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전동 킥보드 공유와 마을버스

입력 2019년10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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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 자치단체에서 기초 체력 쌓는 퍼스널 모빌리티

 최근 전동 킥보드를 활용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한국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출발해 유럽에도 있는 "라임(Lime)"이 한국에 진출했고, 이미 국내 기업도 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퍼스널 모빌리티의 셰어링(sharing)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퍼스널 모빌리티의 공유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대도시 중심으로 많이 형성돼 있습니다. 가까운 거리라면 굳이 도로 점유 면적이 높은 자동차 대신 적절한(?) 비용으로 적은 면적을 활용해 이동하자는 것이지요. 덕분에 택시 이용율이 떨어진다고 하니 "이동(Mobility)"에 있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인 것은 분명합니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이동할 때 이용자가 곧 운전자로 변신하는 만큼 정산비용은 "거리(㎞) 요금"과 "운송수단 이용료"가 기준입니다. 물론 운전자는 없어도 거리와 기기의 이용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또한 엄밀히 보면 포괄적인 유상운송사업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국내 여객자동차운수법에 유상운송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요금 통제는 받지 않는 것이지요. 만약 유상운송 개념을 넓히면 모든 이동 요금을 정부가 통제해야 될 겁니다. 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유상운송은 공공교통의 영역, 즉 택시와 버스, 지하철 등에 한정됩니다. 

 전동 킥보드 공유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라스트 모빌리티(Last Mobility)"라고 합니다.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 내려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활용되기 때문이죠. 실제 국내 한 킥보드 공유기업에 따르면 공유 전동 킥보드의 평균 이용 시간은 8분 내외입니다. 그렇다면 전동 킥보드 공유는 정말 새로운 서비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유상운송이 새로운 것이 뿐 운송 수단은 예전에도 있었으니까요. 예전 스카이씽씽을 기억하실 겁니다. 다만, 과거 킥보드는 인력에 의해 움직이는 소유물이었습니다. 그러다 킥보드에 전기 동력이 장착돼 소유로 사용되다 확장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영역인 공유로 진출한 겁니다.  

 그렇다면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 "라스트 모빌리티"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걸까요? 이것도 아닙니다. 국내에는 이미 오랜 시간 자리잡은 마을버스가 현실 세계에서 라스트 모빌리티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사실 라스트 모빌리티에 활용되는 공유 전동 킥보드가 활성화될수록 택시도 이용자를 빼앗기지만 최대 위기는 마을버스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마을버스는 여객운수사업법에 규정된 면허 사업입니다. 중형승합 또는 관할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소형 또는 대형승합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객운수법 3조에는 마을버스의 사업형태를 규정하고 있는데, 주로 시군구 단일 행정구역에서 노선 버스가 운행하기 어려운 구간을 대상으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운행계통을 정하고,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을버스는 전철역 또는 노선버스가 지나가는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인근 가까운 거주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실어 나릅니다. 이른바 성격 자체가 라스트 모빌리티인 것이지요. 국민 모두가 저렴한 대중교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사업면허를 발급해 공공의 성격으로 민간 사업자를 지정한 겁니다. 하지만 자가용 이용 증가로 마을버스 이용자가 줄고, 운전면허가 없는 젊은 층의 인구 비중이 떨어지면서 택시와 마찬가지로 어려운 입장입니다. 그래서 마을버스도 일종의 지원 사업으로 바뀌는 중입니다. 

 현재 마을버스는 2015년 기준 131개 회사에서 1,489대기 운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을버스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서울시는 최근 마을버스 재정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마을버스 또한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겁니다. 이렇다 보니 전동 킥보드 공유 확대에 민감한 곳은 택시가 아니라 오히려 마을버스인 만큼 이 또한 갈등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마을버스 사업자에게 전동 킥보드 공유는 가뜩이나 부족한 운송 수입을 줄이는 것이고, 이는 사업의 정리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동 킥보드 공유가 정착되려면 마을버스 사업의 퇴로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 vs 카풀"의 갈등처럼 "전동 킥보드 공유 vs 마을버스" 대립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나아가 광역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자전거 공유 사업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겁니다. 서울시의 경우 "따릉이"가 대표적이지요. 

 그래서 전동 킥보드 공유 기업들의 사업 형태를 보면 1차적으로 기초 자치단체와 협력하는 것에 집중돼 있습니다. 동네 구석구석을 운행하는 마을버스와 충돌을 줄이기 위해선 기초 자치단체의 사업 허가권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에서 킥보드 사업을 하고 싶으면 강남구 내 마을버스와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남구청이 중재(?)를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전동 킥보드 공유기업 "라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또한 자치단체의 허락이 없다면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요즘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기업의 소식을 보면 대부분 기초 자치단체와 손을 잡았다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이걸 반대로 해석하면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사업은 전국의 기초 자치단체가 모두 제각각의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될 때 누군가는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작업도 할 겁니다. 그때를 기다리는 곳은 누구일까요? 규모의 모빌리티 경제를 이루려 하는 대기업일 겁니다. 그게 바로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이니까요.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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