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경차의 전성시대는 끝났나

입력 2017년12월28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전년 대비 판매 4만대 감소, 소형 SUV로 소비자 이탈
 -경차 제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 충분

 경차가 점차 시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17만대가 팔렸을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올해는 11월까지 12만대로 줄었고, 12월을 감안해도 13만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1년 사이 무려 4만대가 증발하면서 이른바 "경차 전성시대"가 끝났다는 해석마저 나오는 중이다. 

 경차 판매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소형 SUV의 선전이다. 세금 감면이라는 경제적인 혜택과 주차 및 통행료 할인이라는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이 전혀 없는 소형 SUV로 젊은 층의 시선이 옮겨갔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판매 현장의 목소리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일선 영업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차를 구매하는 젊은 소비층이 "세제혜택"보다 소형 SUV로 이동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차 시장의 소비자 이탈 현상은 이미 예견돼 왔다. 경차는 철저하게 정책(세제 및 운행 지원) 지원에 따라 인기 여부가 결정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사이 제조사마다 가격 올리기에 치중했다. 차종도 3가지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세제 지원이 있으니 가격을 올려도 세제 혜택을 포기하지 않는 소비자가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시장의 특수성이 제조사의 "최다 판매, 최대 이익" 전략을 구축하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소형 가솔린 SUV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실제 경차 가격이 해마다 오르면서 일부 경차는 풀옵션 가격이 1,700만원을 넘은 반면 가솔린 소형 SUV의 엔트리 가격은 1,600만원, 주력 제품은 1,800만원대가 형성됐다. 그러니 고급 경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가운데 일부가 소형 SUV로 이동할 가능성이 열렸고 실제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대표적으로 기아차 레이 프레스티지 풀옵션은 1,705만원인 반면 스토닉 1.4ℓ 가솔린 디럭스 기본형은 1,655만원, 선택품목을 더하면 1,830만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경차의 세제 혜택 포기가 아쉽지만 그래도 SUV 구매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는 수요가 있고, 이들이 걸음을 옮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다시 불거져 나오는 주장이 경차 지원에 대한 전면 재검토다. 제조사가 세제 지원을 적극 활용해 비싼 경차를 내놓는 마당에 세제 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아니면 시장 자체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소형차로 지원을 확대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지원 자체를 중단하는 것 말이다. 1990년 초반 많은 국민들이 자동차를 보유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자동차를 보급하기 위해 시작된 경차 지원 제도가 25년이 넘은 지금 시점에도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또한 지원 여부와 별개로 경차 규정을 다듬어야 한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해외에서 국산 경차와 경쟁하는 마이크로 자동차가 한국에선 너비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세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정부의 역할이 기업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경쟁의 마당을 만들고 공정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라면 일부 차종의 경차 배제는 오히려 경차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공정한 마당이 만들어져 시장이 커진다고 판단하면 제조사는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해도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투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실제 일부 기업이 새로운 경차를 준비하면서 SUV가 대세라는 점에 착안, 경형 SUV를 선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경차의 전성 시대는 이제 서서히 저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