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글로벌경영연구소, 올해 내수판매 1.2% 성장 예상
-상위권 회사의 공격적 신차 출시로 점유율 격차만 커질듯 지난해 자동차 내수판매가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국산 5개 사의 내수판매는 총 153만3,166대(상용차 포함), 수입차는 24만4,780대로 2018년과 비교하면 각각 0.8%, 6.1% 하락하며 내수 180만 대선이 무너진 것. 노조 파업과 일본차 불매운동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게 부진의 배경으로 꼽히지만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로 시장 포화 및 젊은 인구 감소가 지목된다. 현재의 한정된 수요에서 점유율 싸움이 앞으로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국산차의 경우 현대자동차만 점유율이 2.9% 늘었을 뿐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은 부진했다. 그나마 2.2% 감소에 그친 기아차, 1.9% 줄었지만 내수 10만 대선을 지킨 쌍용차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9% 줄어든 르노삼성과 무려 18.1%나 급락한 한국지엠은 우울한 연말을 보내야 했다.
수입차시장은 브랜드별로 편차가 심했다.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일본차가 판매에 제동이 걸린 반면 반사이익을 얻은 브랜드가 상승세를 탔다. 특히 수입차시장 1위 벤츠는 사상 최대 실적인 7만6,471대를 출고하며 한국지엠의 연간 판매대수를 추월하는 저력을 보였다. 올해의 경우 8만 대까지 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전체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더 이상 증가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 내 글로벌경영연구소도 올해 내수시장을 어둡게 전망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지속이 여전히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끝나지 않은 한-일 무역갈등 역시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브랜드의 공격적인 신차 출시가 전년 대비 1.2% 수준의 판매신장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신차 출시에 따른 상황 역시 회사별로 희비가 갈린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투입한 세단 라인업의 본격 출고에 이어 볼륨제품인 SUV와 RV 신형을 투입, 점유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소형 및 준중형급 SUV를 출시하지만 가장 치열한 세그먼트여서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올해 이렇다할만한 전략적인 신차가 없어 비상이 걸린 상태다.
수입차 역시 점유율 상위권을 지키는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볼륨제품을 쏟아내며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 막바지 할인판매로 일시적 반등에 성공한 일본차는 이렇다할 신차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해가 바뀐 만큼 할인도 지속할 수 없어 한일 갈등이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전망이 어둡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이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2018년 7월부터 이어져 온 개소세 인하는 당초 6개월만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내수 부진이 이어지자 1년이나 연장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세수 감소만 있을 뿐 내수진작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정부가 더 이상 기한을 늘리지 않은 것.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늘어나던 친환경차 역시 감소하고 있다. 더구나 2018년 최고 1,200만 원이던 전기차 구매 국고 보조금이 올해는 더 줄었다. 지난해 130만 원씩 지급하던 개인용 충전기 구매보조금도 올해부터 폐지했고, 50% 할인하던 전기차 충전요금 역시 올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할인율을 축소해 나간다.
내수가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그나마 소비를 부추길만한 구매요인도 이 처럼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올해 시장은 상위권 자동차회사들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신차공세를 통해 더욱 공격적으로 점유율 확보에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나머지 회사들은 지난해보다 더욱 혹독한 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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