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CES2020의 일렉트로닉 모빌리티

입력 2020년01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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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이는 전자제품의 새로운 도전

 당장은 아니지만 전자제품 전문기업의 모빌리티 진출은 이미 시작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로봇 청소기를 키워 일반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하는 일이다. 굳이 사람을 태우지 않아도 정해진 구간을 오가며 쉬지 않고 청소를 할 수 있어서다. 또한 거주자가 많은 지역은 운전자 없이 사람만 탑승해 이동시키는 자율주행 셔틀의 투입도 증가하고 있다. 그간 전자기업의 진입이 어려웠던 내연기관 동력이 전기로 대체되자 기다렸다는 듯 모빌리티 비즈니스에 구애를 보내는 중이다. 심지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은 자동차회사보다 전자기업이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미래에는 세력 교체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가정에서 움직이는 소형 이동 수단과 일반 도로에서 사람을 태우고 주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른바 위험요소의 종류와 숫자부터 엄청난 격차가 있어서다. 가정의 경우 대부분의 장애물이 고정돼 있어 인식과 판단에 어려움이 없지만 자동차와 보행자로 넘치는 도로는 인식부터 고차원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고정된 것과 움직이는 모든 것을 동시에 인식해야 하고, 이동하는 사물이라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도 해야 한다. 그래야 멈추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피할 수 있어서다. 일반적인 자율주행의 과정으로 알려진 "인식-판단-제어"의 단계가 매우 복잡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식-판단-제어"는 소프트웨어의 역할 비중이 크다. 필요한 하드웨어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어 전자기업 입장에선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소형 이동 가전과 크기만 다를 뿐 "인식-판단-제어"라는 알고리즘의 기본 구조를 앞세워 속속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전자기업의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그간 흥미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CES2020은 모빌리티에 나서려는 전자기업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은 곳은 단연 일본 소니(SONY)다. 전자기업으로 알려진 소니의 배터리 전기차 "비전 S 컨셉트"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운전자 역할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어차피 전자기업의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예정된 미래라면 소니는 눈치를 살피는 것보다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모빌리티 제조 부문의 가능성을 검토한 셈이다. 

 한국의 LG전자도 시선을 끌었다. 자동차 시트 제조로 잘 알려진 에디언트의 모빌리티 차체에 LG전자와 LG화학 등의 주요 기술을 모두 적용한 것. 물론 겉으로 볼 때 LG의 역할은 부품 공급자로 비춰지는 것 같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걸음의 속도가 느릴 뿐 궁극적으로 전자기업의 전동 모빌리티 시장 진출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고 있어서다. 동일한 관점에서 삼성전자 또한 모빌리티 존(Zone)을 별도로 구성했을 만큼 전자기업에게 "모빌리티"는 더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닌, 가야 할 길이 돼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기업들의 관심에 앞서 자동차 부품기업도 모빌리티 비즈니스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모비스의 "엠 비전-S", 보쉬가 지난해 선보였던 모빌리티 컨셉트 등이 대표적이다. 완성차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협력사지만 모빌리티 부문은 "자동차"라는 개념과 다른 의미여서 직접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른바 미래 자동차 권력 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는 출발점이 아닐 수 없다.  

 전자 및 부품기업 등이 활발하게 모빌리티 진출을 선언하자 국내에선 자율주행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운행 도시 선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쏟아진다. 실제 자율주행차가 일반 자동차와 구분 없이 섞여 다니는 시범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네바다주가 자율주행의 실증 시험장이 된 것처럼 국내 또한 도시 선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다행히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섞였을 때 발생 가능한 여러 문제를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도로 혼잡도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모빌리티에서 전자기업의 욕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또한 부품 기업들의 전선도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차기업은 모두 모빌리티 비즈니스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구도만 본다면 미래 모빌리티 경쟁은 완성차기업이 조금 서둘러 시장을 만드는 사이 전자기업과 부품기업이 어떻게 틈새를 확보하느냐로 모아진다. 이 과정에서 IT 기업들의 권력 지향도 관심이다. 이미 운행되는 모빌리티는 이들 또한 "앱"이라는 형태로 호출하고 있어서다. 결국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라스베거스=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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