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비대면(UnContact)' 대리운전의 가격 함정

입력 2019년12월21일 0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공유
 -AI 추천 요금, 이용료 인상으로 연결

 최근 앱을 통한 대리운전 호출이 적지 않다. 일일이 전화로 위치를 설명하고 가격 흥정의 번거로움을 비대면 앱이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T 대리운전이다. 앱에서 목적지를 설정하면 가격이 뜨고, 이용자가 요금 확인 후 호출하면 대리기사가 콜을 잡아 거래가 이뤄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대리기사 연결 매개체인 호출 중개사업자가 교묘하게(?) 끼어들어 가격 주도권을 가져간다. 물론 이때 명분은 수요와 공급의 논리다. 호출하는 사람이 많을 때 이용자 요금 부담을 높인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 경우는 공급자(대리기사)도 소득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수요와 공급 곡선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른바 기준 가격의 하한선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은 거래 가격의 기준을 결정하는 권한이다. 

 기본적으로 호출 중개업이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대리운전의 최저 요금은 거리에 따라 이미 산정돼 있다. 하지만 가격 확인 후 대리기사를 호출하면 주변을 찾는 듯 앱이 작동하다 ‘기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리고 인공지능(AI) 추천요금이라며 이용자에게 높은 금액을 제안한다. 인공지능 돌려보니 요금을 높여야 매칭이 잘 된다는 뜻이다. 이때 이용자는 실제 앱이 대리기사를 호출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인상된 요금이 부담되면 다른 앱을 이용하거나 직접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로 대리운전을 요청해도 된다. 그러나 순간 "대면"의 불편함을 떠올리며 "비대면" 추천요금을 클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교묘한 흥정의 조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추천된 요금이라도 호출 중개사업자가 주변 대리기사에게 마찬가지로 이용자 콜 사인을 보내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또다시 대리기사를 찾는 듯 앱의 탐색기를 돌린 후 다시 메시지를 띄운다. 인근 수많은 대리기사에게 콜을 보냈지만 대리기사가 해당 요금과 목적지를 수용하지 않아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용자는 처음 시작된 가격 대비 이미 100% 오른 대리기사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낀다. 마찬가지로 이때도 거절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도 된다. 하지만 "대면"의 불편함이 또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결국 높은 비용을 누르고 이후 호출 사업자가 주변 대리운전자에게 가격을 뿌리면 재빨리 대리기사가 콜을 받는다. 대리기사로선 호출 중개사업자의 높은 요금 호출이 반갑기 마련이고, 이때 호출 사업자의 수수료 수입과 대리기사의 1회 운전 수입은 동시에 증가한다. 이른바 ‘비대면’의 편리함 속에 숨겨진 가격 인상 방식이다.

 여기서 예의주시 할 점은 비대면의 편리함이 확장돼 특정 대리운전 앱이 시장을 장악했을 때다. 최근 음식 배달앱 통합에 따른 배달료 인상을 떠올리면 쉽다. 예를 들어 비대면의 편리함 때문에 카카오T 대리운전 앱이 중개업을 장악하면 대리운전 비용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게 당연하다. 마땅한 경쟁과 대안이 없어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용자 불만은 점점 높아질 수 있다. 더불어 불만이 쌓이면 정부에 해결을 요구한다. 한 마디로 전 국민이 이용하는 대리운전이 특정 중개사업자의 독점에 따라 이용자들이 터무니없는 비용을 지불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를 따지게 된다.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정부는 대리운전이 음주사고를 줄이는 등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격 결정에 개입, 기준 가격은 물론 수요와 공급 논리에 따른 변동가격의 탄력성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둘 수도 있다. 이를 두고 호출 중개사업자의 반발은 당연하다. 민간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를 따질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사고를 줄인다는 공공성을 명분 삼으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기본적으로 대리운전 앱의 이익은 이용 요금의 수수료다. 따라서 대리운전 비용이 오를수록 호출 중개사업자 수수료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보니 요즘 비대면 대리운전 호출 앱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중개사업자가 일종의 가격 인상을 유도하기 때문인데, 소비자들은 "수요와 공급"이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이 사실을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은 대리운전일 뿐이지만 훗날 대중교통 이동 비용 상승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출 중개업이 이동 비용의 결정권을 가질 때 나올 수 있는 현상은 대리운전을 포함한 모든 교통 연결에도 적용이 가능하니 말이다.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