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2016 부산모터쇼 현장에서 언론들과 1대1로 만나 그 동안의 일들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한 것. 적극적인 소통의 첫 행보인 셈이다. 이 자리에서 쿨 사장은 "과거 98%의 디젤 비중을 현재 85%까지 낮췄다"며 "앞으로 이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쿨 사장과의 일문일답.
-왜 그동안 숨어있었는지.
"우선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디젤 배출가스 조작사건은 우리에게도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다. 당시 프랑크푸르트 출장중이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심각한 사태에 대해 전해들었다.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조사 중인데,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보니 왜 이렇게 정보를 전달해주지 않는 지에 대해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출석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폭스바겐 본사는 한국을 매우 전략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있어 결코 소홀하게 대우하지 않을 것이다. 일부러 소통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나 역시 폭스바겐의 제품과 전략, 미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굴 만나든 나에게 던지는 질문은 늘 "디젤"이었다. 정보가 없어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숨긴다는 인상을 주더라도 노출 자체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사태가 명확하게 해결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천천히 소통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시장에 비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많은 한국사람들이 이 사태에 대해 미국과 비교한다. 그러나 미국과 한국의 시장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바로 규제기준에 대한 부분이다. 오히려 한국은 유럽기준과 유사하다. 이미 유럽은 리콜을 시작한 나라가 있다. 한국에서도 환경부에 배출가스 조작을 바로잡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출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가 끝나면 여름쯤 본격적인 리콜절차에 돌입한다"
-오늘 자리가 부담스럽지 않았는지.
"전혀 그렇지 않다. 배출가스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 언론과 더욱 자주 접촉하고 소통했을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고 난 뒤에 고객 접촉을 시도했다. 폭스바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일을 어떻게 느끼는지 알고 싶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의 이미지는 지난해 4분기 때 매우 떨어졌고, 점차 회복하는 중이다. 리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이미지가 좀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디젤사태 이후에도 디젤을 안고 갈 것인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우리차의 배출가스 성적이 나쁘지 않다. 상위 30% 안에 드는 호성적을 거뒀다. 디젤이 내뿜는 미세먼지가 가솔린이나 천연가스가 배출하는 양과 비교해 비슷하다는 보도도 있었다. 결국 디젤은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자는 데 기술적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절대적인 질소산화물 배출량 또한 유로6 기준에서는 통제가 가능하다. 이미 폭스바겐도 친환경 플랫폼을 준비한 상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디젤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향후 국내 라인업에 가솔린을 추가한다든지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은.
"우리 계획은 파사트 GT와 티구안을 4분기에 출시하는 것이고, SUV 카테고리의 신차를 4종 정도 더 추가하는 것이다. 모든 세그먼트에 엔진 종류에 상관없이 다양한 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과거 폭스바겐의 디젤차 비중은 98%에 달했다. 지금은 85%로 낮아졌다. 우리에게도 TSI라는 좋은 가솔린 엔진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TSI를 비롯한 여러 틈새모델을 들여오도록 노력하고, 점차 디젤 비중을 자연스럽게 낮출 계획이다. 친환경 제품에 대해서는 2주 후에 본사에서 한국 출시를 위한 회의를 갖는다. 아직 한국은 전기차 보급이 더디지만 인프라를 갖춰 나가는 만큼 좋은 흐름을 탈 것으로 본다. 아직 우리에게 분명한 계획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친환경차 역시 라인업에 들어올 것이다"
-브랜드 자부심이 떨어진 소비자를 위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고객 반응을 살피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가 벌어진 후 보냈던 편지가 고객 주소가 바뀌는 등의 영향으로 잘 전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고객 데이터를 재조사하는 과정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고객과 직접 만나는 게 어렵다. 보통은 딜러가 최우선 접촉하고 있는데, 그래서 틈이 생긴다. 이제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갖추려고 한다. 패밀리데이 역시 부활시킬 계획이다. 리콜을 시작하면 제품에 대한 어떠한 불이익도 차단할 것이다. 고객이 편하게 리콜받을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리콜절차를 훌륭히 수행하는 판매사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고객이 원하면 직접 차를 가져가는 픽업 딜리버리 서비스를 실시하겠다. 리콜의 주 내용인 프로그램 수정은 약 30분이 걸린다. 이를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고객이 근처에 일을 봐야 하는 상황일 때는 직접 데려다 줄 것이다"
-폭스바겐차의 할인이 만연해 잔존가치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는데.
"우리가 판매한 차의 잔존가치를 지키는 건 수입사의 의무다. 과도한 할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공정거래 측면에서 가격을 우리가 통제할 순 없지만 판매사 이익이 줄어드는 출혈경쟁을 하지 않도록 가격을 권고할 수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한국에서 파는 폭스바겐차가 비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독일과 비교해 한국이 20~30% 저렴하다. 그래도 우리는 가격정책을 유연하게 펼칠 것이다. 또 한국에서 폭스바겐을 보유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 왜 폭스바겐차를 사야 하는 지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다. 여기에 재구매자에 대한 로열티 프로그램도 곧 마련할 것이다"
부산=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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