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의 문제일 뿐 기술은 이미 완성
일반적으로 자동차에 화석연료를 넣는 행위는 "기름"을 의미하는 한자 "유(油)"를 사용해 "주유(注油)"라 하고 주유하는 장소는 "주유소(注油所)"다. 그러니 기름을 대체하는 다른 연료가 주입되면 가운데 글자 "유(油)"만 바뀌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동차에 "수소(水素)"를 넣으면 "주수소(注水所)", 배터리에 전기를 넣는 곳이면 "충전소(充電所)"로 구분하자고 말이다. 그래야 어떤 수송 에너지를 넣는 곳인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모두 연료 주입 장소가 모두 "충전소"로 인식되고 있다. 전기라는 에너지가 직접 들어가든 아니면 전기로 전환 가능한 수소가 자동차에 들어간 후 바퀴를 움직이든, 최종 에너지는 전기인 만큼 둘 모두 전기차로 여기는 탓이다.
그런데 배터리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충전기는 설치가 비교적 쉬운 반면 주수소는 수많은 위험(?) 제약으로 구축이 쉽지 않다. 이미 발전소가 만든 전기와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수소는 전혀 다른 에너지로 나뉘기 때문이다. 제품으로 비유하면 전기는 완제품이고, 수소는 전기를 만드는 재료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주수소가 생각보다 위험한 곳은 아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국회가 부지를 제공했고 현대차 등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하이넷이 주수소를 구축했다. 세계적으로 국회에 안에 주수소가 만들어진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그만큼 정부의 강력한 수소사회 진입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자 위험이 없음을 입증하려는 노력이다.
그런데 설치 후 초반에 일부 불만이 제기됐다. 여러 대가 몰리며 대기 시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급 대수를 고려해 시간당 5대 정도의 주입 용량을 갖추고 3~5분의 연료 주입 시간을 확보했지만 갑자기 차가 몰리며 수소 주입을 기다려야 했으니 불편함이 제기됐을 만도 하다. 물론 이를 두고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정확하게는 비용의 문제일 뿐 기술 이슈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소를 수소 전기차에 넣는 과정은 공장에서 생산된 수소를 탱크에 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때 탱크에는 200바 정도의 압력으로 수소가 실리고, 이를 트럭이 가져와 내려놓으면 압축 과정을 거쳐 560바 정도의 저압용기로 일부가 저장된다. 하지만 700바의 수소 전기차에 넣으려면 그보다 높은 압력이 필요한 만큼 다시 1,043바의 고압용기로 옮겨진 후 넥쏘로 주입된다. 따라서 시간당 주입 가능한 대수를 늘리려면 고압용기의 저장 용량을 확대하면 되지만 언제나 걸림돌은 비용이다. 국회에 주수소를 설치한 하이넷 관계자는 "시간당 10대를 넣을 수 있는 50㎏의 용량도 설치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주수소 설치 비용도 현재보다 두 배로 증가한다"며 "정부 지원금을 등을 고려했을 때 시간당 5대 수준이 현재로선 적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대기 시간 단축이 가능한 고압용기는 대부분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산화에 성공한 곳도 있지만 아직은 실증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사용이 쉽지 않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수소 압축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해결 불가능한 사안은 결코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이용자만 많다면 고압용기를 추가하는 것 자체가 투자로 인식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투자에 따른 이익 회수 시점이 아직 불투명해 주수소를 짓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선뜻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국회에 설치돼 수소 전기차 운행의 어려움이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은 큰 결실이자 수소 사회로 한 걸음 나아가는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천천히 가되 꾸준히 멀리 가는 것이 수소사회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