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가 자동차에 식사를 배달한다면

입력 2019년12월2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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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에 제공 가능한 서비스 개발에 활발

 폭스바겐 세드릭(SEDRIC), 토요타 이-팔렛트(e-Palette), 벤츠 비전 어바네틱(Vision URBANETIC)과 같은 새로운 이동수단의 등장은 이미 시작됐다. 물론 상용화는 아직이지만 기본적인 공통점은 운전을 자동차 스스로 하고 전기 배터리로 구동된다는 점이다. 또한 구동부문과 사람이 탑승하는 공간이 자유롭게 분리된다는 점도 같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자율주행’이다.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는 자동차 홀로 완벽 주행이 가능하다는 희망(?)이 미래 전략의 주요 결정 요소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된다. 먼저 운전하지 않는 인간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사업이다. 이동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자동차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는 당연히 집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TV를 시청할 수도 있고 식사를 할 수도 있다.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집에서 하는 "홈 트레이닝(Home Training)"이 이동수단으로 오면 "모빌리티 트레이닝(Mobility Training)"으로 바뀐다. 오히려 흔들리는 자동차가 균형감을 키우는데 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다. 완성차회사 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미래 자율주행 탑승자에게 제공 가능한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는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해 모빌리티가 넓은 스크린을 제공하는 하나의 영화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토요타는 이동 중 배가 고플 때 어딘가에 머물러 식사하는 게 아니라 이동하는 자율주행차로 직접 식사를 배달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물론 여기서 배달되는 음식은 고정된 주방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주문과 동시에 조리 및 배달이 모빌리티에서 함께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자율주행 안에서 라면을 주문하면 조리용 자율주행차 안의 요리사가 라면을 끓이면서 주문자가 탑승한 차로 향하는 방법이다. 주문자는 방금 끓인 뜨거운 라면을 자신이 탑승한 자율주행차 안에서 바로 제공받는다.  

 식사 외에 병원진료 활용 방안도 연구된다. 차 안에서 건강 진단 후 전문병원으로 이동시켜 줄 수 있어서다. 이밖에 사무 공간의 활용 방안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사업자를 내면 고정된 주소지가 있어야 하는데 자율주행 때는 사업자의 근거 주소지가 집이라도 관계없다. 각자 집에서 근무하다 미팅이 필요하면 자율주행을 불러 참여자들이 머무는 곳까지 순차적으로 이동해 모두를 탑승시킨 후 이동하면서 회의를 할 수 있다. 그 사이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는 것도 자율주행 이동수단의 몫이다. 

 이동 공간의 다양화 및 이동하는 시간에 무엇을 제공할까를 고민하는 게 컨텐츠 서비스라면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은 "이동"의 질을 높이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누구나 이동이 쉬워야 한다는 배경이 작용한다. 그리고 이동수단이 일종의 이동 서비스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의미에서 완성차업계는 이를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MSPF, Mobility Service Platform)"으로 부른다. 

 기본적으로 MSPF가 제공 가능한 이동 서비스는 대상에 따라 크게 대기업(B2B), 중소기업(B2B2C), 정부 (B2G), 개인(B2C) 등의 네 가지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와 개인이다. 정부를 대상으로 이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 차원이다. 이동이 어려운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기업의 자율주행 모빌리티를 활용해 이동 복지를 제공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개인은 택시 서비스의 활성화다. 여기서 "택시"란 일반적인 "택시"가 아니라 A에서 B까지 이동할 때 비용을 받는 모든 "유상운송 서비스"의 개념을 의미한다. 그래서 MSPF 관점에서 자동차회사의 사업은 승차공유, 자동차공유, 보험, 렌탈, 택시, 퍼스널 모빌리티, 복지적 이동 개념이 모두 포괄된다. 

 그런데 이들 사업은 이동수단을 제조하지 않는 기업도 참여가 가능하다. 제품을 만들어 오로지 자동차회사 스스로만 활용해 이동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비제조업의 이동서비스 사업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지만 판매 수익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 모빌리티는 자유로운 공간으로서의 관점과 "누구나 이동"이라는 궁극의 목표를 실현시켜 줄 이동의 본질적 시각이 함께 공존하기 마련이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는 현대판 유목민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동수단의 공간과 기능의 진화가 집이라는 고정된 공간의 필요성을 없앨 수도 있으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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