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뉴, 셀토스, K7, 그랜저 이어 K5까지
지난 2012년 승용점유율 71.7%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을 걸었던 현대기아차의 국내 승용시장 점유율이 올해 다시 최고점을 향하고 있다. 반대로 현대기아차가 선전할수록 수입차 점유율은 낮아지는 형태가 나타나 국내 시장이 ‘현대기아차 vs 수입차’ 구도로 양분된 것으로 분석됐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외 수입차협회 등의 통계를 토대로 본지가 201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연도별 국내 승용시장 점유율(상용 제외)을 분석한 결과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오르면 수입차가 영향을 받고 수입차 점유율이 향상되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실제 지난 2012년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인 71.7%에 달했던 반면 수입차는 10%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가파르게 수입차 점유율이 올라 2015년 15.7%에 이르자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63.6%까지 하락했다. 지난해는 현대기아차의 수입차 점유율이 모두 오르며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가 타격을 크게 받았지만 올해 다시 수입차 점유율이 하락하는 대신 현대기아차는 10월까지 67.3%로 올랐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상승은 쉴 틈 없이 쏟아진 주력 신차의 교체 이유가 크다. 소형 SUV 베뉴와 셀토스를 비롯해 팰리세이드와 모하비 등의 대형 SUV, 그리고 주력으로 꼽히는 K7과 그랜저가 짧은 시간차를 두고 연이어 쏟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안에 제네시스 GV80 또한 프리미엄 SUV 선호 흐름에 동참할 태세여서 국내 시장은 그야말로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지는 형국이다.
이 같은 해석에는 현대기아차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신차가 많이 나온 것 자체가 예정된 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하반기에 주력 신차들이 집중 등장해 점유율이 오른 측면이 분명 있다"고 말한다. 이어 "수입차를 견제하는 촘촘한 제품 전략은 2015년을 전후에 수립된 것"이라며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로 봐도 될 것 같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수입차에서 현대기아차로 다시 갈아타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중에서도 하이엔드가 아니라면 서비스와 유지 관리 측면에서 국산차가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 실제 올해 1-10월 판매된 수입 승용차 가운데 1위는 1만3,344대인 벤츠 E300이지만 판매 톱10에 포함된 E클래스의 다른 차종을 포함하면 E클래스만 무려 3만256대에 이른다. 이어 BMW 5시리즈 중에서 520과 530 등이 7,699대가 판매됐고, 렉서스 ES300h(6,536대), 벤츠 GCL 300 4매틱 쿠페(3,864대), 포드 익스플로러 2.3(3,330대) 등이 주목받았다. 수입차도 다양한 차종보다 특정 제품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됐고, 이외 제품은 현대기아차와 비교 대상이라는 뜻이다. 얼마 전 그랜저를 내놓은 현대차 관계자는 "사전 예약자의 이전 보유 차종을 분석해보면 수입차 오너가 적지 않다"며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현대기아차로 유턴하는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물론 국내 시장이 "현대기아차 vs 수입차" 구도가 명확해질수록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 등은 내수에서 힘을 쓰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수입 브랜드 중에서도 프리미엄 반열에 오르지 못한 곳 또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올해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과거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환경부의 배출가스 및 소음인증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시장 투입 시기가 미뤄진 탓에 점유율을 많이 빼앗겼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내달 제네시스가 GV80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일정상 내년으로 늦춰질 수도 있지만 GV80 또한 새로운 라인업에 투입되는 제품인 만큼 가급적 올해 안에 소비자 인도까지 이끌겠다는 게 현대차의 전략이다. 그래야 내년에도 점유율을 올해 만큼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단순히 수입차 점유율 확대를 막은 게 아니라 오히려 공격이 성공적이었음을 실감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