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해마다 발간하는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글로벌 시장에 등록된 신차는 9,283만대다. 이 중 완성차를 가장 많이 생산한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은 2,811만대를 만들었다. 이어 1,217만대를 생산한 미국, 920만대의 일본, 621만대의 독일, 448만대의 인도, 422만대의 한국 순이다. 연간 지구 전체에 풀리는 새 차 가운데 절반 이상은 미국, 중국, 일본에서 만든다.
그런데 각국이 생산한 자동차가 모두 자국 내에서만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완성차 수출을 기준하면 오히려 독일이 465만대로 가장 많고, 463만대의 일본, 276만대의 미국, 265만대의 한국, 262만대의 멕시코, 243만대의 스페인 순이다. 세계 1위 자동차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은 81만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정부는 여기에 집중했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포화상태인 자국 수요에 기대기보다 해외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이번 FTA로 미국이 획득한 수입 할당량 확대도 그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공장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한국으로 들어가는 미국산 차의 물량 확대를 요구했다는 뜻이다.
-미국에 공장 보유한 독일 및 일본 업체가 수혜 입을 것
-브랜드 국적 불문, 미국 생산 및 수출 증대가 목적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으로 유입된 완성차는 모두 5만5,611대다. 포드를 비롯한 쉐보레와 짚 등 미국 브랜드 제품은 2만581대에 그치고, 오히려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의 일본 브랜드 제품이 2만2,352대로 가장 많다. BMW와 벤츠 등 독일 브랜드도 1만2,678대가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 수입됐다. 아직은 모두 합쳐도 5만대 안팎의 적은 비중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장기적으로 이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서 디젤 규제가 강화되고 가솔린 수요가 증가하면 미국에 공장을 가진 일본 및 독일 업체들이 미국산 제품의 한국 수출 물량을 확대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그때 이번 협상에서 쟁취한 쿼터 제한 5만대가 본격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어차피 한국으로 들어가는 완성차는 미국 내 토요타, 벤츠, BMW 등 다양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해당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미국인이며, 수출이 늘어나면 미국인들의 소득과 일자리가 함께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이 많을수록 그만큼 관련 산업군의 비중도 커진다. 완성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조립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언제나 인근에 부품 공급단지가 들어서고 마찬가지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파생되는 일자리까지 감안하면 그 파급력은 상당하다.
아직은 지레 짐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과연 트럼프가 제시한 연간 5만대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오히려 미국 업체보다 일본이나 독일 업체들이 해당 조항을 더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공장을 가진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또 하나의 달콤한 수출 길을 열어준 셈이다. 비록 한국 내 수입차의 시장 규모가 작을 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보면 가까운 시점에 5만대 할당제 대상에 포함되는 수입사가 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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