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생산 감소는 내부의 문제, 해외 공장 유턴 쉽지 않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생산이 200만대를 넘었을 때는 1994년이다. 그 해 226만대를 만들어 국내 시장에 155만대를 팔고 나머지 69만대는 수출했다. 내수 비중이 68%에 달했을 만큼 국내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그런데 300만대를 넘겼던 2002년의 경우 국내 판매는 143만대로 오히려 1994년 대비 줄었다. 그 결과 내수 비중은 45.9%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산업적 측면에서 수출이 내수보다 중요해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400만대를 넘어 427만대에 도달한 시점은 그로부터 8년 후인 2010년이다. 그 해 국내 시장에 146만대를 팔고 나머지 277만대는 해외로 내보냈다. 국내 비중은 34.1%로 더욱 줄었고 해외 비중은 65.9%로 치솟았다. 그야말로 내수보다 수출이 생존을 결정할 만큼 비중이 커진 셈이다. 그리고 지난해 국내에선 402만대가 생산돼 155만대가 국내에 판매되고 수출은 244만대로 집계됐다. 내수 비중은 38.5%로 늘었지만 전체 생산은 피크에 올랐던 2015년의 455만대와 비교할 때 53만대가 감소했다. 2014년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이 53만대였으니 2015년과 2018년의 국내 완성차 생산을 쉽게 비교하면 광주공장 한 곳의 가동을 정지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그사이 해외 생산은 크게 늘었다. 완성차기업의 현지화 전략에 따라 글로벌 곳곳에 공장이 설립돼 현지 전략 차종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현지 생산-현지 공급’이 가져온 산업 지형도의 변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4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11월까지 361만대가 생산된 만큼 이달에 38만대 가량이 만들어져야 400만대 턱걸이를 할 수 있는데 올해 가장 많이 생산됐을 때가 지난 4월의 37만1,000대다. 게다가 월 평균 생산은 32만대 가량이니 400만대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그렇다고 내수판매가 많지도 않다. 1~11월 국내 생산된 완성차 가운데 내수는 139만대(1~11월 기준)로 비중이 지난해와 비슷한 38.5%에 머물렀다. 국내는 자동차 보급이 이미 포화상태여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 된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생산 감소는 여러 측면에서 적지 않은 연쇄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현장에 투입될 인력과 필요한 부품 구매도 줄어든다. 대표적으로 2006년 73%에 이르던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비중은 2017년 기준 44%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기아차의 15번째 해외 공장이 기아 브랜드로 인도에서 문을 열었다. 여기서 생산된 차종은 인도 내수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및 중남미로도 수출된다. 당연히 국내 공장의 해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달리 보면 해외 일자리는 늘고 국내 일자리는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면 줄어드는 일자리를 만회할 방법은 없을까? 유일한 방안은 공장을 한국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하지만 국내 생산 여건이 만만치 않다. 해외 공장과 비교해 생산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쉽게 보면 해외에서 10명이 시간당 100대를 만들 때 한국은 70대 정도에 머물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산이 적어도 한국 내 생산 비용은 높으니 선뜻 공장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 일부에선 최근 미국 GM 등을 비롯해 일본 완성차회사의 국내 공장 유턴 사례를 내놓으며 참고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이들과 한국의 상황은 본질이 다르다.
먼저 GM은 미래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잘 팔리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자동차만 생산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 기준을 따르면 잘 팔리는 시장은 미국이고, 잘 팔리는 차는 SUV인 만큼 세단 등을 생산하는 해외 공장을 없애거나 남은 소규모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추세다. 이와 달리 일본은 이미 해외에 지나치게 많은 공장을 염려했고,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 방안을 마련하자 일부 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렸다. 반면 렉서스는 오히려 미국에 공장을 짓는 등 차종과 브랜드에 따라 해외와 국내 공장 생산을 적절히 고려한다. 이는 일본 내 생산 또한 해외 대비 비용 면에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니 생산비용 면에서 열세인 한국 내 완성차 증산은 GM 및 토요타 등과 상황이 달라 앞으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사실에 비추어 국내 생산이 늘어나려면 외부가 아닌 내부 혁신이 절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해외 공장 증산 또한 국내 고비용 구조 고착화가 만들어 낸 "남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 혁신은 자꾸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근로자들의 통신 데이터 요금 절감을 위해 설치한 "와이파이(Wi-Fi)"를 생산 현장에서 막았다고 시끄러우니 말이다. 와이파이를 막은 것 자체가 아니라 절차상 노사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지만 "와이파이" 때문에 완성차 공장의 갈등이 벌어진다는 얘기는 해외 토픽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기업에 물어보니 생산 현장 와이파이는 자신들도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해마다 줄어드는 국내 생산의 근본적인 이유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자리는 지키는 것 뿐 아니라 후대들이 이어가도록 만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