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식 100% 위탁생산, 車회사 부담 줄여줄 것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를 더 이상 직접 만들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가정일까? 하지만 지속적인 품질관리의 어려움, 비용의 효율성 문제, 대폭 낮아진 자동차 산업의 진입 장벽 등이 이 같은 가정을 현실로 가져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폰을 포함, 연간 2억대의 완성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하는 애플은 생산 공장이 없다. 한국을 포함한 각 국의 업체로부터 부품을 싼 값에 구매, 인건비가 낮은 중국 등에 위탁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글로벌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애플식 위탁 생산방식이 자동차 제조분야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중이다. 품질관리, 비용소모, 노사분규 등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면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자동차회사는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식이다.
물론 생산을 직접 하지 않는다고 자동차회사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만큼 상품성 높은 자동차의 개발은 언제나 필연이어서다. 그래서 자동차 위탁생산은 이미 과거부터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 대표적으로 글로벌 3위 자동차 부품회사인 마그나(Magna)는 계열사 마그나 슈타이너를 통해 벤츠와 BMW, 재규어로버 등 프리미엄 브랜드 일부 차종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1조3,000억원을 투입해 전기차를 연간 20만대 규모로 위탁받아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기아차 모닝을 제조하는 동희오토가 대표적이다. 기아차가 수익성 낮은 경차를 자체 인건비로 감당되지 않아 내놓은 생산을 위탁, 나름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위탁생산의 비율이 점차 늘어갈 환경적 여건은 충분하다. 이미 제조업의 혁명이라 불리는 3D 프린팅이 자동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왔으며,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임박해 오고 있다.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에서 자동차를 찍어낼 일이 더 이상 상상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폭스콘은 전기차 관련 투자를 최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기화와 자율주행으로 대변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을 논할 때 "제조"는 "이동성"이라는 키워드에 밀린 지 이미 오래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복잡한 과정에서 자동차 회사가 제조에 매달림으로써 잃는 것이 너무 크다는 얘기다. 그래서 포드, 크라이슬러와 GM 등 미국 빅3를 모두 거친 밥 러츠도 최근 이런 말을 했다. "자동차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언제까지 제조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을 것인가?"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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