보면 순식간에 시속 180㎞다. 통쾌할 정도의 가속력은 거의 최고수준이다. 별로 의도하지 않는데도 주로 달리는 속도대가 160∼200㎞다. 최고속도는 시속 240㎞까지 내봤다. 도로여건만 되면 더 달릴 수 있을 것같다. 반면 2,000rpm 이하에선 상대적으로 토크가 약하게 느껴진다. 기어비 문제로 보인다.

 330i는 힘에 관한 한 부러운 게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엔진파워를 차체가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다. 시속 200㎞대의 고속주행에선 이 때문에 접지력이 떨어진다. 차가 가볍게 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고속 코너링에서 마음놓고 차한테만 의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안정감을 잃지는 않는다. 우려되는 건 운전기술이 떨어지는 사람이 출력만 믿고 지나치게 빨리 달리다 당황해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절제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할 이유다.

 튜닝된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얌전하게 운전하는 사람이라면 딱딱하다고 불평할 정도다. 그럼에도 뒷바퀴굴림인 데다 넘치는 출력 때문에 노면상태가 안좋은 곳에선 미끄러진다. 이 때는 제어장치가 작동한다. 코너링 때나 급차선 변경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 차는 DSC(적극적 주행안정장치)가 꼭 필요하다. 운전기술이 뛰어나다면 이 장치를 꺼놓고 달리면서 직접 제어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겠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옆 차로를 달리는 BMW 728iL을 봤다. 웃음이 났다. 차체는 훨씬 크면서도 엔진배기량이 시승차보다 작아서다. 그러나 두 차는 개념이 다르다. 7시리즈가 순항함이라면 이 차는 쾌속경비정이다. BMW는 그러나 이 차를 사는 고객에게 반드시 주의사항을 알려줘야 한다. 너무 막 달리지 말라고.

강호영 기자 ssyang@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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