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점유율, 2016년 30.5%에서 2019년 9월 38.1%까지 상승 -디젤 게이트, 일본차 불매, 수입차 인증 지연 반사효과 무시 못해 -"제품, 서비스, 여론" 중요성 잊지 말아야 지난 2012년 현대자동차의 국내 승용 판매 점유율은 38.6%였다. 그해 국내에 판매된 승용차가 130만8,000대였으니 대수로 환산하면 50만5,000대 정도로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3년은 37.3%로 떨어졌고 2014년은 36.2%로 마감했다. 급기야 2015년은 34.3%로 내려앉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했고 결국 2016년은 30.6%로 바닥을 찍었다. 현대차 스스로 절대 기준으로 삼은 내수 점유율 30%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셈이다.
현대차가 내부적으로 찾은 원인은 신차 부족이었다. 하지만 그 사이 현대차를 향한 국내 여론의 싸늘한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품이 좋으면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선다"는 제품 기반의 반등 가능성을 앞세워 현대차를 향한 비판적 시각을 애써 외면했다. 그 사이 수입차는 승승장구했다. 2012년 8.5%였던 수입차 승용 점유율은 이듬해 12.2%까지 올랐고, 2014년에는 13.9%에 도달했다. 기세를 몰아 2015년에는 15.7%까지 올랐지만 폭스바겐 디젤게이트가 터지며 2016년에는 14.4%로 주춤했다.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하던 수입차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으로 주춤하자 현대차는 재빨리 신차를 쏟아내며 점유율을 다시 33.1%까지 확대했다(2017년 기준). 자칫 30% 이하로 떨어질 수 있었던 위기였지만 예상치 못한 독일 디젤게이트가 점유율 회복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이후 지난해 현대차의 승용 점유율은 34.9%까지 올랐고 급기야 올해 9월까지 점유율은 무려 38.1%로 치솟았다. 물론 수입차도 지난해 16.6%에 이르며 여전히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올해는 일본차 불매운동이 현대차 구매로 연결되면서 9월까지 15.3%에 머물고 있다. 인증 지연에 따른 공급 부족의 이유를 감안해도 불과 몇 년전 까지 벌어졌던 수입차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이고 현대차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차 불매운동,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 수입차 인증 지연 등은 모두 예측하지 못한 사태였다는 사실이다. 반면 현대차는 점유율 하락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최근 4~5년 동안 전략적 행보를 걸어왔다. 제품 계획을 세우고 서비스 불만을 해소하되 무엇보다 여론 대응에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점은 과거의 현대차와 확실히 달라진 걸음이다. "제품만 좋으면 된다"에서 "제품력은 기본, 평판도 중요하다"는 내부 전략을 서서히 전개하며 점유율이 늘었다는 뜻이다. 포털 사이트를 적극 활용해 잘못된 제품 정보의 확산을 막았고, 소비자와 소통 기회를 늘리며 문제에는 즉각 대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른바 "제품, 서비스, 여론"이 맞물리자 점유율이 회복된 것이다.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38%라는 압도적인 내수 점유율 결과에는 경쟁사의 예상치 못한 악재 효과도 분명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현대차 경쟁력의 회복으로 여기며 "역시 현대차"라는 자만심이 조금씩 고개드는 모습은 과거로의 회귀로 읽히기 충분한 대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차종별 판매 실적이다. 세단형 승용차는 예외 없이 전년 대비 3.1% 하락했고, SUV 제품 중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제외하면 모두 줄었다. 결국 늘어난 차종은 제네시스 G90와 G70 정도일 뿐이다. 쏘나타와 그랜저, 싼타페가 여전히 주력이지만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내달 그랜저 부분변경으로 반등을 꾀하겠지만 인증 풀린 수입차 또한 시장에 풀리면서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 과거의 자만심이 고개를 든다면 소비자들의 마음은 다시 떠날 수도 있다. 때마침 일본차 불매운동이 현대차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다른 수입차로 고개 돌리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리고 이때는 과거보다 훨씬 마음을 붙잡기 쉽지 않다. 그래서 현대차 태도 변화의 시작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 특정 사건으로 주목받은 제품은 사안이 잊혀질수록 관심 또한 떨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니 말이다.
오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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