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항공 모빌리티 뛰어든 현대차
-기술 확보와 제조, 인프라 등 해결해야 할 숙제 다수
-먼 미래를 보고 차분히 준비하는 자세 필요 9월 마지막 날, 현대자동차가 깜짝발표를 했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산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먹거리 공략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다.
회사는 "이동의 자유로움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신사업의 목적을 밝혔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요구와 이동 효율성에 맞춰 자동차를 넘어서는 종합적인 미래 혁신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이면에는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항공기체 개발을 위한 형상 설계와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등의 핵심 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육상을 벗어나는 건 날씨와 외부 환경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만큼 새로운 차원의 공학기술이 필요하다. 또 사고가 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제품을 완성해도 걸림돌은 남는다. 하늘길을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문제다. 항공 인프라와 항공관제체계 등 종합적인 교통체계 관점에서 제조사가 나서서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술 확보는 물론 시장 형성도 어렵다 보니 자동차회사들도 선뜻 항공 모빌리티사업에 나서기를 꺼리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미 뛰어든 회사들도 반응이 신통치 않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2017년 비행자동차 벤처기업인 테라퓨지아를 인수해 시장 혁신을 예고했지만 성과가 부진하다. 아우디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제조사 에어버스와 손을 잡았다. 다임러와 폭스바겐 등 주요 독일회사들도 직접적인 개발보다 관련 업체와 협업하는 형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회사의 도전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다. 20~30년 후의 미래를 보면 충분히 가능성있는 시장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40년까지 글로벌 도심 항공 모빌리티시장은 약 1,8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도시가 비대해질수록 떨어지는 이동 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이 미래 모빌리티의 발전 가치가 높다는 점은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난 3월 홍콩에서 열린 "닛산 퓨처스" 행사에서 비벡 바이쟈 프로스트 앤 설리번 미래 도시 모빌리티 분석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한국의 모빌리티 성장 가능성을 언급했다. 규제와 교통흐름, 사람들의 생활수준 및 이동패턴을 고려한 결과 신개념 모빌리티 발전 가능성은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이다. 5G 통신기술이 발달했고 신축 고층빌딩이 많은 부분도 미래 이동수단 확장에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궁극적으로 현대차는 새로운 생존수단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를 선택했다. 여기에는 소유에서 공유시대로 바뀌며 자동차 구입이 줄어들 것이란 점도 반영됐다. 공유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로만 있기에는 수익적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기회가 무궁무진한 하늘길을 뚫어 새 시대를 열겠다는 생존전략인 셈이다.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한 현대차는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며 철저하고 차분하게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항공기체 개발에 나선 기술 스타트업과 물류 및 서비스 회사와의 협업도 기대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인류가 지금까지 실현하지 못했던 혁신적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거창한 포부를 밝혔다. 현대차의 도전을 주목한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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