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말 방영됐던 "KBS 추적 60분" 보도를 두고 GM대우측의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추적 60분에 방영된 내용은 자동차회사의 불공정 관행을 꼬집는 것으로 방송의 대부분이 GM대우차인 레조와 마티즈의 결함만을 집중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GM대우는 공영방송이라고 자부하는 KBS가 방송내용을 편파적으로 편집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KBS는 당초 야심차게 추진중인 생방송 시민프로젝트 "나와주세요"의 아이템으로 레조의 엔진 결함 문제를 다룰 예정이었다. GM대우는 이에 대해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회사 제품에 여러 문제가 있는데 유독 레조만 걸고 넘어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KBS는 GM대우의 의견을 받아들여 아이템을 추적 60분으로 넘겼고, GM대우 외 자동차회사들의 잘못된 정비관행으로 보도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실제 방송의 대부분은 레조와 마티즈의 결함으로 채워졌다. "나와주세요"를 위해 촬영된 레조 운전자들의 부평공장 앞 시위장면도 방영됐다. 프로그램 방영 후 GM대우는 KBS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이고, 레조 계약자들의 해약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GM대우는 현재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문제는 해결방안이 없다는 것.
회사측은 리콜을 실시할 경우 엔진을 교체해야만 하고, 이 경우 회사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본다. 게다가 엔진을 바꿔도 결국 같은 엔진이어서 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레조의 단종과 함께 기존 레조 고객에게 현금보상을 해주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이 또한 회사의 존폐와 직결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GM대우는 소비자에게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보다 정밀한 조사를 통해 자체 엔진 결함으로 인정될 경우 소비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회사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태파악도 제대로 못한 데다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다.
처음부터 차를 잘 만들었어야 하지만 이제는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그렇다고 GM대우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 소비자 그리고 메이커가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격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권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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