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2,230대와 늘어난 159대
지난 10월까지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생산, 판매된 경차는 모두 12만1,000대 가량이다. 차종으로 구분하면 쉐보레 스파크가 11만 5,212대로 대부분이지만 5,712대에 머문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경상용차는 전량 내수 판매에 의존하는 반면 스파크는 수출이 적지 않다. 국내에서 10월까지 판매된 2만8,420대를 제외하면 8만6,792대는 해외로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계약 해지 통보 소식이 전달됐다. 이 말은 곧 공장가동율의 하락이자 생산 감소를 의미한다. 그럼 얼마나 줄었을까? 한국지엠에 따르면 올해 창원공장에서 생산된 차종의 국내 판매는 2,893대 감소했다. 스파크가 2,231대로 가장 많고 다마스와 라보 또한 각각 290대와 372대의 감소폭을 나타냈다. 숫자만 보면 스파크의 판매 위축이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럼 경차 스파크는 내수만 줄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이다. 수출은 오히려 159대 증가했다. 따라서 한국지엠의 비정규직 해고는 내수 부진에 따른 여파로 볼 수 있다.
이 말을 반대로 뒤집으면 경차 판매가 회복되면 고통도 경감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회복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게 고민이다. 올해 10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경차는 9만9,9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숫자로는 9,218대 줄었다. 소형 SUV의 득세에 따른 수요 이동 현상이 가져온 결과다. 제아무리 경차에 많은 혜택이 주어져도 보다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은 기업조차 막을 수 없다. 스파크보다 판매가 많은 기아차 모닝의 경우 전년 대비 무려 15.7%, 대수로는 7,728대나 하락했다. 모닝 구매자가 셀토스, 니로 등의 소형 SUV로 옮겨 간 탓이다.
물론 한국지엠은 계약 해지 후 생산 물량이 다시 늘어나면 도급업체와 재계약 가능성도 열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물량이 늘어나면"이라는 전제가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GM 미국 본사는 한국 정부의 자금 지원에 따라 새로운 SUV와 CUV 등 2종의 생산을 한국에 맡기기로 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부평공장에서 생산될 트레블 블레이저로 결정됐다. 하지만 창원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다른 하나는 현재 개발 중에 있어 생산까지 2~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잉여 인력을 유지하는 게 한국지엠으로선 부담이 됐다는 뜻이다.
그럼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방법은 있다. 일정 기간 정규직의 전향적인 양보다. 그러나 군산공장 폐쇄 이후 노조의 비용 부담이 한계에 봉착한 상태여서 그들 또한 섣불리 나설 수 없다. 조합원 전체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추가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기도 어렵다. 특정 기업의 개별 사안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아서다.
이제는 기억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오래 전 쌍용차 사태가 벌어졌을 때 수 많은 정치적인 논리가 펼쳐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위기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디젤 값의 가파른 인상이었다. 시장은 곧바로 디젤 SUV를 외면했고 SUV 제품에 의존하던 쌍용차는 직격타를 맞았다. 이후 벌어진 여러 복잡한 과정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전개됐지만 근원을 거슬러 오르면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이유였다는 얘기다.
그럼 경차 판매가 연간 20만대 수준으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을까? 아쉽게도 거의 없다. 이미 1가구 2차 시대가 거의 끝났고, 인구 감소에 따라 새로운 소비자가 나타날 가능성도 낮아졌다. 그럼에도 한 가지, 마지막 남은 방도가 있다. 지금보다 혜택을 더 주는 방안이다. 50% 감면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전액 면제하고, 공영주차장 이용도 무료로 해주는 등 유지 과정에서 제공 가능한 모든 혜택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으면 다시 꿈틀거릴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전성기로 되돌아갈 힘은 별로 없어 보인다. 혹여 모두가 상생하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우리 모두의 집단 지성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