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문 미세먼지 감축, 관련 세제 개편 전제돼야
-미세먼지 감축 방법, 국민적 합의 도출돼야 가능
지난 2008년, 국내에 연간 124만대의 완성차가 판매됐을 때 경유차는 37만8,000대로 67만8,000대의 휘발유차보다 무려 30만대 가까이 적었다(한국자동차산업협회 2017 한국자동차산업). 2009년에는 격차가 더 벌어져 경유차보다 휘발유차(84만대)가 40만대 가량 많이 판매됐다.
하지만 경유차가 서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0년이다. 그해 47만대를 넘어서더니 이듬해는 53만대로 증가했다. 그리고 2013년은 67만대에 도달해 65만대의 휘발유차를 결국 넘어섰다. 그 뒤로 경유차는 96만대(2015년)로 정점을 찍었고 2017년 82만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대로 휘발유차는 2013년 최저점을 찍은 후 다시 반등해 2017년 기준 75만대까지 회복됐지만 여전히 경유차보다 판매가 적다.
흥미로운 것은 지역별로 다른 경유차 비중이다. 등록대수로는 단연 서울의 경유차 등록이 113만대로 가장 많지만 휘발유차(160만대)에 비하면 적다. 마찬가지로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의 대도시일수록 휘발유차가 경유차 등록을 앞선다. 하지만 제주, 경북, 전남, 전북, 충남, 충북 등에선 여전히 경유차 등록이 휘발유차보다 많다.
이런 가운데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정부가 경유차 운행 억제를 들고 나왔다. 나아가 오래된 경유차를 새로 바꾸거나 LPG로 전환할 때 보조금을 주고, 이것도 모자라 LPG차 규제를 전면 완화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가 위기론을 언급하며 국가기후환경회의라는 기구까지 출범시켰다. 어떻게든 미세먼지를 줄여보자는 움직임이다.
주목할 점은 미세먼지 감축의 주요 항목 중에 "자동차" 부문이다. 특히 경유차는 미세먼지가 언급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대상이고 강력한 배출규제 대상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도 경유차 수요를 휘발유 또는 LPG로 이동시키기 위해 경유차 혜택을 폐지했고 운행은 억제하는 중이다.
하지만 경유차의 운행 또는 구매를 억제한다고 미세먼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착시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어차피 탄소를 태워 동력을 얻는 자동차에서 휘발유차도 미세먼지는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꼽히는 게 모든 자동차의 운행 억제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문제라면 그만큼 화석연료를 덜 태울수록 배출가스 또한 줄어드는 게 당연한 논리여서다. 이 말을 돌려 표현하면 국민의 자유로운 이동권이 제약될수록 공기가 맑아지는 게 지금이 현실이다.
하지만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면 차를 바꾸는 기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대차수요가 줄어 정부의 세금 수입도 감소한다. 그리고 운행이 자제될수록 기름 사용을 하지 않으니 막대한 유류세도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자동차 운행 억제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는 있어도 국가의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지금이야 전체 등록대수가 여전히 증가세여서 세금도 안정적으로 확보되지만 해마다 승용차의 연간 주행거리가 짧아지되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세금은 자동차 등록증가가 뒷받침하는 구조다. 다시 말해 국민들이 자동차를 많이 사야 세금 규모가 유지되는 구조라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부문의 미세먼지 감축은 단순히 화석연료의 문제가 아니라 화석연료를 태울수록 정부의 세금이 늘어나는 게 핵심이다. 가뜩이나 쓸 돈이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자동차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화석연료 사용이 많아질수록 정부의 살림이 넉넉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한 자동차부문의 미세먼지 감축 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그러니 미세먼지를 줄이자고 자동차 운행을 억제하자는 목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정부가 자동차 구매 및 운행 단계에서 부과되는 12가지 세금 가운데 일부를 포기할 각오가 돼 있다면 모를까 지금의 정책으로는 미세먼지 감축에 한계가 분명하다. 단적으로 자동차 운행에 따른 유류세로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액만 연간 26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대책은 크게 4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구매와 운행 억제로 줄어드는 자동차 관련 세금을 점차 늘어나는 친환경차에 부과해 보전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경우 오히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친환경차 보급이 가로막힐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가 아닌 다른 항목에서 보전하는 방법도 떠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 이용에 따른 세금을 신설해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때는 자동차 수요 감소에 따른 일자리 축소를 고민해야 한다. 가뜩이나 자동차산업이 각 나라의 민족주의 산업으로 변모하는 마당에 내수 판매가 위축되는 사안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차 보유 단계에서 오히려 세금을 더 높여야 한다. 세수 감소에 따른 증세를 자동차 운행 과정에서 보전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전제는 자동차세는 물론 유류세도 더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생계를 보전하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한다. 마지막은 세금을 적게 내는 영업용을 줄이되 자가용 공유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영업용의 운행을 자가용으로 대체하면 이동권 제약을 최소화하면서 세금을 일부 보전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국내 대중교통 체계의 전면 개편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
이처럼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게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역할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모두가 "윈-윈"하는 묘수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국민적 합의를 통해 상식적인 해결책을 선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막대한 자동차 관련 세금을 어디서 보전할 것인가를 사전에 세워놓지 않으면 자동차 부문의 미세먼지 감축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재용(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