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비즈니스가 기술, AI, 건축, 에너지 등 모든 분야 흡수
흔히 "자동차(Vehicle)"를 정의할 때 "내연기관 동력을 활용해 사람이 운전하는 이동 수단"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자동차를 규정 짓는 핵심 요소는 "사람의 운전"과 "내연기관 동력"으로 불리는 "엔진(Engine)"의 탑재다.
그런데 엔진은 "전력(Electric Power)"이 대체하는 중이고, 사람의 운전 또한 인공지능(AI)이 대신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른바 "운전하지 않는 인간 이동의 시대"가 오는 것이고, 이는 5,000여년 바퀴 역사의 혁명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기원 전 수레 발명 이후로 "바퀴 달린 탈 것(Riding things with Wheel)"은 언제나 조종의 역할이 필요했고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종의 역할이 사라진다는 전제 하에 자동차회사들이 앞다퉈 들고 나온 단어가 "모빌리티(Mobility)"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지만 사람이든 물건이든 이동을 시켜주는 도구적 의미가 포함돼 있어서다. CES2020에 등장한 각종 이동 수단 또한 "사람의 운전이 없는 시대"를 맞아야 하는 인류의 변화를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그래서 CES2020을 이동의 관점에서 정의하라면 "만능 모빌리티 시대의 예고편"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그렇다면 2020 CES의 모빌리티는 어떻게 진화했을까? 흔히 모빌리티를 구분할 때 공간을 기준으로 육상 모빌리티, 항공 모빌리티, 해상 모빌리티로 나눈다. 각각의 공간에 맞는 대표적인 이동 수단이 육상은 자동차, 하늘은 항공기, 바다는 선박이다. 그리고 이들이 움직일 때 조종 역할을 맡은 사람을 자동차에선 "운전자(Driver)", 하늘에선 "파일럿(Pilot)", 바다에선 "선장(Captain)"이라 한다. 이동 수단의 형태에 따라 조종자를 지칭하는 단어만 다를 뿐 이동 수단을 조종하는 역할은 모두 같다.
따라서 모빌리티 분야가 공간의 특징에 따라 구분될 때 자동차회사들이 육상을 벗어나 우선 주목한 것은 항공 분야다.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동을 시켜주고 돈을 받는 사업의 총칭을 "모빌리티 비즈니스"라 할 때 육상과 하늘의 교통은 서로 보완이 가능한 데다 강력한 시장 지배자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항공기 제작사는 오랜 시간 대규모 장거리 이동을 위한 이동 수단을 만들었을 뿐 1~6인용 소형 하늘 이동 수단은 관심에 두지 않았고 그 역할은 헬리콥터가 대신했다. 하지만 헬리콥터를 통한 이동은 비용과 육상의 정거장(착륙장소) 확보 등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육상 교통의 보완 요소로 인식되지 못했다.
그래서 주목한 것이 드론이다. 드론에 사람을 태운 후 자동차로 가기에는 멀고 항공기로 가기에는 가까운 거리를 돈 받고 이동시켜 주면 이동이 보다 쉬워질 것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특히 육상 교통의 복잡성이 심각한 도시일수록 도심 진출입 역할은 드론에게 맡기고 복잡하지 않은 곳은 자동차 또는 기타 육상 운송 수단을 활용해 이동시켜 주는 비즈니스 또한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의 일환인 셈이다.
CES2020에서 현대차가 보여 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에 걸맞은 "스마트 이동 수단" 컨셉트를 내보였고 앞으로 모빌리티 부문을 주력 사업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우버 엘리베이트와 손잡고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게 대표적이다. 이는 곧 자동차에 이어 UAM에 활용될 이동 수단 제조를 추가한다는 뜻이다. 실제 CES2020에 개인용 항공 이동 수단(Personal Air Vehicle) 컨셉트로 소개한 "S-A1"은 육상과 하늘 공간을 동시에 이동하는 복합 교통 수단이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플라잉카"다. 앞서 벨(Bell), 보잉, 에어버스 등도 비슷한 이동 수단 개발 및 이동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강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항공 모빌리티 이동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이착륙 장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존 헬리콥터의 한계를 답습하면 굳이 진출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는 스마트 허브를 제안했다. 도심과 교외 곳곳에 항공 모빌리티 이착륙 장소를 만들고 허브에 육상 모빌리티를 연결하자는 제안이다. CES2020에 육상 모빌리티로서 "에스링크(S-Link)" 컨셉트를 함께 공개한 배경이다. 물론 도심 육상 모빌리티는 이미 많이 소개돼 있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 세드릭(Cedric), 토요타 이팔렛트(e-Palette), 벤츠 어바네틱(URBANETIC) 등도 같은 역할의 미래 육상 자율주행 이동 수단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육상과 항공의 지능형 교통 연결이 만들어 낼 도시의 형태다. 지금과 같은 도시는 스마트 교통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도심에 현대차가 원하는 교통 허브를 구축하려면 건물 옥상 또는 육상 등지에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도시 및 건물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이 전제돼 건설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현대차그룹은 도시를 짓고, 하늘과 육상에 필요한 이동 수단을 제조해 빌려주고, 판매하고, 직접 이동시켜주는 사업을 완성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래 사업의 현실화에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현대차는 2028년 유인 드론을 상업적으로 띄우겠다고 선언했지만 문제는 스마트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가져다 줄 수익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육상 이동 수단 지능화와 제조에 보다 집중하는 곳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는 CES2020에서 AVTR 컨셉트를 내보이며 육상 부문의 자율주행 이동 수단의 완성이 가장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모빌리티 비즈니스 공간을 육상 이외로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내다봤다. 이외 BMW 또한 현재는 운전자가 사라지는 시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동차 제조사가 "운전자 없는 이동 수단"을 확보하지 못하면 "운전가 없다"는 전제로 그려지는 지금의 수많은 미래사업은 한 순간 꿈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서다.
이런 점에서 토요타의 미래 전략은 통합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토요타는 아예 스마트 도시를 직접 구축하고 필요한 에너지부터 이동 수단 공급, 초연결 지능 등을 직접 완성하기로 했다. 오랜 시간 에코 풀타운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이제는 스마트 도시 사업자로 변신해 이동 효율을 위한 지능화, 이동에 필요한 에너지, 그리고 때와 장소에 걸맞은 이동 수단 제조 및 공급자 역할로 변신한다는 의미다. 이동의 변화를 전제로 건물을 짓고 연결할 때 스마트 도시가 완성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미래 모빌리티 부문의 끝없는 변신 과정에선 융합이 필수다. CES2020에서 LG전자가 에디언트의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스템을 완성해 주목을 끌었고, 140년 이상 자동차 관련 기업으로 행보했던 보쉬(BOSCH)는 모빌리티에서 스마트홈 공간으로 전시 무대를 바꿔 영역 확장을 예고했다. 또한 전자 및 IT 기업들은 저마다 "모빌리티"라는 단어를 내걸고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이제는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로 향해 가는 셈이다. 따라서 CES2020이 보여준 모빌리티의 현재와 미래를 정의하자면 "만능 모빌리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이동의 공간과 비즈니스의 융합이 반드시 가져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빌리티의 혁명은 이미 시작됐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라스베거스=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