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스마트폰이 자동차를 지배하는 세상

입력 2019년05월12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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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Key) 없는 세상, 디지털 키로 구현
 -차 외부에서 모든 움직임 제어 가능

 바지 주머니에 키가 없어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던 사람이라면 이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동차 키의 역할을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있어서다. 이른바 "디지털 키(Digital Key)"로 불리는 앱만 다운받으면 된다. 전통적 개념의 키(key)가 없어도 스마트폰에 디지털 키(Key)를 내장해 운전자를 확인, 시동이 걸리는 개념이다. 이모빌라이져 기능이 들어가고 키 팝(Key Fob)이라는 리모컨만 있어도 최신 스마트키로 불리던 시절이 무색할 만큼 스마트키의 진화 속도는 빠르다. 

 본격적으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디지털 스마트키의 시작은 꽤 오래됐다. 지멘스(Siemens)가 1995년 처음 개발해 1998년 메르세데스-벤츠 W220 S클래스에 "키레스 고(Key-less Go)"를 적용한 게 시작이다. 이후 2016년 콘티넨탈은 "스마트 액세스" 개념을 소개했다. 기존에 RF(무선주파수)와 LF(저주파)라는 별도의 주파수 없이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보편화 된 BLE(블루투스 주파수)를 활용하는데, 가상의 키는 통신망을 이용해 내려받는다. 그리고 필요하면 디지털 키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다가 이미 "오타키(OTAKeys)"라는 자회사를 통해 해당 기술을 카셰어링 업체에 제공한다는 점도 내세웠다.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키를 생성해 자동차 문이 열리고, 시동마저 걸리며 창문을 열고 공조기를 작동하는 제어도 이제는 일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는 언제나 보안이다.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보안의 중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모비스가 생체정보(지문)와 고도로 암호화된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키 시스템을 개발해 현대기아차에 탑재한 것도 보안 강화 차원이다. 스마트키가 없어도 지문만으로 문을 열고 시동까지 걸 수 있는 "지문 인증 스마트키 시스템" 방식이며, 세계 최초로 중국형 싼타페 "셩다"에 적용했다. 또한 근거리무선통신 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와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키도 국내 최초로 8세대 신형 쏘나타에 탑재했다. 디지털 스마트키의 약점으로 꼽혔던 보안 문제를 "지문"과 연동해 해결한 셈이다.  물론 소유자가 원하면 여러 명이 지문을 등록해 사용할 수도 있다. 사람 고유의 생체정보인 지문을 암호화해 식별하기에 위변조에 따른 위험 우려가 없는 게 장점이다. 

 이 같은 디지털 스마트키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동차에서 전통적 개념의 "키(Key)"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일이다. 대신 키의 역할을 모바일이나 생체정보로 넘겨 필요하면 누구나 차를 이용하도록 만든다. 자동차 1대 혹은 여러 대를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기 위해 키를 받으러 다니는 대신 이용자 정보로 키가 생성된다면 공유가 쉬워지고 키를 분실했을 때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제조사가 가장 신경쓰는 항목은 단연 보안이다. 기기들의 연결이 전파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누군가 불순한 의도로 통신의 고속도로인 전파에 올라타면 제품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어서다. 단순한 암호화 외에 생체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결국은 보안 차원의 접근인 셈이다. 하지만 개인의 생체정보도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지금도 해외 영상에는 스마트키 시스템을 복제해 자동차를 훔쳐가는 장면이 많다. 자동차 제품 정보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수많은 정보가 유출돼 악의적인 용도로 사용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스마트 디지털키를 반긴다. 굳이 무거운 키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분실 위험도 적어서다. 물론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마트폰과 함께 관련된 많은 정보는 의도치 않은 곳에 활용돼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동차 이용이 편리해질수록 개인 정보의 중요성 또한 함께 높아지는 배경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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