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새해 자동차 시장 전망도 지역별로 엇갈린 경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미국은 올해 생산이 등록 기준으로 1천500만대를 초과할 것으로 3일(이하 현지시간) 관측됐다. 이 수준은 금융위기 이전의 1천700만대에는 못 미치지만 미국 경제의 한 축인 자동차의 회복세가 견고함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도 올해 자동차 산업이 계속 순항하면서 처음으로 생산에서 유럽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유럽은 계속되는 유로 위기 충격 속에 특히 이탈리아, 프랑스 및 스페인 시장 위축이 두드러지면서 자동차 산업이 계속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 미국 자동차 신규 등록, 올해 1천500만대 돌파 전망 = 리서치 기업 폴크는 2일 미국의 자동차 신규 등록이 올해 1천53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근 7%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자동차 생산은 이보다 많은 1천540만 대로 추산됐다.
지난해 판매는 1천450만 대에 그쳤을 것으로 폴크는 관측했다. 이것도 미국이 금융 위기에 빠진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는 2005년 기록적인 1천700만 대에 달했다가 금융 위기가 절정이던 2009년 1천40만 대로 3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난 12월과 지난해 전체 판매 집계는 4일 발표된다.
폴크는 미국 자동차 "빅 3"가 올해 모두 43개 신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라면서 이것도 판매 증가를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에 나온 신모델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로 비교됐다. 그러나 "재정 절벽"이 일단 타협돼 부자 증세가 실행되는 점 등은 자동차 판매 증가에 걸림돌로 지적됐다. 또 이번에 타결에서 제외된 재정지출 감축과 여기 연계되는 차입한도 상향을 둘러싼 백악관과 공화당의 추가 기 싸움도 소비를 위축시켜 역시 자동차 판매에 제동을 걸 것으로 관측됐다.
◇ 유럽 자동차 시장, 올해도 계속 부진 = 크레디트스위스와 자동차 산업 전문 분석기관 오토어낼리시스 등이 2일 낸 전망치에 의하면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지난 몇 년 사이의 바닥으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도 부진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다.
독일과 함께 유럽 자동차 강국이 돼온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 3개국은 모두 재정 위기로 흔들려왔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40만대가 팔려 한해 전보다 근 20%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97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프랑스도 지난해 전체 판매가 190만대로 14%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수준은 1997년 이후 가장 낮다. 스페인은 지난 11월과 12월 지난해보다 각각 20%와 23% 하락하면서 지난해 전체 판매가 70만대에 못 미친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의 전년대비 감소율은 13%로 분석됐다. 스페인의 연간 자동차 판매가 이처럼 줄어든 것은 최소한 1989년 이후 처음이다.
폴크스바겐, 푸조-시트로앵 및 르노 등 유럽 상표는 물론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차 역시 유럽 판매가 지난해 모두 큰 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유럽 자동차 시장 부진이 다른 분야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면서 철강 등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 올해 유럽 생산 첫 추월 전망 = 파이낸셜 타임스는 2일 자에서 PwC와 크레디트스위스 및 UBS 등 5개 전문기관 분석을 종합해 중국이 올해 자동차 생산에서 처음으로 유럽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소형 트럭을 포함해 올해 모두 1천960만 대를 생산해 유럽의 1천830만 대에 앞설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해만 해도 유럽은 1천890만 대를 생산해 중국의 1천780만 대에 앞섰다. 이로써 중국의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올해 23.8%로 상승할 전망인데 반해 유럽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점유율은 2000년까지만 해도 3.5%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은 1970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2대 가운데 1대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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