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루라이드·팰리세이드 美서 동반 판매 호조
-국내 전용 모하비, 연 2만대가 공급 마지노선 현대기아자동차의 대형 SUV가 나란히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팰리세이드와 텔루라이드 얘기다. ANDC(Automotive News Data Center)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본격적인 출고에 들어간 기아차 텔루라이드는 8월까지 월 평균 5,600대 이상이 등록됐고 지난 8월에는 올 들어 6,374대의 최고 실적을 거뒀다. 6월부터 북미 수출길에 오른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7월 4,464대, 8월에는 5,115대를 내보내며 출시 두 달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등 대형 SUV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에 기아차는 조지아공장의 텔루라이드 생산을 기존 연 6만4,000대에서 8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울산4공장에서만 조립했던 팰리세이드 역시 이달부터 울산2공장에서도 생산에 들어갔다. 합산 월 1만대 이상 수준으로 국내 판매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수요가 뒷받침 되는 한 연 6만대 수준은 북미에 공급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형제차다. 북미 출시 시기가 겹쳤음에도 불구하고 동반 호조를 보이며 현대기아차의 북미 SUV 시장 개척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기아차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텔루라이드의 "국내 수입 불가" 방침을 세웠고, 팰리세이드는 최대 1년이라는 상상초월의 출고 대기 기간에 소비자 2만명이 이탈한 상태다.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 불가의 배경 중 하나는 같은 차급을 지키고 있는 모하비의 존재이다. 2008년 출시한 모하비는 10년 간 단 한 번의 완전변경 없이 명맥을 이어오다 최근 내외관 디자인을 바꾼 신형으로 재출시됐다. 일각에선 모하비를 단종하고 텔루라이드를 출시할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현대차 그룹은 팰리세이드와 판매간섭, 노조와의 생산 합의 과정 등을 우려해 텔루라이드 도입을 일축했다.
기아차는 모하비가 국내에서 플래그십 SUV의 지위를 계속해서 누릴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국내 흔치 않은 "프레임타입"의 정통 SUV인 만큼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어 텔루라이드의 공백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업계는 텔루라이드의 국내 출시가 여러모로 현대기아차에 이득이 될 것이란 시각이다. 팰리세이드와 엔진 및 플랫폼 등 핵심 부품을 공유하는 만큼 생산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으며 프레임보디를 쓰는 모하비 보다 생산 단가가 낮아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보아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이 이점을 지니는 만큼 현대기아차의 "절대 수입 불가"라는 방침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시장은 항상 변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차의 "텔루라이드 절대 출시 불가"라는 입장에도 업계는 여전히 "현재로써 불가"라고 해석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텔루라이드와 팰리세이드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은 이미 북미 시장에서 입증됐다"며 "최근 출시된 모하비가 명맥이 끊길 때쯤엔 텔루라이드 도입을 기대해도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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