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에 필요한 모든 사업에 전방위 진출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추진할 3대 전략을 발표했다. 내용은 방대하지만 ▲"자동차"라는 이동수단의 동력원으로 배터리에 전기를 담거나 수소로 전력을 만드는 "전동화(Electrification)" 비중을 높이되 더욱 똑똑한 지능을 추가하고 ▲제조물로서 홀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한 개인 맞춤형 이동수단은 물론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든 이동수단을 활용해 A에서 B까지 비용을 받고 이동시켜주는 운송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현대차그룹이 붙인 용어로 바꾸면 동력의 전환,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강화,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확대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비단 현대차 뿐만이 아니다. GM과 토요타, 폭스바겐그룹도 비슷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어서다. 이미 바이크와 스쿠터 및 초소형 이동수단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동의 성격에 따라 제조사가 직접 이동을 시켜주는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은 이미 계열사 내에 "모이아(MOIA)"라는 승차공유 기업을 포함시켜 다양한 이동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시간 제조 분야에서 "자동차"라는 대표적인 이동수단을 만들던 자동차회사가 새로운 이동수단의 제조와 이동 서비스 사업에 직접 나서는 이유는 제조물로서 자동차 판매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미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폭이 둔화되고 선진 시장은 새로운 수요 발굴 자체가 어렵다. 따라서 완성차 제조사가 이제는 직접 만든 이동수단의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전개되는 중이다. 현대차가 내건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Smart Mobility Service)"가 쉽게 보면 "교통 및 운송사업"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교통사업에서 경쟁력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time)"이다. 그리고 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경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핵심이다. 따라서 예측력을 높이려면 이동수단에 탑재된 지능을 고도화해야 한다. 지능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출발했어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이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자면 끊임없이 외부 정보도 받아들여야 하고 이동수단 스스로 외부 정보를 파악하는 데이터 처리 능력도 올라야 한다. 더불어 주행데이터가 쌓일수록 판단의 오류 가능성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정보가 많을수록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2025 전략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탈 것(Riding things)"이다. 무언가를 "탄다는 것(riding)"은 기본적으로 땅에서 발을 뗀다는 것이고 필요할 경우 움직임도 가져갈 수 있다. 이때 움직이는 공간은 땅, 바다, 하늘이 될 수 있다. 오랜 시간 땅은 "자동차", 바다는 "선박", 하늘은 "항공기"가 대표적인 이동수단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점차 이동의 거리와 이동지역이 세분화되면서 사업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쉽게 보면 배터리 전기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할 수 있고, 자율주행의 기본 알고리즘은 도심 내 플라잉카에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병원에서 사용하는 바퀴달린 이동침대와 유모차에도 배터리와 자율주행 시스템을 넣을 수 있다. 이동하는 모든 것에 고도화된 지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현대차그룹의 변신은 당연하다. 게다가 육상에서 완성되는 똑똑한 이동 지능은 상대적으로 장애물이 적은 바다와 하늘보다 더욱 완성도가 높을 수 있어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한 셈이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만 봐도 체질 전환에 대한 시도가 재빨리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미국 LA에서 승차공유 사업을 시작했고, 800V 시스템의 스타트업인 "리막"에 투자해 전기 기술을 흡수했다. 국내에서도 가맹택시로 알려진 마카롱 택시에 투자했고 미래 이동사업을 위한 승합차 기반 마을택시 실증 사업도 착수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훗날 버스, 택시, 항공 등의 운송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을 서서히 높여가는 셈이다. 현대차가 만든 버스로 직접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사업을 하고 현대차가 만든 중형 세단으로 택시 사업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기존 사업자가 있어 기회만 엿보겠지만 장기적으로 이동수단을 운송과 연결하지 못하면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쉽지 않아서다. 매년 10조원씩 투자해 6년 만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운송사업으로 빠르게 전환해 투자금 회수 시점을 최대한 당기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동수단 제조로 수익 내던 즐거움(?)이 점점 사라지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