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의 초점은 "효율 vs 안전"
한국에서 아웃 사이드 미러가 없는 차를 판매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이미 장착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도 모두 개발돼 있다. 올해 7월 모비스는 아웃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 모니터로 대체 가능한 "CMS(Camera Monitor System)"를 국내 최초로 완성했다. 게다가 거울로 보이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넓은 지역을 영상에 담아 운전 중 고개를 아예 돌리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실제 완성차에 적용돼 판매까지 연결된 사례는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아직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그 중에서도 미국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완성차 적용의 걸림돌이다.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의 카메라 허용 방침이 확고해야 실용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아웃 사이드 미러를 대체할 카메라 모니터 시스템이 아직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와 달리 아웃 사이드 미러의 카메라 대체를 불허하는 미국이 직접 시험한 결과 야간 운행 때 모니터 화면이 너무 밝아 오히려 운전에 방해가 됐고, 비가 올 경우 빗방울이 렌즈를 가려 영상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아웃 사이드 미러가 없어지면 공기 저항이 줄어 주행 효율이 오르고 그 결과 배출가스 저감까지 연결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물론 안전에 관해선 입김이 센 미국 내 보험업계도 운전자가 고개를 옆으로 돌릴 필요가 없어 도움이 된다고 반박했지만 미국 정부는 "최악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게 "안전"의 기본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아웃 사이드 미러가 사라지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론 아웃 사이드 미러를 자동차에서 없애려는 노력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지난 2010년 파리모터쇼에 영국 경량 스포츠카 제조사로 유명한 로터스(Lotus)는 엘리제(Elise) 등의 전시차에 아웃 사이드 카메라를 탑재해 주목을 끌었다. 당시 현장에서 만났던 로터스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이 적용되려면 각 나라의 규제가 장벽이라고 언급했는데,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규제는 어느 정도 풀리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기본 원칙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아웃 사이드 미러의 카메라 대체는 새로운 기술 도전을 받게 됐다. 특히 모니터의 밝기는 조절 기능으로 눈부심 등을 해소할 수 있지만 빗방울이 카메라에 맺혔을 때 즉시 제거 방안은 현실에서 구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사실 자동차는 "이동 기계"라는 점에서 여전히 "안전"이 중요한 공산품이다. 따라서 효율 향상 방안이 있어도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면 실용화가 쉽지 않다. 인공지능(AI)으로 인간 운전자의 위험성을 제거하려는 IT 업계의 노력 또한 벤츠의 전 CEO였던 디터 제체 박사는 "인공지능이 위험을 회피할 수는 있어도 실제 충돌에서 위험을 줄이는 것은 자동차라는 기계"라고 언급했을 만큼 안전은 자동차의 최대 화두다. 비슷한 맥락으로 자율주행도 상용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자율주행의 인공지능 또한 결국은 기술의 일부인 만큼 책임은 제조사가 가져갈 수밖에 없어서다. 복잡한 육상 도로에서 단순한 인공지능 주행은 가능하겠지만 100% 안전이 담보되는 완벽한 자율주행은 아직 멀었다는 의미다. 실제 아웃 사이드 미러를 카메라로 대체하는 것에도 세심한 "안전"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점에 비춰 보면 틀린 전망도 아니다.
그래서 자동차에 있어 "안전 vs 효율"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효율 향상으로 배출가스를 저감해야 하는 게 제조사 입장이지만 제조물로서 자동차의 안전성 확보 또한 피할 수 없는 책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웃 사이드 미러가 사라진다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IT 기능의 안전성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권용주 편집위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