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와 손잡고 탑승객 표정, 심박수 등 인식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
-조명, 아로마, 시트 진동, 음악 등 감각 통한 접근 "표정 분석 결과 피곤하신 것 같습니다. 화면에 나오는 영상과 시트 진동에 맞춰 심호흡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차 안에 탑재한 카메라가 탑승객 얼굴을 인식하고 표정을 분석한다. 동시에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서 심박수를 재고, 이를 바탕으로 감정상태와 건강정보를 파악한다. 기자가 다소 피곤하고 불편함을 느낀다고 판단한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화면에 고요한 호수 이미지를 띠우고 심호흡을 권한다. 화면에 숫자로 숨을 들어마시고 내쉬는 시간을 표시하고, 이에 맞춰 시트는 진동으로 심호흡을 유도한다. 은은히 풍겨져 나오는 아로마 향기가 안정과 휴식을 찾도록 돕는다.
기아자동차가 지난 8일(현지 시간)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공개한 "사람의 감정에 대응하는 자율주행" 솔루션이다. 기아차의 "실시간 감정반응 제어(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R.E.A.D. 시스템"은 운전자 생체신호를 자동차가 인식, 탑승객이 느끼는 차 안의 환경을 통합 제어해 실내공간을 최적화하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인공지능(AI)의 머신 러닝 기술과 고도화된 카메라 및 각종 센서 그리고 차 제어 기술을 융합한 결과물이다.
준비는 오래 전부터 시작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CES에서 "자율주행을 넘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기능적으로 정밀하게 작동하는 걸 뛰어넘어 이용자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새로운 기술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기술 융합에 몰두해 내놓은 결과물이 "R.E.A.D 시스템"이다. 운전에서 해방한 탑승객에게 자율주행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감성주행의 공간"으로 진화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협업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산하 어펙티브 컴퓨팅그룹과 했다. 사람이 자율주행차에 오른 순간부터 가속과 감속, 진동, 소음 등 다양한 주행환경과 실내외 환경조건 속에서 탑승객 생체정보 및 감정상태를 차가 스스로 학습한다. 각종 생체정보는 차 내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받아들이고, 여러 정보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이 탑승객의 감정상태를 파악한다. 이를 기반으로 음악과 온도, 조명과 진동, 향기 등을 통합 제어해 최적화한 실내환경을 운전자에게 능동적으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R.E.A.D. 시스템은 레벨3~4 자율주행차를 기반으로 한다. 운전자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할 수도 있고, 자율주행 모드를 활성화하면 스스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통상 레벨3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모드를 고를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R.E.A.D. 시스템은 여기서 더 나아가 운전자 상태를 파악하고 스스로 자율주행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상태에서 수초간 눈을 감고 있으면 운전자가 몹시 피곤하거나 건강 상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자동차 스스로 자율주행 모드로 변환한다. 동시에 운전자를 포함해 탑승자가 휴식할 수 있도록 시트가 스스로 기울어 편안한 자세를 유도한다.
지금까지 자동차업계에서 제안한 생체정보 인식 기능은 운전자 한 명만을 위한 게 대부분이다. 기아차는 R.E.A.D. 시스템을 통해 탑승객 전원의 얼굴정보를 인식, 각 탑승객에게 맞춤식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널찍한 디스플레이는 모든 탑승객들이 각자 원하는 정보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조작 방식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 버튼을 배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디자인 상 터치식 디스플레이를 배치해도 탑승객의 손이 닿기 어려운 거리에 화면이 위치할 수 있다. 기아차가 내놓은 해답은 가상터치식 제스처 제어 기술인 "V-터치(Virtual Touch)"다. 탑승객은 화면을 응시하고 허공에 손가락을 가리키거나 좌우로 움직여 각종 기능을 쓸 수 있다. 3D 카메라가 이용자 시선이 향하는 방향과 손가락의 벡터값을 계산, 손끝으로 허공을 짚어도 마치 디스플레이를 터치한 것처럼 작동한다. 현장에선 조명, 온도 및 공조기,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실제로 작동할 수 있었다.
음악감응형 진동시트는 탑승객이 자율주행차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걸 넘어 온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작동하는 것. 음악의 주파수와 비트에 따라 시트 패드 및 등받이에 진동이 울리는 기술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선언한 자율주행차의 양산화시점이 불과 몇 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자동차업계에서 소개한 자율주행기술의 대부분은 주행과 관련된 기능적 측면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아차는 자율주행차가 사람에게 얼마나 친밀하고 어색함없이 다가갈 수 있는 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알버트 비어만 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R.E.A.D. 시스템은 첨단 자동차 제어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감정지능을 융합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은 실내 공간에서 차와 사람의 상호 작용이 될 것이고, 차와 사람이 "감각"이라는 의미 전달 수단을 통해 자연스럽고 세심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안효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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