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권에 대한 근본적 해법 찾기 나서야
-대중교통 체계 전면 개편 함께 논의 필요
버스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정부와 지자체, 버스업계가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는 중이지만 해결책을 놓고도 이견이 끊이지 않는다.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는 요금 인상이다. 오랜 시간 버스 요금이 오르지 않았던 만큼 올릴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중앙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인상을 기피한다. 요금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이는 표심과 직결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인상해야 한다면 최소화를 선택하고 부족한 부분은 중앙 정부가 채우라고 맞서는 중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이미 1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사안이다.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재의 버스 체계를 유지하려니 사람은 더 필요하고, 줄어든 근로 시간 만큼 임금도 보전하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와 중앙 정부 또한 추가 비용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논의를 뒤로 미루다 파업 소식이 들려오니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사실 비용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버스라는 대중교통이 가진 공공과 민간의 동시 속성 탓이 크다. 근무 시간을 줄여 탑승자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이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비용은 민간이 해결하라니 버스 사업자로선 당연히 요금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버스 노조의 파업은 오를 수밖에 없는 비용을 중앙 정부든 자치단체든 상관없이 해결하라는 압박성 메시지인 셈이다.
따라서 현실적인 해결책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진다.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요금을 많이 올리는 것과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을 늘리거나 새로 주는 것, 그리고 근무제를 다시 탄력근무로 바꾸는 방법이다. 물론 요금 인상은 시민 부담, 보조금 높이는 것은 자치단체 부담, 근무제 변경은 기사들의 부담이다. 이처럼 누구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모두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양보안이 거론된다. 자치단체는 요금 인상을 하되 최소화하고 부족한 비용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나눠 부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지금의 사태가 해결돼도 구조적 갈등의 씨앗은 남는다는 점이다. 당장 요금 인상 등으로 국민의 이동권 불편은 막을 수 있지만 비용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요금은 높이되 적자가 많이 나는 노선의 배차를 조정하고,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이동의 불편을 택시로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일부 자치단체마다 이미 복지택시를 운영 중인 만큼 이동의 공급을 분산시키자는 해결책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동의 분산"이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과 직결돼 있어서다. 거창하게 "4차 산업"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4차 산업의 대표로 꼽히는 게 모빌리티 부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이동 방식의 변화는 언제나 기존 대중교통체계와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대표적인 갈등의 시작이 "승차공유" 즉 "라이드 셰어링(Ride Sharing)"이다. 지금까지 이동이 필요할 때 손 흔들며 택시 잡다가 이제는 호출 앱을 사용하고 일반 택시 외에 어느날 갑자기 렌탈 택시가 등장했다. 그리고 택시의 대체재로 자가용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쉬지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이동 방식은 모두 오랜 시간 성벽처럼 구축된 기존 교통체계를 파고들어야 생존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시내버스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용자가 많지 않은 시간에 운행되는 것은 비용 부담을 발생하니 그 시간에 적자를 줄이기 위해 통근전세버스를 투입하자는 의견도 많다. 쉽게 보면 "버스"라는 이동 수단이 부족해 이동권이 제약되는 게 아니라 "시내버스"라는 교통체계 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려니 모두가 부담을 갖는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계속 늘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누구도 선뜻 "그래야 한다"고 답을 못한다. 그 뒤에는 엄청난 추가 비용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버스 파업이 던지는 화두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비용 보전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진행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앞으로도 적자가 계속될 대중교통 체계를 공공성이라는 명분으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일부 기능을 승차공유 등의 민간 영역으로 넘길 것이냐에 대한 본격적인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는 뜻이다. 양 측 의견이 팽배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당자사 간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빌리티 부문에서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